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와 제97호 살풀이춤의 예능보유자였던 그는 수많은 춤을 남겼다.
북 3개, 5개를 놓고 리듬을 발전시키며 추는 ‘삼고무’와 ‘오고무’가 대표적이다.
이삼고무와 오고무를 비롯해 ‘장검무’, ‘대감놀이’가 저작물로 등록됐다. 창작물로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삼고무 저작권 등록에 대한 이견
고전발레나 현대무용에서는 안무에 대한 저작권의 개념이 확립돼 있다. 반면 한국무용계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적이 거의 없었다. 스승에게서 제자로 전수되는 방식을 따라 왔기 때문이다. 제자들이 “이매방류의 전통춤은 많은 무용가들이 전승 노력을 통해 함께 이룩한 성과이며, 무대화 이후 70년이 지난 문화는 ‘전통’의 범주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저작권은 저작권자가 저작물에 대해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강력한 권리다. 이매방 선생의 유족들이 운영하는 우봉이매방 아트컴퍼니측은 “이매방 선생이 창작한 삼고무와 오고무를 공연(강습회, 연수회)하거나 이를 변형, 각색하려는 경우에는 저작권자로부터 저작권을 양도 받거나 이용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명기된 내용증명을 국공립 예술단체와 무용가들에게 발송했다. 제자들 입장에서는 수십 년 동안 익혀 자신도 전문가로 인정받은 춤을 무대에 올리거나 다른 제자들에게 가르치려면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저작권료 문제도 있다. 보존회 측은 유가족이 향후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저작권 등록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유가족 측은 삼고무와 오고무를 활용한 국립무용단의 대표작 <향연>의 지난해 공연에 900만 원의 저작권료를 책정했다. 서울, 대전, 울산에서 총 7회 무대에 올랐던 공연에 대한 저작권료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저작권 등록을 위해 발생한 인건비 등을 포함해 법률 자문을 구해 한시적으로 책정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무료로 열리는 공연에 대해서는 저작권료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의견도 밝혔다. 이매방 선생의 유족은 “삼고무가 민속무용이 아닌 이매방 선생의 창작무용이라는 걸 인정받기 바라는 마음에서 저작물로 등록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승무나 살풀이는 누구나 자유롭게 출 수 있지만 ‘이매방의 삼고무’는 창작물이라는 것이다. 유족 측은 전통춤을 바탕으로 새롭게 창작된 삼고무나 오고무가 등장한다면 이에 대한 저작권은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밝혔다.
1 1950년대 초 이매방 선생이 삼고무를 추는 모습.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 제공)
2 국립무용단 <향연> 오고무. (국립극장 제공)
3 국립무용단 <향연> 살풀이. (국립극장 제공)
안무는 엄연한 저작물이지만
안무가의 안무는 창작물로서 엄연한 저작물이다. 창조적 예술작품에 대한 저작권이 철저히 보호받아야 한다는 데 이견을 제기하는 이들은 없다. 한국무용계에서는 전통에 뿌리를 둔 안무를 재창작한 경우, 온전한 창작물이 아니라는 논리로 인해 저작권 논란이 심화했다. 하지만 재창작을 했더라도 동선과 동작, 음악과의 연관성 등은 고유한 저작물로 봐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장광열 무용평론가는 “재창작의 개념이더라도 안무가의 저작권을 인정하는게 맞다”고 했다. 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장도 “안무가가 만들어낸 동선은 저작권이 인정된다”며 “자신의 안무, 동선, 무용수들에게 지도한 내용을 제삼자가 베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발레의 경우 짧은 소품은 회당 40만~60만 원, 전막 발레는 많게는 회당 2,000만 원에 이르는 저작권료가 있다. 다만 유가족의 저작권에 대한 전권 행사는 중요무형문화재 이수자라는 제도가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무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매방 선생의 춤을 20세기 초의 창작안무로 인정하더라도 제자들에게 전수돼온 방식 때문이다. 장광열 무용평론가는 “제자들을 통해 전승이 많이 된 춤일 경우 조정위원회 등의 해석이 필요하다”며 “이미 이수자가 된 이매방 선생의 제자들이 자신의 춤을 출 때마다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문제”라고 했다. 홍승기 교수도 “전통예술인 만큼 저작물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유족이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은 안 된다고 본다”는 입장이다. 무용계에서는 이번 논쟁이 안무가의 권리를 존중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동시에 전통춤 전승 정책까지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춤에 대한 권리 행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무용계의 발전을 위해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 글 양진하 한국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