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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3월호

예술가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청년예술의 거점 공간 청년예술청

2020년 8월 충정로역 청년주택 건물의 지하 2층에 개관한 청년예술청은 주된 이용자들이 청년예술인이면서, 공간의 운영수칙 결정부터 지원사업 설계까지 청년예술인이 직접 하는 공간이다. 첫 지원사업으로 ‘스페이스랩: 아직’ 공모를 2차까지 진행했고,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며 공간의 이용도도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거버넌스 실험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이러한 실험은 계속 영역을 확장해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2월 충정로 청년예술청 ‘그레이룸’. 천장이 높고 널찍한 공간 한편에 서너 사람이 자유롭게 몸을 풀고, 맞은편의 대형 LED 화면에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이날 공간을 대관한 이들은 <포즈들: 접근 연습>(가제, 이하 <포즈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하상현 작가 팀이었다. <포즈들>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멈춰 있는 몸, 이를테면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몸, 구걸하는 몸 등을 공간에서 재배치해 보여주는 작업이다. 하상현 작가는 무용수들과 함께 이 공간에서 몸의 방향, 무용수와 관객의 동선 등을 다양하게 실험해 보며 초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그레이룸과 인접한 ‘연습실’에서도 작업이 한창이었다. 기타·키보드·전자드럼 등 악기와 음향 장비를 갖춘 이곳은 밴드 연습부터 사운드아트 작업까지 가능한 공간이다. 이날 연습실에서는 전형석 작가가 <도자기 목소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직접 만든 도예품(사물)과 사람(몸),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관계를 실험한다. 그는 창작 ‘과정’을 지원받으며 작업을 편하게 진행할 공간이 있다는 점에 큰 만족감을 표했다.
하상현 작가의 <포즈들>과 전형석 작가의 <도자기 목소리>는 청년예술청의 과정 지원 프로그램인 ‘스페이스랩: 아직’의 2차 공모 선정작이다. ‘스페이스랩: 아직’은 청년예술청에서 공간 운영 및 사업의 설계·실행을 담당하는 ‘공동운영단’이 기획한 첫 사업이다. 대개 예술지원사업은 정해진 기간 안에 작품을 완성해 발표하고 그 결과를 문서로 작성해 보고해야 하지만, ‘스페이스랩: 아직’은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이어가는 ‘과정’을 지원하며 이후 공동운영단과의 인터뷰로 정산 등 사업 보고를 대체한다. 지원 방식에 대한 일종의 실험인 셈인데, 사업을 설계한 공동운영단 구성원 역시 모두 예술 현장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기에 이런 실험이 가능했다. ‘거버넌스’ 운영의 효과다. “예술가들은 지원사업을 경험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돼요. 기관에 제출할 정산보고서·사업보고서에 ‘나는 이렇게 잘했습니다’라는 내용을 글로 적고 사진을 붙여 내야 하는데 저희는 그 과정을 생략하고 대신 인터뷰를 하죠. ‘당신은 하고 싶은걸 하세요. 그걸 증명하는 데 필요한 건 저희가 대신 할게요’ 라는 마음이랄까요.”(청년예술청 배소현 매니저)
예술가들이 당사자성을 지니고 수평적으로 의사소통해 이끌어낸 여러 실험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공간 가동률이 90%를 넘은 점과 ‘스페이스랩: 아직’ 참여 예술가들의 호응 등으로 서서히 그 가치를 입증하는 중이다. 공간 운영 외에도 청년예술청에서는 청년예술인이 제작한 가구와 미디어·영상 등 작품을 구매 및 설치해 공간의 정체성을 다지고 있다.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이는 이러한 거버넌스 실험은 다른 공간으로도 조금씩 확장한다. 서울문화재단이 오는 6월 말 대학로에 문을 여는 ‘예술청’(종로구 동숭길 122)이 그것이다. (구)동숭아트센터를 리모델링한 이 건물의 지하에는 약 240석 규모의 공연장 ‘블랙박스 공공’ (가칭)도 자리 잡는다. 젠트리피케이션과 코로나19로 위축됐던 대학로에서, 예술인이 직접 운영하고 창작하는 공간은 예술과 민주주의의 상징인 대학로의 정신을 이어갈 거점으로 기대해 봄직하다. 예술은 결국 사람의 일. 수평적인 연대가 예술 생태계에 새바람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이아림_객원 기자 사진 제공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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