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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호

책 《우한일기》와 《1984》 시민의 자유와 사생활, 통제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팬데믹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거리를 거닐거나 친구를 만날 자유가 박탈된 지 두 해째가 되면서 사람들은 우울감과 외로움으로 지쳐가고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당장 생존 문제에 직면했다. 백신 수급을 포함한 종합적 방역 대책에 틈이 생긴 가운데 통제만 강조하는 게 해법일지 의문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안전과 자유의 균형을 생각할 시점에 읽을 만한 책 두 권을 골랐다.
‘중국의 양심’이 폭로한 우한 봉쇄의 참상 《우한일기》 | 팡팡 지음, 조유리 옮김 | 문학동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해 세계로 퍼진 코로나19가 지구촌 전체를 어둠으로 몰아넣은 지 2년이 돼간다. 중국은 사태 초기 전염성과 증상이 심각할 것이란 정보를 자국민은 물론 다른 나라에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그 피해는 이웃 국가로 번졌다. 특히 중국 당국이 당시 춘절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고 엄청난 수의 중국인이 세계 곳곳으로 쏟아져 나가는 걸 허용하자 바이러스는 전 세계에 퍼졌다.
코로나 발생 초기 우한은 말 그대로 생지옥이었다. 중국 공산당은 인구 1천만의 거대 도시를 통째로 봉쇄했고 시민들은 갇힌 채 공포에 떨었다. 하지만 중국에도 ‘양심’은 존재했다. 의사 리원량을 비롯한 열사들이 바른말을 하다가 탄압을 받았다. 예술계엔 중국 신사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팡팡方方이 있었다.
팡팡은 우한의 참상과 중국 정부의 정보 은폐·왜곡, 당국의 안이한 대응과 시민의 절규를 매일 기록해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렸다. 부모가 모두 격리되자 집에서 굶어 죽은 아이, 치료 받지 못한 사람들, 장례도 못 치르고 비닐에 싸여 트럭에 실려 나간 수많은 시신 등 중국 정부가 은폐하려던 우한의 참상을 생중계했다. 책은 2020년 1월 23일부터 3월 24일까지 62일 만에 봉쇄가 풀릴 때까지 쓴 글 60건을 묶었다. 15개국에 출간됐지만 불행히도 자국에선 빛을 못 봤다.
팡팡은 상식이 사라진 사회, 정부와 권력자들이 거짓과 선동을 주도하는 사회에서는 코로나 사태 같은 안타까운 비극이 언제든 재발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상식이 부족하고 객관성과 정확성이 결여된 사회는 말로만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사람을, 심지어 수많은 사람을 죽인다.”

당신의 자유를 대신 지켜줄 사람은 없다 《1984》 | 조지 오웰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20세기 최고 지성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조지 오웰의 대표작이다. 《동물농장》과 함께 ‘오웰 표’ 디스토피아 소설의 대명사인데, 팬데믹 이후 《1984》가 《동물농장》보다 더 많이 거론된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 소설은 전체주의와 사회주의를 경계하는 예언서로 여겨지며 세계 65개 언어로 번역된 명작이다. 고전이 고전으로 불리는 이유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진리를 담고 있어서다. 조지 오웰은 이 소설로 불가항력 재앙을 견뎌야만 하는 시민이 ‘자유’를 ‘안전’보다 하위 가치로 여길 때 국가가 모두를 통제하는 ‘감시 사회’가 시작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1984》에 등장하는 가공의 인물 ‘빅 브라더’는 사상경찰과 첨단 기기를 활용해 모든 시민을 감시·통제한다. 팬데믹으로 각국 정부가 개인의 사적 영역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지금, ‘자유로운 사고’ 자체가 범죄가 되는 《1984》의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가 소설 속 나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중국에선 일당독재 체제 유지에 가장 큰 위협으로 여기는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시민들의 유전자 정보 등을 수집해 첨단 기기로 모든 일상을 감시 중이라는 폭로가 서구 인권단체들을 통해 쏟아지기도 한다. 《사피엔스》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는 팬데믹으로 빅 브라더가 등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미권 주요 언론도 빅 브라더의 등장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오웰의 혜안에 감탄하고 있다.

이승우 《연합뉴스》 문화부 차장 | 사진 제공 문학동네, 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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