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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작가의 방
‘작가의 방’에서는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선정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본 게시글은 《한겨레》의 <서울&>에 소개되는 ‘사람in예술’에 동시에 게재됩니다.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 대중음악의 숨은 자양분

“숨기고 싶은 흑역사이지만 그것이 없었다면 국내 팝송 문화가 형성될 수 있었을까요?”

대중음악평론가 최규성 씨가 《빽판의 전성시대》를 발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560쪽이 넘는 이 책은 불법 음악이 판치던 시절의 기록이 아니라 한국전쟁 이후 대중음악이 걸어온 길로 보는 게 맞을 듯하다.
그가 책을 낸 계기는 2018년 청계천박물관에서 열린 <빽판의 시대> 전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빽판들을 보며 많은 관람객이 추억에 빠진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이후 최씨는 회현상가, 동묘, 청계천을 비롯해 부평, 동두천, 파주, 대전, 부산까지 전국을 헤매며 2년 넘게 빽판을 수집했다. 그 바람에 주머니가 바닥날 정도로 수집한 1만 장에 가까운 원판과 라이선스 중 4천 장 정도를 선별해 관련 이야기를 담아 책을 완성했다. “트로트 일변도의 대중음악에 다양성을 수혈하면서 어느 정도 자양분이 됐어요.”
1972년 음반법 제정 이후에도 백화점 진열대에서 중심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빽판은 전성기를 달렸다. 심지어 라벨엔 정부 발행 필증까지 붙였으니 저작권 개념조차 없던 시대의 해프닝이라 기억했다. 하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불법 음악을 폐기하는 양상을 보이자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 책은 중장년에겐 추억의 대상이지만 다양한 팝송이 언제 유입됐고, 누가 번안했는지에 집중해 그 의미를 더했다. 침체 일로의 음반 시장에 회생의 기운을 수혈한 빽판은 최근 뉴트로라는 이름을 달고 아날로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추억의 산물이자 한국 팝 문화 형성을 증언하는 역사 자료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것에 비해 대중음악의 기록이 열악하다고 말한 최 씨는 현시대에 던지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100년이 넘는 대중음악사에서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는데도 아이돌과 트로트 등 일부만 방송하는 것은 바뀌어야 합니다. 다양한 체질로 개선해야만 음악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거든요.”

최규성은 강릉KBS 어린이합창단 단원을 거쳐 《한국일보》 사진기자와 편집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국대중가요연구소 대표와 대중음악평론가로 활동한다. 주요 저서로는 《대중가요 LP 가이드북》(2014), 《골든 인디 컬렉션》(2015), 《걸그룹의 조상들》(2018)이 있고, 공저로는 《음악가의 연애》(2016), 《한국의 인디레이블》(2009),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2008) 등이 있다.

유소영 작가디지털로 구현한 옛 추억

“기억 속에 잠들고 있는 추억을 되살려 드릴게요.”

청소년을 위한 예술교육 창작공간인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 비대면 프로그램 ‘문 앞의 예술놀이’(8월 3~28일)를 이끈 유소영 작가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몇 달간 지속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뒤로하고 개학을 시작했는데 불안감을 완전히 떨구진 못했다. 원상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예전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도 이젠 쉽지 않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자 집에 갇혀 있는 아이들을 본 유 작가도 기존에 얼굴을 마주하던 방식에서 방향을 틀었다. 올해 초, 센터와 함께할 7인의 예술가로 뽑힌 그는 지속된 고립에 아쉬움을 느껴 ‘무한 공간 저 너머로 해피 스페이스’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망가지거나 잊힌, 더 이상 함께 놀 수 없는 장난감을 보내주세요.” 그렇게 장난감을 보내준 아이들에겐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예술놀이 키트가 배송된다. 코로나19 때문에 혼자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자 교육을 멈추기보단 “비대면이라도 교감을 쌓겠다”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직접 만나게 해줄 수는 없으니 사라져가는 기억에 숨결을 불어넣으면 되지 않을까요?” 유 작가는 보내온 장난감으로 3D프린팅을 거쳐 미니어처와 블록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발송했다. 아이들은 블록으로 장난감들이 놀 수 있는 추억의 공간을 만들게 되는데, 작가는 이것을 디지털 공간으로 구현해 준 것. 온라인을 통해 장난감이 되살아나고 꺼져가는 추억을 재생하는 작업은 고립으로 단절된 아이들의 꿈을 현실로 이루게 한다. 졸업 이후 줄곧 미디어아트와 로봇을 설치하는 작업을 해온 그는 단절을 이겨내기 위해 비대면 방식을 생각해 낸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해서도 이렇게 속내를 드러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택배를 통해 예술 교육을 하고 있지만 얼굴을 마주하며 진행해야 효과가 크죠. 하루빨리 비대면 방식이 멈추길 바랄 뿐이에요.”

유소영은 덕성여자대학교 서양화과,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융합미디어학과를 졸업했다. 주요 전시로는 <나방의 춤>(2019),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글로컬 구애전>(2016~2017) 등이 있으며, 공연과 협업 프로그램 ‘로봇을 이겨라’(2015, 2017)를 진행했다. 교육 프로젝트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드림 아트랩 4.0’(2019)에서 로보틱 아트 강사로 활동했다.

글 이규승_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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