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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6월호

쉐어 프로젝트: 실험실실험은 공간을 통해 구체화된다
‘쉐어 프로젝트: 실험실’(이하 실험실)의 전신인 ‘쉐어 프로젝트: 빈방’(2014~2015, 이후 ‘실험실’로 개칭됨)이라는 명명에서 알 수 있듯, 실험실은 서교예술실험센터(이하 서교)의 빈 공간을 예술가들의 실험 장소로 공유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현재 실험실은 서교를 1~4호실로 나눠 진행된 1차의 4팀을 거쳐 2차 4팀의 실험을 실행할 예정이다. 예술 작업의 시작은 어떤 상상이나 생각, 구상으로부터 가능하지만, 실제 이것들이 구체화되는 건 물리적 공간이 담보되면서부터이다. 그리고 그 실현은 상상 그대로의 형태가 아닌, 그 상상으로부터 미끄러지는 수많은 시도 끝에, 아마도 또 다른 상상과 함께 찾아오기 마련이다.

과정을 지원하는 서교 공동운영단

우리가 맞이하는 전시·공연·퍼포먼스 등의 형태는 사실 그것들이 펼쳐지기 전 설치·연습·적용 등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해당 공간에서 그만큼 여분의 시간이 요구되는 것이다. 실험실이 특이한 건 그 결과를 펼쳐내는 공간만이 아닌 그 과정 자체를 하나의 결과 값처럼 존중하고 지원한다는 것이다. 과정을 지원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또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 그전에 서교에는 공동운영단이라는 독특한 민관 거버넌스의 운영 시스템이 있다. 거버넌스란 기존의 일원화된 국가/공공기관의 시스템이 아닌 그 바깥의 다른 사회 구성원들이 참여 가능한 수평적 의사결정 체제를 말한다. 여기서 의사결정 단계는 조금 더 복잡해지는 대신, 잘 반영되기 어려웠던 시민(예술가)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수렴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난다.
공동운영단은 2013년 이후 민간의 문화예술 기획자, 예술가 등으로 이뤄진 6명이 서교의 매니저 1명과 함께 활동해오고 있다1) 이들은 몇 개의 팀을 이뤄 여러 기획 사업을 꾸리는데, 실험실에서 공동운영단은 사전에 서교의 제반 상황과 공간 등 여러 조건을 검토하여 작업자의 입장에서 그 과정이 잘 구현되도록 돕고자 한다. 곧 실험실은 예술가의 실험인 동시에 그것들을 관찰하고 판단하는 공동운영단이라는 기획자의 보이지 않는 실험이기도 하다. 작년 실험실이 작업자에게 사진 아카이빙을 지원했다면 올해는 사진에 리뷰 또는 비평이라는 선택지 하나를 더해 지원한다. 작업자는 둘 중 자신에게 더 필요한 항목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과정형 작업임을 고려해 작업과 매칭된 필자는 작업자와 중간 과정에서 이야기를 한 차례 나누고 글을 작성하게 된다. (이는 이후 서교 온라인 카페에서 확인 가능하다.)

1 1차 1호실, 창작집단 씨비엠의 작업.
2 1차 2호실, 시각예술가 원익X유재의 실험 과정.

서교의 네 공간에서 진행되는 실험들

실험 과정은 서교의 각기 다른 네 공간에서 진행된다. 가령 2호실로 명명된 예술다방과 전시장은 전시장 앞 출입구를 통해 오가는 사람들, 누구나 무료로 사용 가능한 예술다방에서 자기 시간을 갖는 사람들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곧 여기서 실험은 밀폐된 과학 실험실의 단독적인 실험이 아닌, 예상치 않은 사람들까지의 관계를 노정해야 한다. 더군다나 1호실로 명명된 서교 바깥의 작은 큐브형 건물인 아트 인포는, 홍대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관객이 될 수 있다. 반면, 3호실로 명명된 지하 다목적실은 조금 더 조용하거나 시끄러운 실험이 가능하다. 4호실의 2층 세미나실은 올해 첫 시도되는 공간으로, 기존 사무적인 공간의 새로운 쓰임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
이미 진행된 1차(5. 9~5. 27)의 4팀을 보면, 표정에 대한 학습과 훈련을 통해 감정의 인지 구조를 이해하고 또 소통의 가능성을 쌓는 창작집단 씨비엠의 작업이 바깥 아트 인포에서 구현되며 지나가는 관객들을 맞았다. 또 시각예술가 원익X유재 팀은 배산임수 형태의 구조물을 전시장에 구성해 풍수와 같은 일상의 신념 체계를 환기시켰는데, 작업 앞에 테이블을 놓아 관객이 직접 작업을 마주하게 했다. 두 작업이 공간의 성격과 맞물려 조금 더 관객에게 열려 있었다면, 나머지 두 작업은 조금 더 은밀하게 진행되었다. 먼저 이현주 작가의 지하 다목적실의 작업이 여러 다른 투명한 스크린 오브제들로 공간을 구성하는 가변형 전시 형태를 만들어갔다면, 이민아, 최소영으로 이뤄진 MS World는 세미나실에서 해외 시각예술가들을 인터뷰해 아카이빙하는 네트워크 플랫폼을 일시적으로 만들어냈다.
2차(5. 30~6. 17)로 시작되는 4팀을 보면, 김윤하 작가는 1호실에서 두 가지 소리가 겹쳐질 때 하나의 소리가 다른 소리에 가려지는 현상에 주목해 이를 관객이 체험하고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박미량 작가는 2호실에서 나팔과 유사한 소리가 나는 지하철 특정 구간의 지형을 참고하여 여러 관객이 참여해 소리를 낼 수 있는 대형 피리를 만들 예정이다. 한편 먼저 작곡가, 물리학자, 영상 작가, 안무가, 바이올린 연주자가 모인 팀 ‘며칠간의 실험실’은 각자의 매체를 통해 현실 데이터를 수집·변환하고 결합하는 며칠간의 실험을 거쳐 이달 16일, 3호실에서 쇼케이스를 펼친다. 권아람 감독과 이성직 연출로 구성된 팀은 4호실에서 다양한 문화 주체가 구성했던 예전 신촌공원을 당시 퀴어의 증언 수집을 비롯한 리서치 과정을 토대로 배우들이 새롭게 재현하도록 할 예정이다.
총 8팀의 면면을 보면, 장르나 영역이 한정되지 않고 때로는 혼종되어 있다, 마치 공동운영단 6명의 활동 분야가 제각각이며 서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활동이 매우 다양한 것처럼. 실험실이 궁금하다면 작업자들의 실험 기간 내 수시로 서교를 방문해보면 어떨까. 단 조심스럽게 이들의 과정을 지켜보자!

  1. 2019년 공동운영단은 큐레이터 김맑음과 노정화, 연출가 김미현, 예술 비평가 김민관, 시각예술가 불나방(남하나), 음악가 성진영, 그리고 서교를 총괄 관리하는 매니저 정경미, 이상 7명이다.
글 김민관_서교예술실험센터 공동운영단 7기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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