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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

안국동 서울공예박물관 과거와 현재가 새겨지다

한국 공예의 아름다움·지식·역사를 한곳에 모은 서울공예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은 편리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들고 아름다움까지 더해 사용해 왔다. 이렇게 실용적이면서도 예술적 가치가 깃든 물품을 공예품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공예품에는 당시 생활상을 유추할 흔적과 미의식이 어렴풋하게나마 담긴다. 공예의 보고 서울공예박물관에서 그 모습을 훑어보자.

서울공예박물관 전시1동 전경

안국동 사거리는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아로새겨진 곳이다. 이곳에 국내 최초의 공립 공예 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이 지난 7월 16일에 문을 열었다.17월 15일 개관식과 함께 정식 개관하기로 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며 사전 예약을 통해 제한된 인원만 관람이 가능한 상황이다.(2021.7.26.기준) 경복궁과 인접한 서울공예박물관 터는 세종의 아들인 영응대군의 집이자 세종이 승하한 장소로 주로 왕실과 관련된 역사가 깊은 곳이다. 또한 공예품을 제작해 관에 납품하던 조선의 장인 ‘경공장京工匠’ 이 살던 종로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박물관 건축 공사 중에 옛 배수로와 도자편 등이 발굴되기도 했다. 이후 1944년에는 풍문여고가 세워져 70년간 학생들의 배움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땅값 상승으로 도심지 거주 인구가 적어지며 학생 수가 급감하자 2017년 무렵 풍문여고는 자 곡동으로 이전했다. 학생들이 떠난 자리는 공예가 채웠다. 그렇게 서울 공예박물관은 북촌·인사동·국립현대미술관·경복궁을 곁에 두는 도심 속 문화 벨트의 일원이 됐다.
한때 조선시대 왕가만을 허락한 공간이 학생들의 배움터로, 그리고 관 람객이 예술을 탐닉하는 박물관으로 점차 확장된 안국동 사거리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서울공예박물관과 마주하는 송현동 부지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기증 미술품을 전시할 ‘이건희 미술관’ 건립 장소로 거론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 문화 벨트는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모두의 공예, 모두의 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은 신축 건축물은 아니다. 건물에도 터가 지닌 시간을 담아냈다. 기존 학교 건물 5개 동을 리모델링하고 박물관 안내동과 한옥 한 동을 더해 총 7개의 공간을 조성했다. 전시실과 전시실 사이를 이동하다 보면 오래된 학교 특유의 길고 큰 창과 한때 학생들이 우르르 뛰어다녔을 복도, 폭이 넓은 계단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분주한 도심을 뒤로하고 푸른 잔디가 깔린 ‘공예마당’에 들어서면 보이는 첫 번째 건물인 전시1동은 기획전시와 상설전시가 열리는 공간 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성별을 불문하고 착용해 온 장신구를 조명한 <귀걸이, 과거와 현재를 꿰다>부터 조선시대 장인을 소개하며 공예 역사를 다루는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 나무부터 레진까지 모든 게 재료가 되고 창작이 되는 동시대 공예를 지켜볼 수 있는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 등 5개 전시가 이어진다.
전시1동의 3층은 다시 전시2동과 전시3동으로도 연결된다. 두 동에선 서울무형문화재 작품을 전시한 <손끝으로 이어가는 서울의 공예>, 박 영숙·허동화 수집가의 컬렉션으로 구성된 직물공예 상설전 <자수, 꽃 이 피다>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 등 7가지 주제의 개관 전시를 관람 할 수 있다. 전시 외에도 아카이브실·수장고까지 둘러보려면 시간이 제법 소요된다. 전시실 곳곳엔 관람객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게 공간도 마련됐다. 크게 난 박물관 창 너머로 바라보는 도심의 높은 빌딩과 북촌을 이루는 한옥의 낮은 기와지붕, 오래된 나무가 품은 짙은 초록빛의 풍광은 덤이다.
담장 없이 여러 동이 이어지는 박물관은 슬로건 ‘모두의 공예, 모두의 박물관’에 담은 뜻처럼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삼국시대부터 현대까지, 흙부터 3D프린팅까지 오랜 시간 축적한 다양한 분야의 공예를 아우른다. 또한 촉각 관람존이 전시실마다 마련돼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관람객이 촉각용 견본 공예품을 만지며 관람할 수 있다.

안내동 천장. 김헌철 <시간의 흐름>

‘자신을 아끼고 스스로 힘쓰는’ 공예

공예는 시대에 따라 소재와 제작 방식·형태·개념 등을 달리해 왔다. 특히 대한제국 시절 고종은 자주적인 강대국을 만들기 위해 공예를 주목 하기도 했다. 공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근대적 교육 기관과 미술공장을 설치하고 해외 박람회에 나전칠기·비단·금속공예품 등을 출품했던 것. 당시 신문을 통해서도 시대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한양의 학교에서 공예를 숙달한 뒤에는 각자의 능력에 따라 쓸 것이니, 이렇게 하면 모든 사람이 자신을 아끼고 스스로 힘쓰게 될 것이다.” 《황성신문》(1899. 1. 9.)
공예는 때론 산업적으로 조명되기도 하고 예술적 측면이 강조되기도 했다. 앞으로도 공예는 새로운 재료와 기술을 찾아 변화할 테다. 근현대의 시간이 겹겹이 쌓인 종로 한복판을 지날 때면 꼭 한번 서울공예박물관을 둘러보길 추천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시간을 새겨온 공예를 통해 ‘자신을 아끼고 스스로 힘쓰게 되는’ 순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서울공예박물관

주소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3길 4

운영 화~일 오전 10시~오후 6시

예약 craftmuseum.seoul.go.kr | 문의 02-6450-7000

김영민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 | 사진 서울공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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