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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호

책 <여행의 이유>와 <다시, 책으로> 여행과 독서,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이유
한 권은 당당히 베스트셀러 1위를 질주하고 있는 히트작이고, 한 권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신작이다. 인기로만 보면 체급이 맞지 않는 것 같지만, 두 책을 나란히 고른 이유가 있다. 우리의 삶의 의미를 여행과 독서에서 각각 찾는 책이어서다. <다시, 책으로>는 독서의 이유라고 별명을 붙여도 무리가 없을 책이니, 두 책은 나란히 포개놓아도 좋을 법한 한 쌍이다.

실패한 여행도 값진 여행이다 <여행의 이유> 김영하 지음, 문학동네

예능 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을 통해 우리는 다시 김영하 작가에게 푹 빠졌다. 어쩜 이리도 박학다식하고 위트가 넘친단 말인가. 방송에서 보여준 입담은 그의 필력에 비하면 에피타이저에 불과하다. 책의 프롤로그에서부터 웃음이 터진다. 2005년 12월 상하이 푸둥공항에서 추방당하는 와중에도 그는 귀국행 표를 현금으로 결제할지 신용카드로 결제할지 고민한다. 남파간첩 이야기인 <빛의 제국>을 쓰고 있던 그는 중국 당국이 자신의 입국을 막았을 개연성이 있다고 추측하지만, 그는 곧 자신이 비자도 없어 비행기를 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공안에 의해 즉시 추방을 당하면서도 그는 낙천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는다. “매우 진귀한 경험인 만큼 소설가인 나로서는 언젠가 이 이야기를 쓰게 될 것임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렇다. 실패조차 그에게는 남는 장사인 것이었다.
이 책은 “나는 그 무엇보다 우선 작가였고, 그다음으로는 역시 여행자였다”라고 자신을 정의하는 김영하가 여행-일상-여행의 고리를 잇는, 아홉 개의 매혹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에세이다. 여행지에서 겪은 경험을 풀어낸 여행담이라기보다는, 여행을 중심으로 인간과 글쓰기, 타자와 삶의 의미로 주제가 확장되어가는 사유의 여행에 가깝다. 여행지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렸을 법한, 그러나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남겨두었던 상념의 자락들을 끄집어내 생기를 불어넣는 김영하 작가 특유의 문학적 사유의 성찬이 담겼다.
이 책을 더욱 맛깔나게 만드는 건 작가가 아낌없이 풀어놓는 실패의 경험담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의 여행기는 작가가 겪는 이런저런 실패담으로 구성되어 있다. 계획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성취하고 오는 그런 여행기가 있다면 아마 나는 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고 난다면, 더 이상 실패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여행을 부추기는 촉매로 이보다 더 좋은 책이 있겠는가. 첨언하자면, 동네서점에서 이 책을 구입한다면 독립서점 에디션이라는 더 예쁘고 희귀한 ‘레어템’을 구할 수 있다.

난독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방법 <다시, 책으로> 매리언 울프 지음, 어크로스

책을 읽는 행위는 기적이다. 매리언 울프는 지난 10년간 ‘읽는 뇌’를 연구했다. 난독증 아이들을 연구하고, 인간이 글을 어떻게 습득하며, 글을 통해 미래 세대의 지적 발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그는 곧 인간의 뇌는 읽는 능력을 타고나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문해력(文解力)은 호모 사피엔스의 가장 중요한 후천적 성취 중 하나다. 6,000년 전에야 인류는 문자 문화를 개화해 뇌에 새로운 회로를 더하기 시작했다. ‘책 읽기의 혁명’은 인지신경학자이자 아동발달학자인 매리언 울프가 전작 <책 읽는 뇌>에서 제시한 관점이었다. 그런데 불과 10여 년 만에 그는 6,000년간 진화해온 ‘읽는 뇌’가 퇴보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돌아왔다. 디지털 문화로 인해서다. 우리 삶이 이를 증명한다. 스크린과 디지털 기기에 몇 시간씩 빠져 있다가 책을 집어들 때 집중의 질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마치 환각지(幻覺肢)를 겪는 것처럼. 이 책은 우리가 하루에 6~7시간씩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는 뇌의 읽기 회로가 어떻게 변형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MIT 셰리 터클 교수는 지난 20년간 젊은이들의 공감 능력이 40%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를 알렸다. 그는 젊은이들이 온라인 세상을 항해하느라 현실 속의 대면 관계를 희생시킨 것이 공감 능력을 급감시켰다고 해석했다. <제인 오스틴을 읽을 때 당신의 뇌>라는 논문을 통해 신경과학자들은 우리가 ‘집중해서’ 읽을 때 등장인물의 느낌과 행동에 관련된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따라서 소설이라는 ‘독서 실험실’은 민주 사회를 구현하는 데 읽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정보 과잉의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쉽게 소화되고 밀도도 낮고 지적인 부담도 적은 정보들로 둘러싸인 익숙한 골방(유튜브와 SNS)으로 뒷걸음치고 싶다는 유혹을 느낀다. 140자의 트위터에 익숙해진 뇌가 150~300자에 달하는 프루스트의 문장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읽기 문화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저자는 아홉 편의 편지 형식을 통해 독자들에게 책으로 돌아오라고 간곡하게 설득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궁극의 즐거움인 ‘관조적 삶’에 도달하라고 말이다.

글 김슬기_매일경제 기자
사진 제공 문학동네,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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