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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호

없어지기 위해 존재하는 이름, 장애인의 날 기념 토론회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국회 김예지 의원실과 함께 토론회를 진행했다. ‘장애예술인의 몸짓·무용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는 장애인의 몸짓과 움직임에 대한 편견을 넘어 하나의 ‘예술’로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이 행사에는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피아니스트인 김예지 국회의원을 비롯해 2020년 재단의 장애·비장애 문화예술 동행 프로젝트 ‘같이 잇는 가치’에서 초연된 <무용수-되기>의 연출가 라시내가 기조 발제를 맡았다. ‘동시대 장애예술의 미학적 가능성, 김원영×프로젝트 이인 <무용수-되기>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발제는 장애예술은 무엇인가로부터 출발해, 결국 장애예술의 과제는 동시대 예술의 과제 그 자체라는 이야기로 결론을 맺었다.
‘장애예술’이라는 단어 자체는 과도기적인 성격이 있다. 이날 발제에서 라시내 연출이 지적한 것처럼 ‘작업의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무엇을 지향하느냐’에 따라서 장애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180도 달라진다. 그뿐만 아니라 예술이면 예술이지 ‘왜 ‘장애’예술인가?’ 하는 질문도 있다. 우리가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장애예술창작센터로 창작공간의 명칭을 변경하며 가진 고민과 충돌도 그중 하나였다.
잠실에서 대학로로 공간을 옮기며 내외부로 토론이 오갔던 것은 ‘장애예술’을 전면에 드러내는 문제에 관해서였다. 사실 우리 센터의 경우 ‘서울장애인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장애’를 떼고 ‘잠실창작스튜디오’로 변화한 맥락이 있기에 다시 ‘장애’를 간판(?)에 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도기적으로 장애예술이라는 말을 굳이 사용하는 이유는 “범범주를 명시하지 않는 것은 자칫 존재하는 차별과 불평등을 은폐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우리는 ‘인종과 상관 없이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고 말하기 위해서,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All Lives Matter’가 아니라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고 외쳐야 한다. 전자의 경우 인종의 맥락을 감추고 오랫동안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 자행된 폭력의 유구한 역사를 삭제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장애예술을 ‘장애예술’이라 명명하는 일에는 소수자 정치의 전략적 차원에서 분명한 의의가 존재”(라시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애’를 굳이 소거해야 했던 15년 전 상황과 지금은 달라졌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회의 주제와 같이 장애인의 표현은 그 자체로 고유하게 독창적인 지점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비장애 중심적이고 능력주의를 우선하는 예술계 안에 새로운 시선으로 예술을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장애예술은 ‘아직’ 유효하다는 잠정적 결론을 내린다. 그것 자체가 장애예술의 동시대적 가치다.
우리 센터 직원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의 목적은 없어지는 것이라고. 굳이 ‘장애예술’이라는 테두리를 칠 필요 없이, 차별이 은폐되는 일 없이 다양한 표현 방법과 감각이 드러나는 예술 자체로 존재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이승주 서울문화재단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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