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문화+서울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사람과 사람

11월호

출범 1년 관악문화재단의 지역특성화 사업일상의 시공간을 번역하는 예술가와 재단의 만남
관악구는 20~30대 청년 인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자 젊은 예술인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기도 하다.
1960~70년대의 흔적과 함께, 멀게는 고려 시대의 역사 유산이 남아 있는 이곳에 드디어 지난 2019년 8월 관악문화재단이 출범했다. ‘지역특성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많은 첫해, 현대무용가 김설진과 함께 기획한 <스토리 인 관악>은 지역의 일상을 자연스레 담아내며 그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했다.

1 2020 자치구 문화예술콘텐츠 특성화사업 <스토리 인 관악> 촬영 현장(연출 김설진)
1년 차 자치구 문화재단의 무한도전
관악은 청춘(靑春)이다. 청년 인구 비율 전국 1위, 50만 관악구민 가운데 42%가 20~30대이고, 서울에서 성북구, 마포구에 이어 세 번째로 예술인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임차료가 저렴해 예술인들이 작업실이나 자취방을 얻기 수월하다. 또 2호선을 타고 강남, 홍대 앞, 성수 어디든 30분 내에 갈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점 덕분이기도 하지만, 어디 그뿐이랴. 서울대 인근 대학동에 형성된 고시촌의 빽빽한 다세대주택과 상점, 봉천천 주변에 자리한 점성촌의 휘날리는 깃발들, 1960~70년대 이주민들의 애환이 담긴 오래된 가옥 등. 서울 답사가 김시덕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관악구는 ‘도시화석’이 곳곳에 보물처럼 숨어 있는 곳이다. 게다가 고려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간직한 관악구의 강감찬 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 예비문화관광축제에 선정되며 관악구가 역사문화도시임을 보여준다. 조선의 역사에 익숙한 우리에게 고려 문화는 어쩐지 생경하고 낯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려부터 현대까지의 낯설고 서로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런 모습이 오히려 예술인에게는 영감과 매력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이러한 관악구에 2019년 8월, 드디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후발 주자로 관악문화재단(대표이사 차민태)이 출범했다. 이미 서울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많은 기초자치단체 문화재단이 설립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관악문화재단은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라는 영화 제목처럼, 그 누구의 무엇도 아닌, 오로지 관악에서만 가능하고, 관악에서만 상상할 수 있는 무엇, ‘관악스러움’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차민태 대표이사는 재단 출범 이후 지금까지 매일 재단 직원들과 이 주제로 토론하는 동시에 관악구청(구청장 박준희) 문화체육관광과를 비롯해 구청장, 구의원들까지 부지런히 만나고 소통했다. 정해진 답이 없고 예산도 풍족하지 않지만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은 동일했기에 한마음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다고 차 대표는 고백한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 올해 총 32개 사업, 11억 원 이상의 외부 재원을 유치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는 관악문화재단의 노력도 있지만, 서울문화재단을 비롯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지역문화진흥원 등 유관 기관에서 자치구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고민과 애정을 담은 많은 사업을 기획하고 기회를 열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치구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지역문화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으로 시작하는 수많은 공모사업이 이를 보여준다. 사업 방향은 자치구 자원의 고유성과 지역의 연계성을 반영하고, 지역의 고유한 콘텐츠를 발굴하거나 제작하는 것이니 아마도 ‘○○스러움’을 찾아내려는 고민은 비단 관악문화재단만 하는 것이 아닐 게다.

2 관악구 삼성동 전통시장 입구. 현대무용가 정시연(Waackxxxy)

지역의 일상을 춤으로 번역하다
관악문화재단은 서울자치구문화재단연합회(회장 김용현, 이하 서문연)에서 주관하는 ‘2020 자치구문화예술콘텐츠 특성화사업’에 선정돼 현대무용가 김설진과 함께 <스토리 인 관악>을 기획했다. 이 사업은 서문연이 지역문화 진흥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각 자치구의 역사문화 콘텐츠와 지역문화 콘텐츠를 결합해 고유한 문화예술 콘텐츠 제작을 목적으로 한다. ‘콘텐츠 특성화’라는 문구가 들어가는 사업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재단 담당자들은 새로운 기획서를 쓸 때마다 ‘특별한’ 콘텐츠를 찾느라 진을 뺀다.
김설진과 <스토리 인 관악>을 기획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김설진과 함께 관악구 일대를 걷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관악구엔 대형마트가 없고 각 동에 재래시장만 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곧 철거를 기다리는, 이끼와 담쟁이로 가득 찬 벽면의 주택들을 만났다. 2020년이라는 시간도, 서울이라는 공간도 실감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보편적 시공간이란 무엇일까. ‘보편’을 정의할 수 없다면 ‘특별한 것’ 역시 정의할 수 없지 않을까. 정해진 답, 즉 정답이 없는 우리 일상을 마주하며 예술가 김설진과 신진 예술가 8명은 관악구에 펼쳐진 저마다의 일상을 그들의 언어인 춤으로 번역해 영상에 차곡차곡 담았다. 그들은 행인과 트럭이 지나다니는 시장 골목 한가운데에서, 재활용품 수집소 앞에서, 점성촌 골목 간판 밑에서 춤을 췄다. 이들의 춤을 담은 2분 남짓한 9편의 영상을 보면 의상도, 몸짓도, 배경이 되는 동네와 행인도 모두 이질적이고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9개의 각기 다른 춤과 공간은 전통악기 단소를 사용한 하나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 삶의 시공간이 서로 다르지만 하나로 어우러져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스토리 인 관악>영상은 재단 유튜브 채널과 QR코드 전시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모든 지역이 저마다의 특별함을 찾는 지금, ‘지역 특성화’ 콘텐츠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자칫 너무 평범하거나 비루해 주목하지 않던 우리 일상의 풍경을 주목해 보자. 그리고 그것을 예술의 언어로 번역해 주는 예술가들을 만나보자. 그들의 언어가 우리의 시선을 바꾸고 우리 일상을 특별하게 바꾸어줄 것이다. 그것이 예술의 힘이고, 그것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 지역 재단이 해야 할 진정한 역할이 아닐까.
글 양지원_관악문화재단 기획조정팀장
사진 제공 관악문화재단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