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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6월호

비전화공방서울 비전화카페 바라는 삶을 사는 힘
비전화카페는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다. 노 플러그, 노 와이파이라니, 노 자가 놀랄 노 자가 아닌가 싶다. 효율성, 생산성, 편리성 모두 떨어지지만 방문객은 꾸준히 늘어간다.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이 공간에 담긴 얘기를 비전화제작자인 만남지기와 카페지기에게 들어봤다.

1 비전화카페 외부 전경.

플러그를 뽑은 후 펼쳐질 가능성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 자리 잡은 비전화공방서울의 모체는 일본 도치기 현 나스에 위치한 비전화공방이다. 창립자이자 발명가인 후지무라 야스유키의 철학이 오롯이 깃든 이곳은 ‘에너지와 돈에 의존하지 않고, 지속하면서 자립적인 삶의 방식을 시민에게 제안한다’는 가치를 두고 있다.
비전화공방서울에는 매년 12명의 비전화제작자들이 입주한다. 그들은 샘솟는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다양한 결과물을 만든다. 한 달 중 일주일은 ‘센세’(그들은 후지무라 야스유키가 있든 없든 센세라고 한다)와도 소통한다.
특별한 기술관을 가진 센세는 일본 비전화공방과 한국 비전화공방을 오가며 우리의 삶에 선택지를 준다. 그에게 기술은 자립하는 삶의 방식을 알려주는 것이다.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기술로 인해 동료가 늘든지,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든다든지, 자기 삶에서 힘이 생긴다든지, 풍요롭고 아름다운 라이프스타일로 연결될 때 빛이 납니다. 비전화공방이 추구하는 기술은 바라는 삶을 누구나 구현할 수 있는 손쉽고 친절한 기술이어야 합니다.”(후지무라 야스유키)
센세의 가르침을 받았고, 받는 비전화제작자들은 워크숍에서 비전화 제품을 공개한다.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과 의견을 공유하며 좀 더 나은 형태를 만들기도 한다. 워크숍은 물건을 팔기 위한 장이 아닌, 그들의 말을 빌리면 ‘동료’를 찾는 만남의 장이다.
자립의 힘을 배운 비전화제작자들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한다. 한 달 생활비를 계산하고 자급자족할 수 있는 부분과 그럴 수 없는 부분을 나눈다. 수요자와 공급자를 넘나들며 얻은 것은 (일을)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는 것, 일과 생활과 놀이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내가 좋아서 만들어낸 결과물이 삶의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 플러그를 뽑은 후 펼쳐질 가능성을 상상해보는 일. 비전화제작자들은 그렇게 산다.
“바라는 삶은 자립이 전제되어야 가능합니다. 이때 자립은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가는 삶의 방식을 택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기에 삶의 방식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비전화공방을 통해 사회를 아름답게 가꿀 청년들의 성장을 기대해봅니다.”(후지무라 야스유키)

2 비전화카페에서는 매일 핸드로스팅한 원두로 사이폰 커피를 내린다.
3 비전화카페 내부 전경.

지기(知己)들과 함께하는 공간

비전화카페도 이런 활동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전기 없는 카페는 지난해 11월부터 시범 운영됐다. 도시에서 마주하기 힘든 외관에 매료되어 들어온 손님들은 반(半)원시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음료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불편함에 당혹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 속에 담긴 가치와 철학을 알면 금세 동료가 된다.
공간을 지키는 카페지기는 네 명이다.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한명씩 교대로 카페를 지킨다. 이런 근무 방식 역시 비전화공방의 센세 후지무라 야스유키의 가치에 부합한 것이다.
비전화제작자들이 만든 물건 중 카페에 비치된 비전화정수기는 인기와 활용도 면에서 단연 최고다. 투명한 유리병에 잘게 썬 야자껍질활성탄을 채운 뒤 수도꼭지에 연결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야자껍질활성탄이 정수 기능을 하는 것이다. 카페 메뉴 중 흰민들레 커피는 비전화제작자 중 카페인이 몸에 받지 않는 이가 개발했다. ‘커피를 즐기는 감성을 느껴보고 싶다’가 제조 이유다. 이런 사소한 것이 비전화공방에서 이루어지지만 제작자들은 비전화제습기, 비전화정미기, 태양열식품건조기 등 꽤나 복잡해 보이는 것들도 만든다. 그중 방사선 스펙트로미터는 식품과 물, 흙의 방사능 오염도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분석하는 기계다. 일본 비전화공방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보급한 것을 활용해 비전화공방서울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제품들은 전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뛰어난 기능과 효율성을 자랑하는 것들도 많다.
비전화공방서울에서 제작자들이 만든 제품과 그들의 활동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이런 활동이 일시적으로 끝날지 또 다른 선택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우선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

글·사진 전주호_서울문화재단 홍보팀
사진 제공 비전화공방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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