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서울문화재단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검색 창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COLUMN

2월호

내게로 오는 공원 6 다시 통의동 마을마당 새로운 모습으로 봄을 맞이할 공원
통의동 마을마당으로 시작한 연재를 통의동 마을마당으로 마무리한다.
그사이 통의동 마을마당은 완전히 새롭게 변신했다. 2020년 봄에 진행한 재조성 사업의 결과다.
역사의 길목에서 시민이 지킨 공원은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겨울을 맞고, 봄을 기다린다.
새로 조성된 통의동 마을마당에서 박사 작가가 진행한 낭독회 ‘나무의 시간’
1997년에 조성된 통의동 마을마당은 이미 20년이 넘어 재조성 사업이 예정돼 있었다. 예산도 책정돼 이 지역의 지구단위계획에 명시됐다. 민간에게 매각되면서 재조성 사업은 중단됐으나 우여곡절 끝에 서울시가 통의동 마을마당을 다시 매입하면서 사업이 진행됐다. 대표 조경 설계회사 중 하나인 동심원에서 설계를 맡았다.
동심원에서는 통의동 마을마당을 구하는 데 앞장선 공사모(공원을 사랑하는 시민 모임)와 만나 그간의 경과를 자세히 묻고 주민 설명회를 여는 등 통의동 마을마당을 둘러싼 그간의 상황을 이해하고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공사는 2020년 봄 내내 진행됐고 초여름 무렵에 마무리됐다. 이전 통의동 마을마당은 농촌의 마을 어귀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였으나 재조성된 결과는 재료나 조형이 훨씬 절제된 도시적 세련미가 넘친다.
공사 과정에서 정자는 철거됐으나 그간 거목으로 성장한 느티나무는 그대로 두었다. 잔다듬을 한 화강석이 벽체와 화단의 주재료로 사용됐는데, 길 건너 경복궁 사괴석 담장과 같은 재료지만 마감과 디테일이 달라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바닥은 마사토로 마감하되 공법에 약간 변화를 줘 전체적으로는 투 톤으로 느껴진다. 개념적으로는 평지지만 실제로는 약간의 경사가 있는 지형 조건을 이용, 완만한 경사의 램프를 군데군데 넣는 등 전체적으로 휠체어가 모든 영역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운동시설과 어린이 놀이시설도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했다.
조명 디자인도 대폭 향상됐다. 이전에는 색온도가 지나치게 높아 밤이면 마을마당 전체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돌았다. 재조성 결과 색온도가 내려가고 군데군데 상향등을 설치해 이제 밤이 되면 오히려 더 포근한 느낌이 든다. 수돗가와 함께 작은 연못도 조성해 그 안에 수생식물을 식재했다. 처음에는 과연 잘 자랄까 여러 사람이 우려했으나 자연의 힘은 위대해 수생식물은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며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장소에 이름표가 달렸다! 이전 통의동 마을마당에는 아무런 표지도 없었다. 지나가면서 보면 아무 이름도 없는 장소였던 것이다. 주택가 한구석의 작은 공원에도 하나하나 표지석이 있는 것에 비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재조성 공사를 하면서 경복궁을 마주 보는 낮은 담장에 ‘통의동 마을마당’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졌다. 이제야 이 공원의 이름을 우리 사회가 제대로 불러주기 시작한 것이다.

시민의 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공원

재조성 사업이 끝나면서 이제는 이 장소를 최대한 즐기는 일이 남았다. 공사모는 통의동 마을마당이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세계적 가구 회사인 놀(Knoll)사가 제작한 해리 베르토이아(Harry Bertoia)의 야외용 의자 6개를 기부하기로 공약한 바 있다. 2020년 5월 25일부터 페이스북에서 기금 조성 캠페인이 시작됐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맹위를 떨치는 상황에서도 기금 조성은 순조롭게 진행돼 놀랍게도 불과 일주일 만에 목표 금액 440만 원을 채웠다. 시민 21명이 기부에 참여했다. 공사모는 의자를 설치하는 행위에 공적인 정당성을 부여받기 위해 종로구청 문화예술위원회의 심의를 자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기리는 작은 스테인리스 명패가 6개 의자 모두에 부착됐다.
2020년 6월 19일 늦은 오후, 새로 조성된 통의동 마을마당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수십 개의 좌석이 마련됐고 기금으로 구입한 6개의 해리 베르토이아 의자도 군데군데 놓여 있었다. 작가이며 낭독가인 박사 씨가 진행하는 ‘나무의 시간’이란 이름의 책 낭독회가 열린 것이다. 통의동 마을마당이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공개 행사였다. 초여름 부드러운 저녁 햇살 속에 시작된 낭독회는 어두워져서야 끝났다. 나무와 관련된 여러 편의 글이 낭독됐다. 낭독회 말미에는 6개 의자를 기증하는 작은 행사가 진행됐다. 그간의 경과를 시민들에게 보고하고 재조성 사업의 설계를 맡은 동심원의 안계동 대표를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모두가 흐뭇하고 모두가 명예로운 자리였다. 시민운동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시 소공원이 된 통의동 마을마당은 이렇게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통의동 마을마당은 첫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봄이 멀지 않았다.
글 · 사진 황두진_건축가, 황두진건축사사무소 대표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