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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이우환 화백 위작설의 실체와 원인 미술품 거래 시스템의 투명성 회복해야
미술계 위작설 논란이 해를 이어 계속됐다. 소문으로 떠돌던 이우환 화백 작품의 위작 논란이 사실로 드러난 것. 위작 유통을 막고 미술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미술품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이 절실하다.

1 지난 12월 15일 열린 K옥션 겨울 경매 도록에 소개된 이우환 화백의 1978년 작품 <점으로부터 No.780217>.1 지난 12월 15일 열린 K옥션 겨울 경매 도록에 소개된 이우환 화백의 1978년 작품 <점으로부터 No.780217>.

2 지난해 베니스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이우환 화백(함혜리 촬영).2 지난해 베니스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이우환 화백(함혜리 촬영).

연초에 터진 ‘이우환 위작사건’이 미술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이우환(1936~) 화백의 1978년 작품 <점으로부터 No.780217>의 작품 감정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 그림은 지난해 12월 15일 열린 K옥션 경매에서 무려 4억 9000만 원에 거래가 성사된것으로 밝혀졌다. (후에 거래는 취소됐다.) K옥션은 국내 굴지의 화랑인 갤러리현대가 모기업이다. 이 화백의 전시회를 지속적으로 열면서 작품을 가장 많이 거래해왔기에 누구보다도 잘 관리할 책임이 있는 화랑이어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위조감정서는 화가 박생광 작품 <나비와 목판>의 감정서 틀에다 이우환 그림 사본을 얹고 김기창 작품 <청록산수>에 대한 감정의뢰 접수번호를 합성한 짜깁기다. 여기에 발행 날짜만 2001년 6월 29일로 바꾼것이다. 심지어 ‘29’자는 비뚤게 붙여져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봐도 가짜임이 드러날 정도로 어수룩한데 K옥션에서 왜 모르고 지나갔는지가 이 사건을 접하고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이었다.
아무튼 수년째 미술 시장에서 소문으로만 떠돌던 ‘이우환 위작’ 논란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파장은 컸다. 작품 가격이 억대를 호가하는 거장인 데다 최근 몇 년 사이 국제적으로도 위상이 급격히 높아진 작가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실로 드러난 위작설

이우환 위작설은 4년쯤 전부터 미술계에서 나돌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일명 ‘나까마 화랑’이라고 불리는 인사동의 화랑과 골동품점에서 가짜가 분명해 보이는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봤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사동에서 25년째 그림 거래를 하고 있는 모씨는 “4년 전 모 골동품상에서 당시 8000만 원에 거래되는 이우환의 20호 그림을 3000만 원에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런 그림을 볼 줄 모른다 하고 거절했다”면서 “언뜻 보기에도 진짜는 아닌 것 같았다”고 했다.
이즈음 이 화백의 1970년대 후반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 시리즈의 작품이 집중적으로 시장에 나타났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감정협회)에 그 시기의 이우환 작품 감정 의뢰가쏟아져 들어온 것도 이때다. 당시 감정위원이던 미술계 모 인사는 “이 화백의 여건상 그렇게 많은 작품이 나올 수 없었고 캔버스틀이 낡지 않고 새것이었던 점, 누런 색을 일부러 칠해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한 티가 난 점 등으로 미뤄 위작이라고 감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몇 작품에 대해 감정협회가 가짜 판정을 내리자 이 화백은 언론 인터뷰에서 “1970년대 일본 도쿄의 갤러리에서 작품들을 도둑맞았다. 시중에 위작이라고 유통되는 것들을 수거해 검토해봤는데 한 점도 가짜가 없었다. 내 작품은 고유의 호흡으로 그리기 때문에 모방하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감정협회는 2013년 2월 이후 이우환 작품에 대한 감정을 중단했고 이후엔 전속 화랑인 갤러리현대와 부산 공간화랑이 개인 회사 차원에서 발행하는 감정서가 통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화백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 “위작은 없다”고 말했겠지만 오히려 위작 유통을 부추긴 셈이 됐다. 외국 아트페어에 나온이 화백의 그림이 가짜가 분명해 보였다는 화랑가의 증언도 나왔다. 단색화 열풍과 맞물려 시중의 작품 가격이 폭등하자 제조책과 유통책 사이에 이권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졌다. 투서와 제보가 이어지자 결국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6월수사에 착수했다. 4개월 후인 10월 이 화백의 작품을 모사한 작품을 만들어 유통한 혐의로 인사동 소재 화랑을 압수수색하고 화랑 대표 A씨와 위조 총괄책 B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B씨가 2012년 1월부터 11월까지 경기도 일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이 화백의 작품 위조와 남양주의 모처에서 노후화하는 과정을 총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1월 5일 K옥션을 압수수색해 위조된 것으로 드러난 감정서를 비롯한 경매 관련 자료와 거래가 성사된 작품도 압수했다. 담당 경찰관은 “압수품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해놓았고, 일본에 도피 중인 유통책 B씨에 대해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한 상태”라며 “수사 결과를 발표하려면 시간은 좀 걸릴 것”이라고 했다.

미술품 시장의 신뢰와 투명성 회복해야

3 한국화랑협회가 2001년 6월 29일 발행한 것으로 돼 있는 가짜 감정서. 접수번호는 김기창 화백의 <청록산수>에 대한 감정 의뢰 접수번호였고, 하단에 있는 감정의뢰인은 박생광 화백의 <나비와목판> 감정을 의뢰한 사람의 이름이다.3 한국화랑협회가 2001년 6월 29일 발행한 것으로 돼 있는 가짜 감정서. 접수번호는 김기창 화백의 <청록산수>에 대한 감정 의뢰 접수번호였고, 하단에 있는 감정의뢰인은 박생광 화백의 <나비와목판> 감정을 의뢰한 사람의 이름이다.

사건의 실체는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나겠지만 미술계에서는 “분명히 가짜가 있다”고 본다. 감정협회 위원 중 한 명인 모씨는 “점과 선의 간격이 인위적이고 시작하는 부분도 진품과 엄연히 달랐다. 작가 서명도 ‘따라서 그린’ 티가 역력했다”면서 “보니까 첫눈에 가짜였다”고 말했다. 감정에 관여한 또 다른 인사는 “위조품으로 돌아다니는 것의 수준이 조악한 것부터 진품에 근접한 것까지 다양한 것으로 미뤄 제조 공장은 여러 곳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일본에 갔더니 홋카이도 근방에서 가짜를 만들어 유통시키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전했다.
미술계의 위작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순회 전시에 출품된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주장을 천 화백 자신이 제기해 미술계가 발칵 뒤집혔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감정위원들을 동원해 면밀히 검토해 진품이라고 결론지으며 일단락됐지만 “어떻게 내가 나은 자식을 못 알아보겠느냐”며 펄펄 뛰던 천 화백은 가장 중요한 작가의 주장이 안 먹히는 미술계의 권위의식에 진저리를 치며 미국으로 떠났다. 지난해 천 화백의 별세 소식과 함께 유족들이 미인도 위작사건에 대한 천 화백의 속앓이를 다시 거론하면서 <미인도> 위작논쟁이 재점화하기도 했다. 2005년에도 이중섭과 박수근 위작사건이 터져서 한동안 시끄러웠다.
고가의 미술품에 대한 위작사건이 끊이지 않는 원인은 국내 미술 시장의 미술품 거래 시스템 자체에 있다. 진위 감정의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전작 도록(카탈로그 레조네) 제작이 보편화해있지 않은 데다 감정의 전문성은 작품의 진위를 제대로 가리지 못할 정도로 취약하다. 미술상들은 감정협회가 작품 한 점에 대해 여러 장의 감정서를 발행해주는 것이 위작 유통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진품을 들고 가서 감정서를 분실했다고 하면서 감정서를 새로 받아 위작에 첨부하는 것은 아주 고전적인 수법이다. 투명한 검증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거대 화랑들은 작가와 밀착해 암암리에 작품을 거래하고, 2차 거래 시엔 감정에까지 개입하고있다. 외국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국내 메이저 화랑들이 직접 경매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문제다. 이번 K옥션과 갤러리 현대가 오해를 사고 있는 것도 결국 자업자득이다. 이처럼 불투명한 미술 시장엔 작전 세력이나 투기 세력의 개입, 위작 유통이 그만큼 수월하다.
위작 유통을 막을 길은 없을까. 한 미술계 인사는 “미술품 시장에선 신뢰가 생명이다. 감정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작품 거래 등록제를 신설해 작품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게 작가를 살리는 길이고, 미술 시장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서울

글 함혜리
서울신문사 기자. 파리특파원, 논설위원, 문화에디터 등을 거쳐 현재 문화부 선임기자로 미술을 담당하고 있다.
저서로 우리 시대 위대한 화가 14명을 인터뷰한 <아틀리에, 풍경>, 건축적으로 의미가 있는 유럽의 유명 미술관을 소개한 <미술관의 탄생>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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