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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11월호

장애예술 아닌, 예술입니다 특히 동시대 예술입니다 잠실창작스튜디오 12기 입주작가 기획전

사람은 구름을 보며 몽글거리는 아이스크림을 떠올리기도 한다.
분명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구름임을 알고 있어도 말이다.
이런 심리 현상을 일컬어 그리스어의 합성어 파레이돌리아Pareidolia, 변상증라고 한다.
장애인 올림픽 패럴림픽Paralympic에도 쓰이는 Para는 ‘나란히’ ‘함께’라는 의미를 지녔고,
그 뒤에 붙는 eidolon이 변형한 단어는 ‘이미지’ ‘형태’를 뜻한다.
지금 소개하는 전시는 동시대 예술을 바라보며 ‘장애예술’을 떠올리고 있지는 않은지 되묻는다.

전시 <나란히 함께, 이미지 형태 PAREIDOLIA> 전경

전시 <나란히 함께, 이미지 형태 PAREIDOLIA>(JCC아트센터, 10. 14~11. 3)는 잠실창작스튜디오 12기 입주작가 12인의 작품 6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가 특히 흥미로운 건 12인의 작가가 아닌, 그 두 배 이상의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 전시를 즐기는 팁! 쉽지는 않겠지만 잠시 리플릿은 접어두고 참여 작가가 몇 명인지 맞혀보면 좋겠다. 사전 정보가 없었다면 필자도 틀렸을 것이다. 그런데 이 틀림은 발칙하게도 정교하게 설계된 듯하다. 종종 전시에서 좋은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때가 있는데 이 전시는 그 설계에 감탄하게 만든다.
2021년 장애예술에 대한 중요한 두 전시를 손꼽을 수 있다. 북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된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가 예술가의 존재 증명을 위한 작가적 공력 축적을 여실히 보여줬다면 <나란히 함께, 이미지 형태 PAREIDOLIA>는 예술가에 대한 인식의 담론을 구성할 때 따르는 선입견을 점검하게 만들고, 비평 개념의 협소함에 대한 반성을 불러일으킨다.
전시는 2021년에 작가들이 보낸 시간에 대한 성실한 고증과 축하를 전하고, 더불어 더는 미룰 수 없는 장애예술을 둘러싼 담론을 쟁점으로 다룬다. 긴박한 쟁점이 시각화됐다고 반추한 이유는 전시 공학을 통해 전해지는 바가 있어서다. 이는 작품 선별에서 작업의 결을 일관적으로 수렴하지 않고 여러 갈래의 가능성을 준비한 결과다. 또한 작가와 작품을 각각 분리하거나 겹쳐 리듬감 있게 배치했는데 관객이 다채롭게 조우하게 만드는 작품 배치가 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또 전시장 벽면을 따라 평면적으로 배열될 수도 있을 작품 배치를 가벽과 부조 형태의 박스로 덧대거나, 같은 층 전시장이나 분리된 전시장 안에서도 작품을 나눠 배치해 의미를 확장한다.

예술은 예술이다. 수식어는 선입견일뿐

전시 기획 의도에서 밝히는 파레이돌리아의 의미는 ‘특정 사물이나 현상에서 일정한 질서를 발견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인식 행위’다. 전시 기획자 김선옥은 파레이돌리아의 개념을 확장해 이를 이중의 의미로 해석하기를 제안한다. 첫 번째, 작가들의 작품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다양한 관점으로 읽어보기. 두 번째, ‘장애예술’을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인식 오류에 의문을 제기하기.
필자는 이 전시에서 다양성을 눈으로 직접 봤다. 전시가 참여 작가의 작품 세계가 지닌 다양성을 드러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면 일차적으로 성공했고, 나아가 이 전시는 작가 개인뿐만 아니라 장애예술의 다양성을 향해서도 우직하게 움직인다. 특히 장애예술을 고정관념을 가지고 바라보는 인식 오류를 꼬집어 말하는 데에서 장애예술에 따라붙는 비평 개념의 협소함을 환기한다.
장애예술 비평에서 자주 언급되는 언어는 강박적 반복, 원시적 표현 충동,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 환상성 등이 있다. 아무리 이 개념이 사전적 정의 이상을 내포하고 정상과 비정상의 구별 짓기에 대한 반성적 사유를 통해 제시된다고 할지라도 협소할 뿐만 아니라 비평가의 직무 유기를 의심할 대목이다. 기획자는 잠실창작스튜디오 12기 입주작가로부터 ‘다원예술’을 간취해 냈다고 하는데 앞서 언급한 다원성과 포개어지는 의미라고 추측한다.
필자는 올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장애미술기관에서 예술인들을 만났다. 함께 사업에 참여한 작가로부터 장애인 작가에게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해요?”라고 질문하니 모두 망설임 없이 “네”라고 답하더라는 얘기를 들었다. “좋아하는 일에 두 가지 마음을 갖지 않는 작가님들이 정말 부럽고 훌륭하다고 생각했어요”라는 파견예술가의 소회도 전해 들었다. “저는 아티스트입니다”라고 또렷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작가들은 이미 동시대 미술에서 자기 몫을 하고 있다. 이들의 이름과 자리를 알리는 <나란히 함께, 이미지 형태 PAREIDOLIA>는 이들이 누구와 함께, 어떤 이미지 형태와 함께 하고 있는지 담담하게 증명한다.

김현주 독립큐레이터 |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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