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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8월호

안무가 공영선나에게 주는 시간, 산은 내 연습실

Q 당신은 누구입니까?

바다와 고래, 햇빛을 좋아하는 공영선입니다. 어려서부터 무용을 공부했고, 움직임을 기반으로 극장 안팎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저를 소개할 때 그저 “무용하는 사람이에요.”라고 이야기하면 편할 텐데, 그렇게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요. 아직 그 질문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찾진 못했지만, 최근에 찾은 표현은 “움직임과 춤을 배경으로 극장 안팎의 작업을 한다”예요. 극장과 극장 밖 모두 좋아하기에, 아예 나올 생각도 들어갈 생각도 없죠. 극장이 만들어내는 환상성을 무척 사랑하는데, 극장 밖에서 연습할 때 보던 작품과 극장에 올라갔을 때의 작품과는 간극이 상당히 큰 것 같아요. 제가 만들었고 연습할 때 수없이 본 작품이지만, 극장에 들어서면 그제야 처음으로 만나는 느낌이에요.

Q 여기는 어디입니까?

<축지법체조> 작업을 준비하면서 매일같이 갔던 서울무용센터 뒤편에 있는 백련산입니다. 이번 작업의 연습 스케줄 대부분이 작업 파트너인 박성율 씨와 아침에 만나서 한 시간 동안 산을 걷고, 돌아와서 차를 나눠 마시면서 산책을 기록하고, 서로 기록한 것을 바꿔서 보고, 수다를 떠는 식이었어요.
요즘에는 이렇게 산을 자주 가는데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산에 대한 좋은 기억은 있지만, 몇 년간 단 한 번도 안 갔죠. 그러다가 갑자기 마음이 허약해져서 산을 가게 됐는데, 제 이야기를 정말 잘 들어주는 친구를 만난 느낌이 들었어요. 이상하게 산에 가면 마음이 덜 무거운 거예요. 그 기분이 좋아서 그때 이후로 산을 매일 갔죠. 예전에는 심신이 허약해 힘을 얻고자 산에 갔다면, 건강해진 지금은 산이 제게 무엇인지 알고 싶어요.
이상하게 책상 앞에 앉아서 며칠을 머리 싸매고 궁리해도 안 풀리던 것이 하산길이면 순식간에 풀려요.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내가 하려던 것이 이거였구나 깨달음이 생기죠. 깨달음이란 이렇게 한순간, 찰나에 찾아오는 건가 싶어요. 그래서 조금 웃기지만 요즘에는 ‘이번엔 무슨 아이디어를 주시려나’ 하고 산을 다녀요.(웃음)

Q 여기에서 춤은 어떻게 발견되나요?

보통은 산을 다니면서 혼자서 수련이나 명상을 하곤 해요. 여기에서 저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긴 시간 동안 생각할 무언가를 괄호 안에 넣어두는 거죠. 산을 한창 다닌 다음에야 든 생각은, 이렇게 제가 저에게 시간을 주는 게 정말 소중하다는 거예요. 살아가다 보면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생각이나 고민, 아픈 감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없잖아요. 그런데 등산할 때면 그게 가능해요. 산에서는 오르고 내리는 것, 딱 필요한 행동만 하게 되니까 생각할 수 있는 상태가 만들어지는 거죠. 그렇게 자신에 집중하면서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 안에서 춤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몸을 움직여야만 작품을 만들 수 있죠. 생각해 보니 산이 제 연습실이네요.(웃음)

취재·정리 김연임_웹진 [춤:in] 편집장
아티스트 소개
공영선은 무용을 공부하고, 퍼포머이자 안무가로 신체 기반의 작업을 극장 안팎에서 만들어가고 있다. 인간과 미래의 가능성으로서의 ‘믿음’과 ‘감각’에 주목해 2015년부터 신화·신화학에 관심을 두고 <도깨비가 나타났다> <곰에서 왕으로> 등을 안무했다.
※본 원고는 지면 관계상 편집되었습니다. 원문은 웹진 [춤:in]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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