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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호

무용동작심리치료사 한지영 나를 치유하는 동작, 생을 춤추게 하라
예술의 치유적인 가치가 대중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무용은 팔, 다리, 손 등의 작은 움직임부터 몸 전체를 이용한 동작에 이르기까지 ‘동작 치유’의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예술이다. ‘춤’과 사람의 ‘마음’이 만나는 분야라고도 할 수 있다..

작품사진

‘왜 춤을 추고 싶을까’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어린 시절의 나를 생각해보면 어김없이 상반되는 두 가지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나는 비쩍 마른 몸에 어깨를 움츠린 채로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곤 했다. 말도 거의 없어서 친구들 사이에서 존재감도 희박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는 새로운 성격이 드러났다. 춤추는 장면에 사로잡혀서 눈을 떼지 못했고, 내 안에서는 무대에 올라 수백, 수천 명 앞에서 춤추고 싶다는 욕망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래서 그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기회가 되면 언제든 춤을 배우고 무대에 올랐다.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그 차이는 너무도 흥미로웠다.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마법 같은 일에, 나는 이 궁금증을 풀지 못하고 오래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춤을 전공하고 싶다는 말은 차마 입 밖에 내보지도 못한 채 춤과 점점 멀어졌고, 유년기부터 지속된 마음의 곤궁함은 점점 더 심해졌다. 한때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결국 대학 심리학과에 진학했다. 내 삶은 꽤 오랫동안 춤과 마음 두 가지를 중심으로 돌아갔기에 대학에서도 힙합동아리를 만들고 공연을 하면서 어떻게든 춤과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 춤을 잘 추거나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거기에 내 존재의 실마리가 숨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춤과 심리학의 접점, 댄스 테라피

어느 날 학교에서 후배들에게 춤을 가르치고 교정을 걸어 내려가다가 오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무슨 일인지 여자 아이들이 팔다리를 가지런히 하고 최소한의 공간을 쓰면서 손사래를 치는 모습에 마치 커다란 비눗방울에 갇혀 있는 모습이 겹쳤다. 거기서 그 사람의 성격도 그런 자세나 동작으로 인해 억제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음과 동작의 상호작용에 관한 인상 깊은 첫 깨달음이었다. 그 길로 나는 몸을 크게 쓰고, 발을 구르고 과시하는 듯한 힙합 동작들을 여자 후배들과 연습해봤고, 나 못지않게 소심하고 수동적이던 한 후배가 스스로의 변화에 대해 나에게 알려왔다. 자기의견을 피력하게 되고, 하고 싶은 것들이 선명해지고, 이어서 가족과의 관계도 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심리학과 춤 사이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지 못해 방황하던 나에게 이것은 운명처럼 느껴졌다.
그 길로 구글 사이트에 이것저것 검색어를 넣어보다가 우연히 ‘DANCE’(춤)와 ‘THERAPHY’(치료)를 한번에 입력한 나는 믿지 못할 광경 앞에 할 말을 잃었다. 외국에는 이미 무용치료라는 것이 존재했고, 심지어 신체 심리학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으며, 그에 관한 자료는 목록만으로도 수십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로 여느 때보다 더 부지런히 움직였다. 정신지체아동의 무용치료 수업에 보조로 지원했고, 서울여대 대학원 무용동작치료 전공에 지원, 합격했다. 대학원에서는 주로 대학병원 정신병동의 환자들, 즉 정신분열이나 우울증, 자살시도자들과 함께 무용치료 수업을 했고, ADHD나 다운증후군 아동 등 진단명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훈련을 받았다. 국내자료가 턱없이 부족해서 익숙하지 않은 영문 논문을 해석하느라 숱하게 밤을 새웠고, 방학도 없이 정신병동을 돌며 환자들과 무용치료 수업을 해내야 했다. 분명 힘들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전에는 자기비하에 빠지는 일이 빈번했는데 무용치료 수업을 하고 나면 내 에너지의 120%를 하고 나왔다는 생각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활짝 열린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

무용동작치료는 작은 동작과 이를 이용한 놀이부터 현대무용의 움직임까지, 대상의 특성과 요구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된다. 움직임을 통해 치유와 성장의 순간을 자주 경험하도록 안내하는 일이다.무용동작치료는 작은 동작과 이를 이용한 놀이부터 현대무용의 움직임까지, 대상의 특성과 요구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된다. 움직임을 통해 치유와 성장의 순간을 자주 경험하도록 안내하는 일이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에는 가출 청소년, 새터민, 다문화 가정, 희귀병 아동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했고, 11년이 지난 지금은 회사원이나 군인, 공무원 등 일반인을 주로 만나고 있다. 마음의 병이 중해지기 전에, 일상적인 스트레스나 우울감의 단계에서 미리 예방하고, 스스로 움직임을 통해 돌보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놀이와 같은 기법부터 현대무용의 즉흥 움직임, 그리고 짝을 지어서 손등으로 대화하거나 등을 마주 대고 움직임으로 교감하는 등 기법은 수백 가지에 이르지만, 대상의 특성과 요구에 따라 현장에서 취사 선택된다. 열 명이 안 되는 소그룹에서 심층 동작과 개별 상담으로 밀도 높게 운영하는 것도 효과가 크고, 요즘에는 200~500명 정도 되는 이들과 원으로 크게 둘러서서 진행하는 일도 현장 반응이 좋으며 즉각적인 효과들이 보고되어서 의뢰가 많이 들어오는 추세다. 작년에는 <나를 치유하는동작>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해 현재 영어와 중국어로 번역하고 해외 출판을 준비 중이다.
무용치유 스튜디오를 열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이 분야는 아직 국내에 덜 알려진 신생 분야에 가깝다. 상담이나 코칭은 매 순간 인간의 움직임을 매개체로 활용하기에, 그 쓰임새는 매우 넓고 다양하다. 춤을 추다 보면 치유적인 순간이 1~2초 정도 스쳐갈 때가 있다. 사람들은 바로 그 순간을 다시금 만끽하고 싶어서 계속 춤추는지도 모르겠다. 동작치유는 그런 움직임을 통한 치유와 성장, 충전과 발전의 순간을 더 자주, 더 오래 경험하도록 안내하는 일이다. 전문적인 춤뿐만 아니라 호흡, 자세, 걷기 혹은 아주 단순한 손짓만으로도 자신의 억압된 감정을 풀어내고 최상의 심신 상태를 도모하는 재능은 사실 누구나 가지고 있다.
나는 동작치유를 통해서 국제 협상 등의 자리에서 분쟁을 해결하고 최상의 소통이 가능하도록 돕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만들어 보급하고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있다. 이전에도 그랬듯이 내 안의 지혜롭고 힘 있는 스스로가 나를 다음 길로 이끌어줄 것이고, 가장 나다운 춤을 출 수있게 해줄 것이다. 춤을 통해 행복해지고 스스로를 찾는 사람이 더욱 더 많아지기를 희망한다.문화+서울

무용동작치료사가 되려면?
  • 움직임을 즐겨야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춤이나 동작을 요구하지 않으나, 운동 혹은 춤 등을 통해 몸과 친하고 움직임을 즐기는 분들은 더욱 도전하기에 유리하다 할 수 있다.
  • 상대와 교감하는 재능이 탁월하다면
    무용동작치료사는 사람들의 감정을 빨리 감지하고 교감해 상대에게 도움 주는 것에 재능이있거나 그런 순간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직업이다.
글 한지영
심리동작 전문가. 심리동작연구소 대표, 무용동작치유센터 힐링모션 대표.
idaspirit.com | healingmotion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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