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문화+서울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사람과 사람

6월호

온라인 공연 <원 월드: 투게더 앳 홈 (One World: Together At Home)>과
<모멘트 뮤지컬(Moment Musical)>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인류를 위한 희망가
2020년을 살고 있는 인류는 국가와 인종을 초월해 모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 지역에서 처음 보고된 감염병 ‘코로나19’는 세계 전 지역으로 번지며 총성 한 발 없이 30만 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갔다. 사그라지지 않는 확산세와 폭증하는 사망자에 감염병과 인류의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비유까지 나올 정도다. 인류의 일상은 멈췄고, 예술은 사치가 된 시대다. 그럼에도 예술은 인류를 위로하는 길을 찾았고, 위기 상황 속에 존재 이유가 다시 빛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원 월드: 투게더 앳 홈>

2020 라이브 에이드, 고립된 세계를 연결하다 <원 월드: 투게더 앳 홈> | 4. 18 | 유튜브 등 온라인 생중계

코로나19는 세계 대부분의 공연장 문을 걸어 잠그게 했다. 세계 연극·뮤지컬의 양대 산맥 영국 웨스트엔드와 미국 브로드웨이는 장기간 공연장 폐쇄를 결정했고, 콘서트홀을 지키던 오케스트라는 저마다의 고향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대를 잃은 공연예술계는 곧 온라인이라는 공간으로 눈을 돌렸다. 이제는 공연의 익숙한 한 형태로 자리 잡은 ‘방구석 콘서트’와 같은 온라인 공연이 시작됐고, 콘서트홀에서 관객 없이 생중계로 세계에 영상을 내보내는 연주회도 나오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온라인 공연 중에서 특히 인상적인 공연이 있다. 장르의 경계를 넘어 세계 각지를 연결해 진행한 초대형 자선 콘서트 <원 월드: 투게더 앳 홈>이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와 롤링 스톤스를 비롯해 엘튼 존·스티비 원더·셀린 디온·테일러 스위프트·빌리 아일리시 등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최고 인기 가수들이 총출동했다.
세계적인 팝스타인 레이디 가가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전 세계 의료진을 응원하고, 세계인들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촉구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및 글로벌 시티즌(Global Citizen)과 함께 온라인 공연을 기획·개최했다. 미국·영국·멕시코·인도·한국 등지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 중인 세계의 가수들을 영상으로 연결해 8시간 동안 릴레이로 콘서트를 벌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폴 매카트니는 연주와 노래에 앞서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적인 위기입니다. 우리는 이것과 싸우기 위해 함께 모여야 합니다. 우리의 지도자들에게 전 세계의 건강관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합시다. 그래야 이런 위기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라며 세계 정상들의 적극적인 대처와 세계인의 연대를 촉구했다. 매카트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간호사였던 어머니에 대한 추억도 소개하면서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을 향해 “당신들이 진짜 영웅”이라고 덧붙이며 <레이디 마돈나(Lady Madonna)>를 열창했다.
공연은 유튜브 등을 통해 세계에 생중계됐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와 빌 게이츠 부부, 데이비드 베컴 부부, 오프라 윈프리 등도 자택에서 찍은 영상 메시지로 동참했다. 8시간 온라인 공연에 5,000만 달러(약 608억 원)가 넘는 기부금이 모이며 1985년 아프리카 난민과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 개최한 대규모 자선공연 <라이브 에이드(Live Aid)> 2020년 버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도이치 그라모폰 유튜브 채널의 온라인 무관중 연주회 <모멘트 뮤지컬>에서 연주하는 조성진

거장과 신성이 손끝으로 전하는 위로와 희망 <모멘트 뮤지컬> | 3. 28~ | 도이치 그라모폰 유튜브 채널

한국 시각으로 지난 4월 20일 오전 1시 30분.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시민이 안부를 묻는다. 이에 스페인 마드리드 시민이 답하고 미국 오리건·일본 오사카·대한민국 서울 등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인사를 건넸다. “모두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이 순간만큼은 음악으로 희망을 얻자”라는 말이 이어졌다.
코로나19로 세계의 공연장이 문을 닫은 이후 지구촌 클래식 팬들이 주기적으로 모이는 공간이 생겼다. 세계 최고 권위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의 유튜브 채널이다. 이날은 클래식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자가 아닌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섰다. 명지휘자의 연주는 그 자체로 특별한 선물이었다. 바렌보임은 관객 한 명 없는 텅 빈 베를린 피에르 불레즈 홀에 앉아 약 33분간 프레데리크 쇼팽의 음악을 선사했다.
도이치 그라모폰이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기획한 온라인 무관중 연주회 <모멘트 뮤지컬>은 매주 세계적인 연주자의 공연을 실시간(지연 생중계)으로 세계에 전하며 음악과 예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비록 유튜브 화면으로 만나는 공연이지만, 이 시간만큼은 전염병에서 오는 슬픔과 우울은 사라지고 얼굴도 모르는 세계의 시민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코로나19 이후 일상을 되찾은 삶을 이야기한다. 음악과 연주자는 이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희망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 시리즈의 백미는 지난 4월 26일 베를린 마이스터홀에서 진행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회다. 바렌보임의 바통을 이어받은 조성진은 최근 발매한 앨범 <방랑자(The Wanderer)> 수록곡 베르크 <피아노 소나타, Op.1>과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 등을 연주하며 시대를 위로했다. 이날 공연은 4만 8,000명이 넘는 관객이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도이치 그라모폰은 지난 5월 15일에는 한국인 소프라노 박혜상을 <모멘트 뮤지컬>의 6번째 아티스트로 무대에 올렸고,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꾸준히 온라인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글 박성국_《서울신문》 기자
사진 각 유튜브 갈무리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