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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호

문화예술과 게임 게임과 예술이 뒤섞이다

게임업계가 문화예술에 손을 내밀고,
예술가도 게임에 발을 담그며 다양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클래식 음악·소설·미디어아트·전통예술, 장르를 가리지 않고 게임과 문화예술이 만난다.
국가도 인정하는 게임의 예술성이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국내외 게임과 문화예술의 만남

지난 4월 공연계에선 <리그 오브 레전드: 디오케스트라 콘서트>가 화제였다. MZ세대가 열광하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국내 첫 콘서트를 공공 문화예술 기관인 세종문화회관이 기획해 클래식 공연장에 ‘클알못’을 대거 불러모았다. 올해 출시되자마자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한 게임 그랑사가의 OST는 64인조 체코 필하모닉이 연주 한 교향곡풍이다. 일본의 국민 게임 ‘파이널판타지15’ 음악을 작곡한 세계적 거장 시모무라 요코를 비롯해 유명 엔지니어와 300여 명의 사운드 스태프가 그려낸 장대한 세계관은 그 자체로 예술이라 할 만하다. 게임과 예술이 뒤섞이고 있다. 게임회사 엔씨소프트는 지난해부터 미디어아트·웹툰·그림 언어·소설 등 네 영역의 창작자와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 ‘NC PLAY’ 시리즈를 펼쳤고, 2021년 6월부터 대전시립미술관·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과의 협력 전시 <게임과 예술: 환상의 전조>에서 네 가지 프로젝트를 한곳에서 선보이는 ‘NC PLAY’를 진행했다. 넥슨재단도 ‘전통예술과 게임의 만남’을 주제로 게임 IP를 활용한 실험적 공연 창작을 지원하는 공모전을 열고 있다.
아주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게임업계는 홍보 차원에서 예술과의 협력을 꾸준히 시도해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흐름이 부쩍 빨라졌다.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게임을 종합예술의 지류로 인정하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다. 문체부는 게임에 대한 긍정적 가치 확산을 종합계획의 역점 추진 과제로 삼고,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예술의 정의(범위) 규정에 ‘게임’을 포함해 올바른 게임 문화 확산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놨다.
해외에서는 이미 게임을 예술로 인정하고 있다. 미국은 2011년 연방 대법원 판례에서 게임을 예술로 인정했고, 국립예술기금이 2012년도 예술 프로젝트 보조금 분야에 게임을 포함했다. 게임의 예술성을 타 장르와 동등하게 인정하는 의미로 게임 제작자도 다른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프로젝트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2006년 문화부가 게임을 문화적 생산물이자 예술적 표현 양식으로 공식화하고, 게임산업에 세금 지원을 승인하고 게임 디자이너에게 문화예술 공로훈장을 수여했다. 일본도 ‘문화예술기본법’에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기기를 이용한 예술을 포함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에 나서는 것은 게임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게임산업의 성장은 눈부시다. 게임시장 분석 업체 Newzoo에 따르면, 2017년 6.5억 달러 규모이던 글로벌 게임시장 매출이 2019년 약 11억 달러로 치솟았고, 2022년엔 18억 달러로 예상된다. 매출의 80% 이상을 광고와 스폰서십이 차지한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동시대 인기 높은 콘텐츠로서 게임의 경쟁력을 말해 주기 때문이다.

1, 2 지난 4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클래식 공연이 열린 세종문화회관에서 9월에는 게임 ‘스타크래프트’ 공연이 열린다
게임, 예술계와 MZ세대와의 소통 창구

그런데 지난해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게임은 콘텐츠를 넘어 플랫폼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트래비스 스콧·BTS 등 유명 가수가 세계 최고의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안에서 이벤트를 열어 대성공했다. 그러자 무대를 잃은 공연·전시 등 문화예술까지 게임을 플랫폼으로 삼기 시작했다.
2020년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메타 퍼포먼스: 미래극장>이 대표적이다. 게이머가 밤을 꼴딱 새워 게임을 하는 것처럼, 이 공연도 어느 주말 저녁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밤을 새워 12차례 이어졌는데,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를 통해 실시간 온라인 생중계됐다. 오프라인 관객이 중계 카메라를 짊어지고 온라인 관객의 선택에 따라 움직이면서 공연 깊숙이 들어가고, 온라인 관객은 소리꾼 2명의 만담 형식 해설을 들으며 마치 게임 방송 보듯이 공연을 관람했다. 온라인에 익숙한 MZ세대를 관객으로 유인하기 위해 ‘게임 방송’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했다. 문화재청의 궁중문화축전도 게임에서 열렸다. 어린이들에게 인기 게임인 마인크래프트에 궁을 세밀하게 구현해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진입 금지된 건축물 내부를 탐험할 수 있게 해 호평받았다. 주목할 것은 게임이 MZ세대와의 소통 플랫폼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 블로거의 실화를 드라마화한 일본 드라마 <빛의 아버지>(2017)가 상징적이다. 사회 초년생인 주인공이 아버지의 비밀을 알아내려 아버지를 국민 게임 ‘파이널판타지’ 속으로 끌어들이는 구도지만, 오히려 아버지로부터 거래처 접대 문화나 조직 생활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내용이다. 게임 콘텐츠로 TV를 떠난 MZ세대를 다시 끌어들이면서, 그 자체로 신구 세대 소통의 플랫폼이 된 것이다. 예술계가 저변 확대와 폭넓은 향유 기회 측면에서 게임과의 접점을 적극 찾아야 하는 이유다. 세종문화회관 일반 공연을 찾는 관객의 80% 이상이 2030 여성임에 비해 ‘리그 오브 레전드’ 콘서트 관객의 80% 이상이 2030 남성인 것만 봐도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공연 당일 세종문화회관 로비 팝업스토어에 늘어선, 굿즈를 구매하려는 남학생들의 긴 행렬이 암시하는 건 뭘까. 이제껏 본 적 없던 풍경이 새로운 예술 시장이 어디에 있는지를 말해 주고 있었다.

유주현 《중앙SUNDAY》 기자 | 사진 제공 플래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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