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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2월호

미술 생태계를 위한 ‘발전적 담론’이 필요하다 아트테이너를 보는 시선

요즘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지대하다.
MZ세대라 불리는 젊은 층은 더욱 그렇다.
인플루언서 미술 애호가, 미술가의 길을 걷는 셀럽도 부쩍 늘어났다.
특히 연예인이면서 그림을 그리는 아트테이너Art+Entertainer가 하루가 멀다 하고 생기고 있다.

아트페어 수상 논쟁

화투 그림을 그리는 조영남과 인물화를 그리는 하정우를 비롯해 솔비·구준엽·구혜선·하지원 등이 아트테이너로 불리고 있다. 이 중 하정우와 솔비는 거의 매년 초대전을 열고 작품을 팔고 있다. 작품의 가격이 꽤 고가임에도 판매율은 매우 높다.
그런데 2021년 12월 ‘바르셀로나 국제아트페어FIABCN’에 참가한 솔비(본명 권지안)가 페어 부대행사인 ‘2021 바르셀로나 국제예술상PIAB21’ 중 대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논란이 일었다. 솔비의 소속사 엠에이피크루는 솔비의 ‘그랜드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 소식을 언론에 보도했고, 많은 매체가 이를 다뤘다. 그러자 ‘홍대 이작가’로 활동하는 이규원과 상명대 출신의 미술가 이진석은 “솔비가 참가한 아트페어는 참가비와 부스비만 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행사고, 그런 아트페어에서 주는 상은 분위기 진작용인데 마치 국격을 높인 것처럼 과장했다”고 지적했다. 이규원·이진석 작가는 여러 언론에서 폭포수처럼 수상 소식을 전하는 바람에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나’ 하고 0.5초 동안 착각했다고 비난했다.
유럽에서 열리는 아트페어 중 스위스의 Art Basel, 프랑스 파리의 FIAC, 영국 런던의 Frieze,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히 TEFAF에 비하면 솔비가 참가한 ‘바르셀로나 국제아트페어’는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이에 엠에이피크루 측은 “FIABCN은 작가 참여형 아트페어는 맞지만 솔비는 아트페어 조직위 측에서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와 비용 부담 없이 참여했다. 또 35개국 작가 100여 명의 출품작 중 심사를 거쳐 대상을 받았는데 ‘미리 내정됐을 것’이라는 등 억지 비판이 많다”며 맞섰다. 솔비는 2017년 KBS TV 프로그램 <뮤직뱅크>에서 신들린 듯한 아트 퍼포먼스를 펼쳤는데 이 영상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주목받게 됐다. 이후 여러 나라에서 초대전 제의가 이어졌고, 노래보다 미술 창작에 더 힘을 쏟고 있다.

솔비는 바르셀로나 아트페어에 초대받아 작품 13점을 선보였다.

<Piece of Hope #139>(캔버스에 혼합 매체, 91×73cm, 2021)

작품은 작가에게, 비평은 비평가에게

솔비를 비롯해 하정우 등의 연예인 화가들이 전시 때마다 큰 화제를 모으며 작품 완판 행렬을 이어가자 전업 작가와 신진 작가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들은 대중에게 이름을 알릴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그림 한 점 팔기도 어려운 실정이다.이에 대해 한 평론가는 “아트테이너는 유명세를 무기로 보통의 작가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을 프리패스하듯 건너뛰곤 한다” 며 “재능과 감각을 갖췄다지만 미술에는 엄연히 본연의 형식 요소가 존재하고, 철학과 개념도 있어야 하는데 과대 포장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편 아트테이너라고 해도 미술대학을 다닌 백현진·나얼·박기웅 등에 대한 비판은 덜하다. 제도권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연예인 화가들을 ‘백화점문화센터 수강생 수준의 그림’ ‘중학생 실력’ 등 혹독하게 폄훼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런 사태는 결국 ‘비전공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예인 화가들의 작업이 언론에 의해 과대 포장되는 것도 문제, 미술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작업 활동을 무시하는 발언도 문제다. 이 같은 폄훼 저변에는 ‘자격 없는 이들이 미술시장에 자꾸 들어와 내 밥줄을 빼앗는다’는 박탈감이 깔려 있기도 하다. 그러나 미술대학을 안 나와도 탁월한 완성도의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부지기수다. 물론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 이론과 실기 등의 커리큘럼을 소화하고, 미학과 예술학을 배우는 것은 유의미한 과정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작가는 학력이 아닌 ‘작품’으로 말하는 것이요, 계급장 떼고 온전히 작품의 독창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이 같은 평가는 작가가 아니라 비평가들이 맡아야 할 영역이다.
현재 국내에는 미술비평이 자취를 감춘 지 오래고, 건설적 담론도 생성되지 않고 있다. 연예인 화가의 득세로 미술대학을 나온 전업 화가들의 자리가 날로 좁아진다는 비난보다 건설적 비평과 담론 창출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미술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세계는 한국 문화예술에 주목하고 있고, K-아트도 국제 무대를 향해 더욱 진격해야 하는데 소모적 비난만 되풀이해선 누구에게도 득 될 게 없다.

이영란 《뉴스핌》 편집위원, 미술 칼럼니스트 | 사진 제공 엠에이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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