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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

전시 <퓰리처상 사진전>과 2020 서울사진축제 <보고싶어서> 렌즈 속 시선으로 세상을 보다
코로나19는 과거를 그립게 만들었다. 이전에 우리가 그저 지나치던 순간과 풍경을 새롭게 돌아보게끔 만들었다. 과거의 기억과 순간들이 사진으로 박제되면 그 이미지를 중심으로 새로운 서사가 일어난다. 때로는 일상의 재구성이 될 수도 있고 역사적 순간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한다. 사진이 가진 ‘순간포착’의 힘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전시들이 올여름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다.

<퓰리처상 사진전-슈팅 더 퓰리처>에 전시된 로버트 코헨의 <퍼거슨의 시위>(2015)

사진을 통해 마주하는 과거의 순간 <퓰리처상 사진전> | 7. 1~10. 18 |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과거의 사진을 통해 우리는 과거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신문 등에 실린 생생한 보도사진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화염 무기인 네이팜탄에 모든 것이 타버려 옷을 벗고 뛰어야만 했던 여자아이. 전쟁이 무엇인지조차 생경했던 어린 소녀가 폭력 상황에 말려든 모습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전쟁 중에는 어느 곳도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은 반전 운동을 만들어냈고, 네이팜탄 사용을 금지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베트남전이 어떻게 끝났는지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지만 이 사진은 사실상 베트남전을 끝낸 사진으로 역사에 남았다. 이 사진을 찍은 닉 우트는 1973년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전신 화상을 치료하기 위해 17차례나 수술을 받아야 했던 사진 속의 소녀 킴 푹은 베트남전의 참상을 고발하는 아이콘으로 남았다. 또 남아공 출신의 사진가 케빈 카터는 한 소녀가 기아로 쓰러지길 기다리는 독수리를 찍은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케빈 카터의 사진은 《뉴욕타임스》에 게재되자마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전 세계적인 구호를 이끌어냈으며 아이티 재해의 참상을 알린 패트릭 패럴의 사진은 관심의 사각지대였던 중남미에 원조가 쏟아지게 했다.
이렇게 사진 한 장은 세상을 바꾸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사진기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제대로 된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퓰리처상 사진전-슈팅 더 퓰리처>에서는 1942년 시작된 퓰리처상 보도 부문 사진 수상작들을 통해 관람객들이 그 시절 생생한 역사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게 한다.
이번 전시에는 1942년부터 2020년까지의 퓰리처상 보도 부문 수상작 134점을 선보인다. 1957년 ‘안드레아 도리아호의 침몰 사진’을 비롯해 2015년 ‘LA의 폭력 반대 촛불집회 사진’과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지역의 의료진 사진’ 등이 전시됐다. 이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돌아볼 수 있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지난해 한국 국적 사진기자로는 최초로 퓰리처상 사진부문을 수상한 로이터통신 김경훈 기자의 작품도 전시된다. 김경훈 기자는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대규모 이민자 행렬인 카라반을 취재하며 미국 국경 지대에서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는 온두라스 모녀의 사진을 찍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제3전시실에서는 2005년 이라크전쟁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여성 종군기자로 2014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취재 도중 사망한 ‘안야 니드링하우스’의 특별전도 함께 진행된다.

2020 서울사진축제 <보고싶어서>에 전시된 사나이 마사후미의 <살아있는>(1995)

사진을 통해 의미를 재구성하는 순간 2020 서울사진축제 <보고싶어서> | 7. 14~8. 16 |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사진은 현실을 바로 비추기도 하지만 때로는 찍은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되는 ‘2020 서울사진축제’에서는 이러한 사진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올해로 열한 번째를 맞이한 이번 축제는 두 개의 전시로 구성됐는데 그 가운데 주제 기획전인 <보고싶어서>에서는 국내외 작가 12명이 가족사진과 풍경사진 등 일상이 주제가 되는 사진을 통해 의미가 없던 것들이 의미를 갖게 되는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본 작가 사나이 마사후미는 ‘살아있는’ 시리즈에서 매일 그냥 스쳐 지나가는 도로와 벌판, 주거 지역의 일상을 담는다. 무작위로 찍은 것처럼 보이는 사진들은 작가에 의해 마치 살아 있는 과거의 어떤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하는 생명력을 가진다.
작가 고정남은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그에게 여행의 장소란 현실을 벗어난 이상이자 꿈의 공간이고, 보고 싶은 것을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이다. 그곳에서 사랑했던 사람과 그 순간의 추억들을 이야기한다.
레바논에서 태어나 16세에 미국으로 이주한 왈리드 라드는 그의 고향에서 벌어진 레바논 내전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는 ‘사진이 진실을 말할 수 있는가’에 의문을 제기하며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진행된 레바논 내전의 역사를 사진 아카이브를 통해 비튼다. 다큐멘터리 방식을 활용해 레바논 역사를 재구성했지만 역사적인 신뢰성은 없이 전쟁의 외상과 내전의 모순된 이야기에 포커스를 둔다.
휴대폰이 카메라를 대체하면서 어쩌면 우리는 더욱 일상적으로 셔터를 쉽게 누를 수 있게 됐다. 작가들은 전시를 통해 우리가 사진 찍는 특별한 순간을 경험함으로써 모든 날과 모든 순간이 의미 있어질 수 있음을 말한다. 또 시간이 흐른 후 그 사진들을 통해 각자의 삶에서 사회의 역사성과 구조, 모순 등이 다시 드러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글 박지현_《파이낸셜뉴스》 기자
사진 제공 예술의전당,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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