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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2월호

지구에 대한 관심과 고민 <2021-2022 공동창작 워크숍: 지구와 예술>

2021년 여름부터 2022년 늦은 봄까지 이어지는 이번 공동창작 워크숍은 ‘지구와 예술’이라는 열쇠 말을 품고 시작했다. 사실 ‘지구’나 ‘예술’은 너무 상투적이어서 또는 모호하거나 거대해서,
그리고 우리가 완벽하지 않아서 섣부른 접근을 주저하게 하는 말이다.
그러나 공동창작 워크숍이 ‘다름’을 각자의 고유성으로 여기고 공존하는 길을 찾기 위한 시도라고 할 때,
“우리가 지체 없이 시작해야 할 공동의 시도가 무엇일까?”라는 물음으로부터 떠올린 낱말이자 대상이다.

2021년 12월 20일에 진행된 <2021-2022 공동창작 워크숍> 1차년도 결과 공유회

불완전한 시작의 가능성

<2021-2022 공동창작 워크숍: 지구와 예술>은 ‘예술’을 하는 인간-예술가를 하나의 존재로 보며 오늘 우리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 이외의 모든 것을 ‘지구’라고 부르고자 했다. 그러니 여기서 지구는 꽤 거창하고 원론적 개념이자 가장 현실적이고 일상적 개념일 수 있다. 지구라는 행성, 대기와 토양, 바다와 숲처럼 거대한 존재를 의미할 수도 있지만, 그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를 포함한 모든 동물과 식물 그리고 미생물처럼 작고 미세한 존재를 지칭할 수도 있다. 어쩌면 모두에게 익숙한 만큼 제각각의 인상을 가질, 혹은 뚜렷한 모습을 찾기 막막한 이름일 수 있다. 이 거대하고도 모호한 이름의 모든 주인을 찾아보고 그 존재들과 함께하는, 각자 또는 여럿의 방식에 대한 질문의 모음이 <2021-2022 공동창작 워크숍: 지구와 예술>이다.서울문화재단의 4개 창작공간, 금천예술공장·서울무용센터·신당창작아케이드·잠실창작스튜디오의 전·현 입주 예술가들이 참여해 만드는 공동창작 워크숍은 1년 동안 참여 예술가들이 서로에게 동료이자 스승이자 제자가 되며 생각을 주고받고 또 다른 질문을 만들어가는 여정이다. 이 길에 동행하기 위해 2021년 7월 처음 만난 14명의 예술가(김주원·김영미·김은설·김하경·김현진·문서진·손상우·이민희·이선근·이우주·장해림·정원·전보경·정혜정)는 세 팀으로 나뉘어 작거나 큰 단위로 반년을 보냈다. 팀원 간의 교류는 다양한 방식으로 빈번히 일어났으며, 그사이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동 워크숍’ 과 각 팀이 나머지 두 팀과 함께하기 위해 꾸린 ‘오픈 워크숍’이 꾸준히 이어졌다.
같이 배워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 ‘공동 워크숍’은 총 4회로 기획됐으며, ‘개인’에서 ‘개인과 개인의 관계’ ‘개인과 지구의 관계’, 그리고 ‘예술과 지구의 지난 관계’, 더 나아가 ‘인간이 아닌 모든 것의 새로운 관계’에 대해 차례로 짚어보고 관습적 사고, 기성 시야의 전환과 확장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초대된 강연자들은 다음의 워크숍을 진행했고 참여 예술가들과 지구와 예술의 과거 관계를 되짚고, 현재의 관계를 각성하며, 미래의 관계를 새롭게 설계하기 위한 지식과 고민을 공유했다.

1회
“지구에서 흔들리는 예술(가) 같이 해서 흔들리는 예술(가)”
최선영 시각예술 기반 기획, 연구자
“완전한 폐허에서 시작하기, 더 부수고 이별하는 연습”
김화용 시각예술 작가, 활동가
2회
“움직이는 숲” 보드 게임 플레이 김보람 시각예술 작가
3회
“어떻게 우리는 지구와 함께 살아가야 하나요” 김장언 비평가·큐레이터
4회
“버지니아 울프의 불충한 딸들: 카밀 스토리” 최유미 사회학자
개별 팀이 다른 두 팀을 대상으로 진행한 ‘오픈 워크숍’은 팀별 성향과 관심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처음 팀이 만들어지고 편의상 불렀던 A·B·C팀은 시간이 흐르며, 각자와 닮은 이름을 갖게 됐다. 몸의 움직임과 그것으로 만들어지는 다른 존재와의 교감, 교류에 큰 관심과 가치를 두는 A팀은 ‘움닷’이란 이름을, 사회에서 종종 소외되거나 타자화되는 존재에 주목하는 B팀은 ‘비둘기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종말에 역설적으로 접근하는 C팀은 ‘뷰티풀플랜’이라는 이름을 찾았다. 이들은 나란히 인왕산을 오르고 사회와 세계를 존재하게 하는 비가시적이거나 사소한 존재들에 대해 생각하고, 감각이 제한된 상태로 그리기를 시도하며 서로 이해와 교감의 정도를 높여나갔다.
종종 지구에 대한 관심과 고민은 스스로의 불충분함과 불완전함을 이유로 일상의 뒷전으로 밀려난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나’ 이외의 다른 존재를 위해 개인의 안락을 포기할 만큼 희생적인 활동가가 아니며, 위기에 처한 지구를 위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다. <2021-2022 공동창작 워크숍>의 동행자 역시 다르지 않다. 이들이 더불어 지나온 반년과 앞으로의 경로는 전시와 책의 형태로 기록되겠지만, 이것은 정답이나 결론이 아닌 더 많은 사람의 의견과 헤아림이 더해지기를 바라는 질문의 모음집이 될 것이다. ‘지구와 예술’이라는 열쇠 말로부터 생성된, 여전히 완벽하지 않은, 함께함으로써 발생한 움직임·감정·생각·이미지가 담길 것이다. 그럼에도 14명의 예술가는 완벽하지 않음을 핑계 삼으며 미루기보단 완벽하지 않은 채로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해 보는 것이 품은 가능성을 상상하고, 그것이 함께하기에 가능함을 이해하며, 지구와 새로운 관계 맺기를 꿈꾸는 여정을 이어간다.

장혜정 <2021-2022 공동창작 워크숍: 지구와 예술> 큐레이터 |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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