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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호

문화예술 창작 지원에 대한 정부의 외압 논란 일제가 만든 ‘정치 검열’ 박근혜 정부서 ‘고개’
일제의 조선총독부 때 시작된 ‘정치 검열’이 다시 박근혜 정부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화운동 성과를 짓밟고 국민을 정권 입맛대로 길들이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거세다. 박근혜 정부가 창작지원금 심의위원들의 선정 결과를 뒤집고,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박근형·이윤택 작가에 대한 지원 포기나 배제를 종용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정치적 검열을 규탄하는 예술인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 10월 5일 문화연대, 한국작가회의, 서울연극협회, 언론개혁시민연대, 한국문화정책연구소, 대학로X포럼 등은 ‘검열과 파행’이라는 제목으로 예술인 연대포럼을 열었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정치적 검열을 규탄하는 예술인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 10월 5일 문화연대, 한국작가회의, 서울연극협회, 언론개혁시민연대, 한국문화정책연구소, 대학로X포럼 등은 ‘검열과 파행’이라는 제목으로 예술인 연대포럼을 열었다.

검열 시도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정부의 대응 방식이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위원장은 ‘정치적이슈에 몰두하는 예술가들이 문제’라거나 ‘사회적 혼란을 예방하는 것이 예술위의 임무’라며 정치 검열을 사실상 시인하면서도 별문제 없다는 태도다. 문화예술인들은 정치 검열의 즉각 중단과 문체부 장관·예술위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들고일어났다.

심사 결과 뒤집고 포기각서 조작

“이번에 신청한 희곡 <꽃을 바치는 시간>은 연희단거리패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연극이었다. 예전에(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연설을 하긴 했지만 이후 크게 불이익을 받은 적은 없는데, 근래 줄줄이 탈락했다.” 9월 10일 이윤택 작가가 밝힌 내용이다.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예술위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보면, 예술위는 문학 장르별 우수 작품 100편에 1000만 원씩 지원하는 ‘2015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에서 특정 작가 배제 및 심사 결과 조정을 요구했다. 당시 심사위원 중 한 명은 예술위가 이윤택 씨 등 특정 작가들을 거론하며 “선정 리스트를 90명으로 줄여달라” “심사 결과를 조정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한겨레> 2015년 9월 11일치 1면 단독보도)
심사위원들이 예술위의 이런 요구에 반발하자, 예술위는 지난 7월 이사회를 열어 심사위원이 선정한 102명 가운데 32명을 자의적으로 제외한뒤 70명으로 지원 대상을 축소·선정하는 수정안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희곡 분야에서 100점을 받아 1위였던 이윤택 작가의 작품이 탈락했다. 심사 과정에 개입하는 것을 넘어 심사위원의 심사 결과까지 무력화한 것이다.
앞서 예술위가 창작산실 연극 분야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박근형 연출에게 포기를 종용한 사실도 확인됐다.(9월 9일 단독보도) 다음 날 <한겨레>는 심사위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술위에서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8개 작품 가운데 3개 작품을 문제 삼으며, 그중 박근형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연출한 작품을 (선정작에서) 제외하면 나머지 작품은 살려주겠다고 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박 교수가 2년 전 올린 연극 <개구리>가 빌미가 됐다. 박대통령과 국정원 대선 개입을 빗대는 내용 때문이다.
예술위는 ‘포기 각서’까지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시스템에서 신청 포기를 관리자 권한으로 한 뒤 신청자가 직접 한 것처럼 조작한 것이다. 9월 7일 국감에서 도종환 의원은 “온라인 시스템 조작은 공문서 위조에 해당하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가 이끄는 극단의 관계자도 “포기 신청서를 제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경향신문> 10월 8일 보도)

들끓는 문화계, ‘모르쇠’ 정부

검열과 파행 포스터 이미지.

예술위는 엉뚱한 자료를 들이대며 비판 여론의 물타기를 시도했다. 9월 11일 문체부 국감에서 김종덕 장관은 “이윤택 선생은 보니까 지난 2년간 15억 지원받으셨어요. 예술가 중에서 최고액을 지원받으셨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김 장관의 답변은 잘못된 것이었다. 9월 15일 도종환 의원실이 문체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이윤택 15억 원’의 출처는 명동예술극장·국립극장·국립국악원에서 제작한 6개 작품에 대한 총 제작비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국악원의 <공무도하-님아, 저 물을 건너지 마오>(5억 1100만 원), 명동예술극장의 <길 떠나는 가족>(2억 3200만 원), <피의 결혼>(4800만원), <어머니>(1억 800만 원), 국립극단의 <혜경궁 홍씨>(3억 400만 원), <문제적 인간 연산>(3억 1700만 원)을 합친 금액이다. 이 15억 원은 문체부와 예술위가 이윤택 작가를 지원한 것이 아니라, 국립국악원·명동예술극장·국립극단이 작품을 제작하면서 든 모든 비용의 합계다. 이윤택 작가에겐 연출료와 작품료로 2년간 7600만 원을 지급했을 뿐이다. 결국 김 장관은 문체부산하 극단·극장에서 제작한 6개 작품 제작비 총액을 한 작가가 집중 지원받은 것처럼 해명한 셈이다.(<한겨레> 9월16일치 6면 단독 보도)
문체부 장관과 예술위는 물타기를 넘어 일제히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예술위가 창작지원금 심의 과정에 개입하고, 지원 대상자를 포기 종용·배제하고, ‘포기 각서’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김종덕 장관은 명백히 밝히진 사실 앞에서도 ‘정치 검열은 없다’라고, 박명진 위원장은 ‘모른다’만을 반복한다.
문화예술계의 반발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9월 20일 원로·중견 연극인들은 “사전검열 재발 방지 약속과 문체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어 21일 ‘예술 검열을 반대하는 연극 단체들의 연대 성명서’, 24일 ‘검열을 거부하는 극작가들’(검거작가회의)의 토론이 개최됐다. 연극인들은 “정치적 잣대로 작품을 검열하는 것은 국민이 이룩해낸 민주화의 성과를 짓밟고 국민을 정권의 의도대로 길들이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10월 5일에는 문화연대, 한국작가회의, 서울연극협회, 언론개혁시민연대, 한국문화정책연구소, 대학로X포럼 등이 예술인 연대포럼을 열었다. 임인자 전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은 “검열의 뿌리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정책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대 이후 군사 정권 아래에서 정립된 ‘불온’의 개념이 ‘반공’과 손을 잡고 유구한 ‘전통’을 형성했다”고 지적했다. 고연옥 극작가는 “정부가 창작 활동을 검열하고 금지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헌법에 위배되는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문화+서울

글 손준현
한겨레 문화부 기자
사진 제공 대학로X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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