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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6월호

번화가 옆, 가장 보통의 공원 내게로 오는 공원 2 동교 어린이공원
알고 보면 서울에는 크고 작은 공원이 많다.
주거지역 한편에 운동기구가 설치돼 있는 공간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기구가 들어선 공간 입구에서
‘근린공원’ ‘어린이공원’이라는 안내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주말에 나들이객으로 북적이는 큰 공원도 좋지만, 언제든 편한 옷을 걸치고
마음 편히 나가 바람을 쐴 수 있는 작은 공원은 동네 친구처럼 소중한 곳이다.

연남동 경의선 숲길 인근에 자리한 동교 어린이공원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말은 절반만 믿어도 좋다. 신이 아닌 인간이 어떻게 상대를 한눈에 딱 보고 파악할 수 있을까. 물론 살다 보면 이 말이 맞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래도 애써 믿지 않는 것이 더 낫다. 충분히 알게 된 다음에 판단해도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무엇보다 알면 알수록 상대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또 다른 만고불변의 진리가 항상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람이나 장소, 아니 어떤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중에는 공원도 있다.
‘동교 어린이공원’은 미안하게도 그 자체로는 너무나 평범한 그냥 동네 공원이다. 길에서 흔히 마주치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과도 같다. 면적은 약 980㎡, 비교하자면 경복궁 근정전보다 조금 작은 정도다. 막상 가보면 별다른 점도 없다. 이런저런 어린이 놀이 시설, 즉 미끄럼틀, 그네, 모래사장, 그리고 다치지 말라고 깔아놓은 탄성 바닥재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보아도 색상은 알록달록하고 형태는 조금 유치하다. 명칭은 어린이공원이지만 만든 사람은 어른인데, 이런 미감은 정말 어린이가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린이에 대한 어른의 관습적인 환상일까.
여기까지 보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원이어서 첫인상이 특별하지 않은 사람과 별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그냥 흘끗 보고 지나친다면… 아마 뭔가 놓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 이 공원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면 어떨까. 시외버스를 탔다가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의외의 이야기꾼일지 모른다는, 그런 기대감을 갖고서.

차려입지 않은 동네 주민처럼

저에 대해 인터넷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아마 자료가 별로 없을 겁니다. 뭐, 저야 그냥 평범한 동네 공원이니까요. 하지만 아마도 그런 평범함이 저의 매력인지도 모르겠어요. 일단 특별한 공원이 몇 군데 있는 것보다는 저처럼 평범한 공원이 여러 군데 있는 것이 더 좋지 않은가요? 여기 와 있는 사람들을 보세요. 대부분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에요. 여기는 차려입고 오는 사람도 별로 없어요. 그냥 각자의 하루 일과 중 잠시 들르는 곳일 뿐이죠.
저희 동네에 진짜 유명하고 특별한 공원은 따로 있잖아요. 여기서 바로 건물 한두 채만 넘어가면 있는, 그러니까 서울에서 가장 긴 공원이라고 불리는 경의선 숲길의 연남동 구간, 일명 ‘연트럴파크’죠. 거기도 물론 동네 사람들이 가기는 하지만 주로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요. 으레 다들 조금 차려입고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지요. 여기는 달라요. 어린이공원이라고 해서 어린이만 올까요? 당연히 보호자들도 어린이와 함께 오죠. 그래서 부모님들의 공원이기도 해요. 보세요, 저기 벤치에 앉아서 책 읽는 분들. 아마 바로 옆에서 아이가 놀고 있을 거예요.
무엇보다 저는 사람들이 사는 곳 가까이에 있어요. 이 근처만 해도 연트럴파크는 북적거리지만 경의선 숲길을 따라 연남동 안쪽으로 한 블록만 더 들어가면 대부분 주택가예요. 심지어 조용하고 엄숙하기조차 해요. 오래된 아파트도 많아요. 원래는 기찻길 옆이어서 주거 조건이 별로 좋지 않았을 텐데 그 기찻길이 공원이 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죠. 연트럴파크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저 앞의 아파트들은 2000년대 초반에 지은 것인데, 연트럴파크 조성 사업이 2016j년에 완료됐으니까요. 거기 사는 아이들도 물론 여기 와서 놀겠죠? 그러니까 제가 멀리 있지 않고 사람들 곁에 있는 것부터가 저 나름의 특별한 점이에요. 그렇게 생각하면 첫인상과는 다르지요?

곁에 있어 더 소중한 ‘생활권 공원’

이런 공원들은 알고 보면 법적 지위가 탄탄하다. 일단 ‘공원’이란 이름 자체가 아무 데나 붙이는 것이 아니다. 공원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법적으로는 엄연히 도시계획 시설이며, 그 지정과 해제는 까다로운 과정과 절차를 밟아야만 가능하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상세한 법적 정의가 제시돼 있기도 하다. 그 역사도 제법 오래돼서, 이미 1967년에 명동에 있던 어린이공원의 공원용지 지정이 폐지될 때는 그야말로 온 나라의 언론이 들끓을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동네에서 흔히 보는 공원들은 이처럼 어린이공원이거나 소공원 또는 근린공원인 경우가 많으며 이들을 묶어서 ‘생활권 공원’이라고 한다. 이와 별도로 문화공원·역사공원도 지역에 따라 생활권 인근에 조성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동교 어린이공원 인근 반경 1km 정도 지역을 살펴보면, 은행 어린이공원, 느티 어린이공원, 잔다리 어린이공원, 다솜 어린이공원, 윗잔다리 어린이공원, 서교 어린이공원 이외에도 홍익 문화공원 등 작은 공원이 여럿 있다. 물론 그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나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큰 공원들이 일부러 차를 타고 찾아가는 곳이라면, 이들 생활권 공원들은 걸어서 간다. 즉 공원이 스스로 사람에게 온 것이다. 그러니 겉보기의 평범함으로 가볍게 생각할 대상이 아니다. 멀리 있는 크고 근사한 공원보다 내가 사는 곳에 있는 보통의 작은 공원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지는,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글·사진 황두진_건축가, 황두진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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