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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12월호

쓰인 것을 몸으로 기록하는 무용가, 이세승춤의 구현과 수용이 다양한 통로로 오가길 바랍니다

1.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는 무용과 관련된 여러 활동을 하고 있으며, 주로 안무가와 공연연출가로 창작을 합니다. 창작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묵직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쌍방’이라는 집단입니다. 쌍방은 매주 움직임 워크숍과 컨택즉흥춤판(Contact Improvisation Jam)을 열고 있습니다. 쌍방을 통해 정기적으로 춤과 움직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다 보니 자연스레 무용교육에 대한 필요를 느끼게 됩니다. 저는 춤의 구현과 수용이 다양한 통로를 통해 오가길 바랍니다. 그 미로 같은 통로의 흐름을 쫓아 객관적인 안내도를 그려나가는 것을 앞으로의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2. 당신에게 이곳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도서관은 우리가 보존해야 한다고 합의한 가치들을 묵묵히 담아 다음 시간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도서관에는 개인의 사상과 역사가 담긴 책을 담고 있는 자료실이 있고, 동시대의 사람들은 그 사상들을 열람실에서 만납니다. 남산을 오르는 이는 잠시 건물 밖 벤치에 머물러 숨을 고르기도 하고 배고픈 이는 구내식당에서 푸짐한 돈가스를 먹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이곳은 우리를 인간으로 존재하게 합니다.

3. 이곳에서 춤은 어떻게 발견되나요?

제 안무작업은 큰 틀을 지닌 문화사와 그보다는 작은 틀의 무용예술사를 오가는 조사를 통해 이루어져왔습니다. 그 둘 사이의 상상적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독서는 중요한 행위입니다. 제 키보다도 큰 책장들 사이로 살금살금 발길을 옮기다 보면, 제 주위로 미래를 지시하는 문서들이 과거로부터 유혹의 손짓을 보냅니다. 빠르게 눈을 훑어나가다가 손을 뻗어 책 한 권을 꺼내어 봅니다. 그 책은 무용에 관한 책일 수도 있고 춤과는 전혀 무관한 무엇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저는 책등에 손을 뻗어 꺼내서 손바닥 위에 묵직함을 얹어 춤을 발견하고자 하는 그 설렘 자체를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4. 이곳에서 춤은 어떤 모양인가요?

안무(choreography) 개념의 기원에는 ‘쓰기’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렇다면 쓰인 것, 기록을 읽는 건 안무의 기원과 밀접한 행위입니다. 비록 제가 바로 이 장소에서 우리가 춤이라는 이름을 부여하는 몸짓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나중을 위해 춤의 가능성을 지연시키기도 합니다. 그렇게 아껴둔 움직임은 시간이 지나면서 저 또는 무용수의 몸을 통해 더욱 잘 익은 춤으로 나타납니다. 하나의 단어가 책의 문단과 문장 어딘가에 위치할 때는 맥락에 따라 많은 함의를 지닐 수 있습니다. 또한, 그 단어가 추상적인 개념을 나타낼 때는 바로 뒤에 붙는 단어가 구체적인 대상을 지시하기도 합니다. 춤을 출 수 있는 몸도 이와 유사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의 시선을 위로 들어야 할지, 아래로 내려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의 한 장을 넘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해가 저물어갑니다.

아티스트 소개
이세승은 독립안무가, 공연연출가, 무용교육자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서 안무를 공부했다. ‘컨택 임프로 비제이션’을 소개하는 집단 ‘쌍방’을 동료들과 함께 조직했다.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작으로는 <삼고 무>(2019, 남산예술센터), <먹지도 말라>(2017. 차세대열전), <삼인무 교육부>(2015, 공동 안무_국립현대무용단) 등이 있다.
※ 본 원고는 지면 관계상 편집되었습니다. 원문은 웹진 [춤:in]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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