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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공연장 식음료 반입 허용 무대예술, 격을 파하다
과도한 ‘엄숙주의’ 지적을 받아온 한국 공연계에 ‘문턱 낮추기’를 향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음료와 음식물 취식이 비교적 자유로운 영화관과 달리, ‘생수 외에 공연장 반입 금지’ 규정을 강력하게 지켜온 콘서트, 뮤지컬, 연극 등 ‘무대예술’ 전문 공연장들이 음료와 간단한 음식, 심지어 주류 반입 및 취식까지 허용하는 실험적 공연을 속속 내놓고 있다.

#1 연극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무대 위로 관객이 몰려들었다. 관객은 배우 바로 옆에 앉아 공연을 지켜보고, 다른 관객은 한 손에는 커피를 또 다른 손에는 샌드위치를 들고 자유롭게 관람한다. 무대 뒤쪽에는 아예 간이매점이 차려져 커피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팔고 있다.

#2 서울의 한 공연장 로비. 평소 볼 수 없었던 맥주 판매 부스가 마련됐다.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든 관객은 저마다 맥주를 구입해 곧바로 공연장 안으로 향했다. 이를 막는 직원은 없었고, 관객은 객석에서 맥주를 마시며 가수의 노래를 즐겼다.

무대에서 샌드위치, 객석에서 맥주를?

지난해 11월 8일 네덜란드 극단 인터내셔널 시어터 암스테르담의 대표작 <로마 비극>(Roman Tragedies)을 무대에 올린 LG아트센터는 객석 내 다양한 식음료 반입을 허용했다. 지난 2000년 강남구 역삼동에 문을 연 LG아트센터가 생수 이외의 식음료 반입을 허용한 건 이때가 처음이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은 저마다 커피와 콜라, 샌드위치 등 간식을 먹으며 총 5시간 30분 동안 눈앞에서 펼쳐지는 셰익스피어의 세 작품 <코리올레이너스>, <줄리어스 시저>,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를 즐겼다. 극단 측은 관객이 객석이 아닌 무대 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배우와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했다. 공연 리뷰를 위해 공연장을 찾은 기자도 무대 한편 소파에 자리를 잡고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배우와 관객들의 표정을 살폈다. 출연 배우가 소파 바로 옆자리에 앉아 연기를 이어가는 다소 민망한 상황도 연출됐다. 이런 관객의 자유가 관람 몰입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작품은 오히려 흡입력을 더했다.
LG아트센터 관계자는 “해당 공연은 극단 측의 공연 콘셉트에 맞춰 관객에게도 최대한의 자유를 주었던 것”이라면서 “개관 후 처음으로 식음료 반입을 허용했는데 관객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도 질서를 잘 지켰고 반응도 좋았다. 이런 현상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 12월 공공극장의 보수성을 깨고 공연장 내 맥주 반입까지 허용하는 공연을 선보였다. 1978년 4월 개관 이래 첫 주류 반입 공연이었다. 당시 세종문화회관은 S씨어터에서 진행한 연말 기획공연 <인디학 개론>에 1인당 맥주 2캔(1,000ml)까지 객석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게 했고, 공연장 로비에서 수제 맥주를 판매했다. 관객이 연말 파티와 같은 분위기에서 공연을 즐기도록 기획한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은 관객의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올해 이런 유형의 공연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2020 세종시즌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일부 공연의 객석에서 맥주를 허용했는데, 올해는 와인을 반입하고 아이스크림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다른 관객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음식물 섭취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과 즐길 거리를 확대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 지난해 12월 세종문화회관이 개관 이래 처음으로 주류 반입을 허용한 <인디학 개론>의 공연장 로비. (세종문화회관 제공)
2 지난해 11월 8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연극 <로마 비극>은 관객이 무대에서 음식을 먹으며 관람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클래식 공연장, 식음료 반입 규정 더욱 엄격

LG아트센터와 세종문화회관처럼 최근 국내 공연장들이 조금씩 관객의 자유를 넓히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공연장 식음료 반입 규정은 ‘뚜껑이 있는 플라스틱통에 담긴 생수’ 정도로 제한된다. 공연장 관리와 관객의 공연 관람 방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영화관은 객석 간격이 비교적 넓고, 촬영된 영상물을 상영해 음식물 반입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지만, 배우와 연주자들이 실시간으로 공연하는 무대예술 공연장은 사정이 다르다. 객석 간격이 촘촘해 작은 움직임에도 소음이 발생하고, 움직임에 따라 시야 방해가 생긴다. 또 커피는 물론 생수가 아닌 식음료가 내는 냄새 또한 무대 위 출연진과 관객에게 방해 요소로 작용해 금지하고 있다.
클래식 전용 공연장은 관련 규정이 더욱 엄격하다. 기본적으로 연주자와 관객 모두 연주음이 아닌 소음에 민감하고, 목조 공연장의 특성상 관리 자체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클래식 홀은 목조 구조물 관리가 생명과도 같다”면서 “객석 나무 바닥이 관객 부주의 탓에 반복적으로 젖으면 시간이 지나 나무 자체가 뒤틀리게 되고, 이는 음향 균형 붕괴로 이어지기 때문에 뚜껑이 있는 플라스틱통에 담긴 생수만 허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의 경우 뮤지컬과 연극 공연장은 우리보다 음식물 반입이 자유로운 반면, 클래식 공연장은 우리와 상황이 비슷하다.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 극장에서는 자리에서 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클래식 공연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주 공연장인 바비칸 홀이 일부 프로그램에 한해 와인을 허용하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공연장이 ‘생수’만을 허용한다.

글 박성국_서울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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