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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9월호

극장을 산책하는 몸

가상공간으로 옮겨간 극장을 상상해 보자.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예술가가 여러 형태의 가상극장에서 온라인 공연을 시도했다. 시간과 역사가 배제된 가상공간, 그렇다고 신도시처럼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기에 앞선 플랫폼도 아닌 인터넷에서 개발됐다 사라지는 ‘극장’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고 기억하며 경험할 수 있을까? [춤in]에서는 가상공간에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오영진, 이혜원 프로듀서와 매체 미학자 심혜련 교수를 만나 가상극장의 여러 사례를 놓고 대화했다.

오영진 프로듀서가 기획한 〈에란겔: 다크투어〉의 마지막 장면(ⓒ가상정거장)
〈에란겔: 다크투어〉는 〈배틀그라운드〉 게임 공간에서 이뤄진 퍼포먼스로, 두 층위의 관객이 있다.
가상공간의 접속자는 관객인 동시에 특정한 동작을 수행해야 하는 퍼포머이며, 이 게임을 유튜브로 관람하는 사람은 접속자와는 또 다른 관객이다.

기존 극장에서 무대에는 행위자, 객석에는 관객이 위치하며 이 두 공간은 행위하는 공간과 관람하는 공간으로 분리된다. 물론 컨템포러리contemporary작품에서는 이 두 공간의 경계를 지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극장에서 행위하고 보는 방식은 가상공간으로 넘어왔을 때 달라진다. 퍼포머와 관객의 역할이 모호해지며 시간예술의 공연은 가상공간에서 관객의 행위로 지속될 수 있다. 즉 관객이 움직이지 않고 이동하지 않으면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으며 시간 또한 정지한다. 이는 관객의 움직임으로 가상에 설계된 작품이 반응했을 때 작품의 의미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가상공간에 접속한 관객은 기본적으로 공간을 탐구하고자 하는 욕망이 크다. 그렇기에 작가가 설정해 놓은 퍼포먼스 공간으로부터 관객은 기본적으로 돌아다니며 가상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자 한다.

“초창기에 사이버 스페이스라고 했다면 최근에는 그 말 대신 텔레폴리스telepolis 또는 사이버 메트로폴리스cyber metropolis라는 개념을 쓰면서 확장된 도시를 이야기합니다. 저는 그런 공간에서의 산책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공간을 탐색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관객의 관객, 그들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바로 1920~1930년대 대도시를 관찰했던, 벤야민의 용어로 말하면 ‘플라뇌르flaneur, 산책자’거든요. 가상공간에서의 플라뇌르를 우리가 퍼포머 못지않게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심혜련 전북대학교 과학학과 교수

가상공간을 일종의 확장된 도시 개념으로 보며 그곳에서 산책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연예술가는 무대의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질까? 특정 프레임 안에서 일상을 들여다보는 행위, 프로시니엄proscenium,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는 액자 모양의 건축 구조의 무대, 무대를 해체한 비디오의 프레임, 그리고 3차원의 가상공간이 있다. 3차원의 가상공간 또한 또 다른 프레임일 것이다. 그러나 3차원의 가상공간이 액자 형식의 2차원 무대와 카메라 앵글에 담긴 2차원 모니터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전통적 영화나 공연예술은 프레임이 있어요. 무대 안에서만 활동해야 하고 영화 또한 감독의 미장센 안에서만 행동이 이뤄집니다. 나머지는 가벽, 가짜 무대잖아요. 물론 가상공간도 가짜지만 어떤 의미에서 진짜인 것은 이 공간은 작동하고 있는 객체라는 점입니다. 여전히 존재하며 뒤돌아서도 물리법칙이 작동되는 코드적 객체이기에 전통적 공연예술이 가상화된다고 할 때 프레임 바깥의 세계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읽을 때, 주인공이 거주하는 하숙집에 대해서만 읽히잖아요. 그렇다면 하숙집 전체 구조는 어떨까요? 옆방에는 누가 살았을까요? 하지만 나머지는 소설 안에서 중요하지 않지요. 주연과 조연의 세계만 조망하면 되는데 이 게임적 공간, 가상적 공간에서는 바로 옆에 누가 사는지를 구현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그리고 그 공간이, 그 세계의 진실성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그 공간에 누군가가 존재하고 있고 살고 있다는 사실이 이 공간에 대한 굉장한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에요.”
오영진 프로듀서

주변 공간이 중심 공간의 캐릭터성을 부여하며 관계성에 의해 가상의 월드가 만들어진다. 무용의 역사에도 무대를 벗어나 무대가 아닌 일상 공간에서 열리는 공연이 있다. 가상공간이 코로나19 팬데믹의 대안으로 부흥되기도 했으나 대안이 아닌 무엇이든 설계할 수 있는(마치 영화 〈트루먼 쇼〉처럼) 자유로 작동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상공간이 탈장소적 공간으로 등장했음에도 또 다른 장소특정형 장소로 자리매김하는 현상도 살펴볼 수 있었다. SKT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공연을 제작해 본 경험을 이혜원 프로듀서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실제 극장 무대의 개념을 해체시킨 것이 장소특정형 공연이었던 것처럼 VR도 마찬가지예요. 퍼포머와 관객의 이동은 뮤지컬에서의 무대전환처럼 중요한 영역이에요. 이번에 이프랜드에서는 말하는 사람만 단상 위에 올라가도록 현장에서 컨트롤하더라고요. 오프라인 공간과 똑같이 운영되다 보니 그게 어떻게 디지털에서 의미가 있겠어요? 공간의 전환은 마치 컷의 전환처럼 중요해요.”
이혜원 프로듀서

가상공간은 어떤 공간이어야 할까? 가상극장에서는 어떤 경험이 이뤄져야 할까? 그것보다, 극장은 무엇이어야 할까? 기술 개발에 앞서 예술적 사유와 고전적 질문이 가상 세계에서도 이어져야 할 때다.

양은혜_웹진 [춤in] 편집장

※본 원고는 지면 관계상 편집되었습니다. 원문은 웹진 [춤:in]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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