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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호

전시 <손장섭: 역사, 그 물질적 흔적으로서의 회화>와
<비디오 포트레이트 vol.1>(Video Portrait vol.1)
예술가의 눈으로 다시, 바라보다
미술관이든 갤러리든 우리는 왜 전시장을 찾을까? 예술가의 작품이 있어서다. 나보다 더 예민한 감성을 지녔다고 믿는 예술가,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지만 그가 만든 예술작품이 나 자신과 내 일상을, 내 주변을 새삼 ‘다시 보게’ 할 거라고 믿어서다.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보게 하고, 알지 못한 것을 깨닫게 한다고 믿어서다. <손장섭: 역사, 그 물질적 흔적으로서의 회화>와 <비디오 포트레이트 vol.1>(Video Portrait vol.1)은 그런 전시회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현실을 드러내 한국사회, 나아가 이 세상을 성찰하도록 한다. 예술작품으로서의 회화와 비디오 아트가 지닌 각각의 특성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1 <사월의 함성>, 1960, 종이에 수채, 47x65cm.

민중을 말하다

<손장섭: 역사, 그 물질적 흔적으로서의 회화> 5. 17~6. 18, 학고재갤러리

<손장섭: 역사, 그 물질적 흔적으로서의 회화> 전은 민중미술가 손장섭의 개인전이다. 올해 76세, 평생을 어떤 예술가보다 사회현실을 직시하고, 부조리한 권력을 비판하며, 민중들의 삶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작업한 원로화가다.
전라남도 완도의 고금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 외갓집에서 처음으로 수채물감을 접한 그는 서라벌고 재학 시절 전시회를 열 만큼 그림에 관심이 많았다. (1960년 4.19 혁명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그는 스케치를 나갔다가 시위대를 만났고, 그 광경을 수채화 <4월의 함성>으로 남겼다. <4월의 함성>은 4.19 당시 현장을 기록한, 유례없는 회화로 유명하다.)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공부한 그는 1980년대 화가로서 민주화 운동의 한복판에 있었다. 당시 민중미술 대표그룹인 ‘현실과 발언’의 창립회원이었으며, 독재 권력을 비판하고 창작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민중미술가들이 뭉쳐 만든 ‘민족미술협의회’의 초대 회장을 지냈다.
지난 50여 년간 그는 많은 작업을 해왔다. (지금도 때론 밤을 새우며 작업한다.) 이번 전시는 1960년대 고교시절의 수채화부터 1980~90년대 작품을 비롯, 최신작까지 선보인다. 시대별 주요 회화 38점이 나온 대규모 전시로, 화업을 정리하는 회고전 성격을 띤다.
다양한 작품들이지만 그 바탕에는 일관된 흐름이 있다. 1980년대를 넘어선 ‘2010년대 민중미술가’로서의 의식이다.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역사화든, 깊고 넓은 은유가 스며든 풍경화든, 스스로 신목(神木)이라 부르는 수백 년 이상의 노거수를 그린 신목 시리즈든, 유화든 수채화든 마찬가지다. 역사화를 통해 지난 역사를 잊지 않고 새로운 역사와 더 나은 사회를 꾸려가자는 의지를 드러낸다. 작품 속 산과 나무는 그저 미적 아름다움이나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수백 년, 수천 년간 이 땅의 사람들의 삶과 역사의 흐름을 묵묵히 지켜본 산증인으로 표현된다. 위엄과 신성한 기운까지 느껴지는 산과 나무들은 강인하고 끈질긴 생명력, 즉 역사의 주체이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 결국 민중임을 말한다.
전시에서는 흰색이나 흰색 물감을 섞은 파스텔 색조도 꼭 챙겨볼 만하다. 그는 화가들이 대부분 피하는 흰색을 절묘하게 사용해 부드럽고 차분한 색감을 드러낸다. 그만의 이 독특한 색감은 ‘손장섭의 색’으로 불린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2 옥인콜렉티브의 <서울 데카당스-Live>.

비디오 아트로 드러낸 시대적 현실

<비디오 포트레이트 vol.1>(Video Portrait vol.1) 4. 27~6. 18, 토탈미술관

<비디오 포트레이트 vol.1>(Video Portrait vol.1) 전은 토탈미술관과 더 스트림이 공동 기획한 비디오 아트 기획전이다. 신진부터 중진 작가까지 18명(팀)의 싱글채널 비디오 아트 22점이 출품됐다. 작품을 만든 시기도 10여 년 전부터 최근까지 골고루 걸쳐져 있다. ‘비디오 아트의 잔치’라고 할 만하다.
이 전시에서는 무엇보다 동시대 한국 비디오 아티스트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갖가지 주제들, 그들이 비디오 영상으로 드러내는 이 시대 현실의 다양한 측면을 즐길 수 있다. 작가 개인의 깊은 내면적 성찰의 결과물도 있지만, 국내외의 뜨거운 이슈들을 다룬 작품도 많아서다. 국제적 이슈로는 국경을 넘나들며 벌어지고 있는 난민과 이민 문제, 신자유주의적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와 그 속에서 획일화되면서 고유한 정체성을 잃어가는 모습 등이다. 한국사회의 이슈로는 남북 분단 상황, 노동 문제, 잊혀가는 전통문화 등이 있다.
이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도 있다. 지난 5월 13일 막을 올린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 대표작가 중 한 명으로 참여한 이완,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정연두의 작품이다. 이완의 <메이드 인>(Made in) 시리즈 중 하나인 신작 <메이드 인 말레이시아, 팜 오일>은 팜 오일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글로벌 자본주의 아래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적·경제적·문화적 변화상을 보여준다.
정연두의 <와일드 구스 체이스>(Wild Goose Chase)는 일본의 시각장애인 사진작가와 협업한 작품이다. ‘이미지 홍수’의 현대사회에서 시각장애인 작가의 사진을 통해 ‘본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묻는다. 조영주의 은 강원도 철원의 비무장지대(DMZ) 안보관광지에서 안보관광해설사로 일하는 중년여성들을 통해 남북 분단 상황의 현실을 그리고 있다.
전시에는 이밖에 김세진, 김실비, 김아영, 김혜민, 무진형제, 박병례, 안정주, 옥인콜렉티브, 장서영, 전소정, 정은영, 주연우, 최성록, 최윤석, 엘리, 허경란 작가도 참여하고 있다. 여러 작가의 다양한 비디오 아트를 통해 작가들마다의 독특한 표현방식을 비교할 수 있다. 전시 기간 동안 매주 월요일에는 작가와의 대화도 열린다.

글 도재기_ 경향신문 문화부 선임기자
사진 제공 학고재갤러리, 토탈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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