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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4월호

남대문로와 노면전차전차는 추억을 남기고
지금 전차라고 하면 유럽에서나 볼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생각되지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시민들을 실어 날랐습니다. 시속 7km의 느린 속도로 ‘땡땡’ 소리를 내며 달리는 전차와 승용차, 버스, 그리고 사람들이 서로 얽혀 있는 모습은 1960년대 남대문로에서 흔히 보이는 우리의 일상 풍경이었습니다.

서울의 동서남북을 연결하다

서울시 종로구 보신각에서 서울역에 이르는 길이 2km, 너비 40∼50m 도로를 남대문로라 칭합니다. 조선 초기 한양 천도 이후 500여 년간 광화문에서 종로 사거리, 종각으로 이어져 남대문을 향한 주요 간선도로로, 태평로보다 먼저 발달했다고 합니다. 이 지역은 종로, 을지로, 청계천로와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상업지 구입니다. 전문 상품을 취급하는 소매점이 많습니다. 종로2가 사거리에서 광교를 거쳐 지하철 을지로입구역까지는 남대문로1가 이며 명동 입구에서 소공로 교차지점까지가 2가, 한국은행 근처가 3가, 숭례문 근처가 4가, 서울역까지가 5가입니다. 국보 1호인 숭례문(남대문)이 길옆에 있어 이 같은 도로명이 붙었습니다.일제강점기인 1914년 4월 1일 남대문통(南大門通)으로 지정된 뒤 1946년 10월 1일 남대문로로 이름이 바뀌었고, 숭례문에서 화신백화점(현 종로타워 자리)에 이르는 1.5km 구간이 1984년 11월 7일 서울역까지로 연장됐습니다.
<사진>은 1968년 3월 서울 중구 남대문로 풍경입니다. 노면에는 전차 선로가 설치돼 있고, 공중에는 전차선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습니다. 당시 노면전차(路面電車) 노선은 마포, 영등포, 왕십리 등 서울의 동서남북으로 연결돼 있었습니다.서울 노면전차는 1898년 서대문∼청량리 구간에서 처음 개통됐습니다. 전차 선로는 고종황제가 깔았는데, 일본인들에게 시해된 명성황후가 묻힌 청량리 홍릉에 가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노면 전차는 시속 7km 속도로 천천히 달렸지만 1960년대 중반 이후 자동차가 급격히 늘면서 자동차와의 충돌사고가 자주 발생했고, 결국 차량 통행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1968년 11월 자취를 감췄습니다.
‘땡땡’ 소리를 내며 달리는 전차는 처음에는 9대가 운영됐습니다. 40인승 8대는 일반 시민용으로 사용됐고, 1대는 황실 귀빈용이었습니다. 워낙 느리게 달리다 보니 이동수단으로 타는 사람보다는 궁금해서 타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전성기에는 17개 노선에 200여 대까지 운영됐지만 시대의 조류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사진>은 전차가 사라지기 몇 달 전의 모습인데 여전히 도로는 한산하지만 전차와 승용차, 버스, 사람들이 얽혀 있는 모습이 복잡하게 보이네요.

1968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풍경<사진>1968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풍경.

기억 속에 남은 서울의 옛 모습

1968년 당시 신문에 남대문로에 대한 기사가 나와 있습니다. “남대문로는 그 기능면에 있어서 서울의 도심을 남북주함으로써 크게 각광을 받아왔지만 앞으로는 서울역에서 광희동으로 빠지는 퇴계로, 제2한강교(현 양화대교), 제3한강교(현 한남대교) 건설과 옥천, 청계천 등의 복개로 새로운 간선들이 나타나게 되어 점차 중요성이 감소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남대문로 지역에는 은행, 시장 등이 산재하고 있어 지하주차장 시설이 계획되고 있다.”또 다른 신문에는 당시 남대문로 일대의 부동산 시세를 알 수 있는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서울역 부근 양동, 도동 지대는 주택 지역이 평당 10만 원선을 유지하고 있을 뿐 이 지역의 땅값은 별다른 변동이 없는 실정이다. 특히 서울역에서 남대문으로 향하는 동자동, 남창동 지역의 상가는 남대문시장이 가까운 관계로 서울역 때문에 사람만 붐비는 형편이지 실제 고객이 별로 없어 이 지역은 도로 확장이 완성될지라도 땅값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60∼80대 시민들은 이 거리의 옛 모습을 보면 젊은 시절의 추억이 떠오를 겁니다. 저 거리를 활보하며 꿈을 키우고, 펼쳐질 미래에 대한 희망이 가득했을 겁니다. 거리의 모습이 바뀌듯 삶도 변하고 지난 시간은 기억 속에 자리 잡습니다. 그래서 서울의 옛 모습이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사진 김천길 전 AP통신 기자. 1950년부터 38년 동안 서울지국 사진기자로 일하며 격동기 한국 근현대사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김구철 문화일보 문화부 기자. 대중문화팀장으로 영화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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