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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호

작가의 방
'작가의 방'에서는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선정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본 게시글은 한겨레신문의 <서울&>에 소개되는 '사람in예술'에 동시 게재됩니다.
홍세진 작가청각장애 예술가의 시각

“내가 듣는 소리는 공기 중에 머무는 실제와 얼마나 다를까?”

잠실창작스튜디오 10기 입주작가 홍세진은 4월 2~29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내 콩갤러리에서 열린 <감각의 위치> 전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국내에서 유일한 장애예술가 창작공간인 잠실창작스튜디오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입주한다. 청각장애 3급인 그는 혼자 그리는 작업실에서 벗어나 동료 작가들과 교류해보고 싶어 입주를 결심했단다.
“일대일로 대화할 때는 상대방의 입 모양을 보면서 알아들어요. 그런데 3명 이상이 모이면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학교 수업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죠.” 학교에서 회화 수업을 받을 때도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단다. 그래서 외부와의 연결에 갈증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산골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도시로 이사 온 중학생 때부터 친구들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생겼어요. 그런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고집과 자존심이 세다고 오해했나 봐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편한 청각에 비해 남들보다 뛰어난 시각을 갖게 됐단다. “외부 자극을 나만의 시청각 노하우로 머릿 속에서 재조합하거든요. 내가 느낄 수 있는 세계를 밖으로 끌어낸다고 할까요.” 홍 작가는 이런 뜻에서 자신의 작품을 ‘감각적 경험’이라 설명했다. “이번에 소개한 <링크>(Link, 2018)는 제 귀에 장착된 보청기와 인공와우 같은 장치를 통해 들리는 소리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됐습니다. 제가 느끼는 모든 개체의 연결을 시각적으로 표현했죠.” 이번 전시를 계기로 그는 지금까지 해왔던 평면 회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매체와의 결합도 시도하겠다고 했다. 그의 바람이 작품 교류에 그치지 않고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연결’이 되길 바란다.

홍세진은 인천가톨릭대 조형예술대 회화과를 졸업했고, 홍익대 일반대학원 회화과를 수료했다. 단체전으로 <For sound>(Gallery GO, 2014), <발화의 장소>(Art Company GIG, 2018) 등에 참여했고, 개인전으로 <감각하는 세계>(갤러리밈, 2018), <엉키고 쌓이다>(팔레드 서울, 2019)를 열었다. 현재 잠실창작스튜디오 10기 입주작가로 활동 중이다.

김준 작가 청각 매체, 미술에 접목

“현대미술은 작품의 형태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올해 송은미술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김준 작가는 청각 매체를 미술에 접목한 ‘사운드아트’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흔히 시각예술로 대변되는 미술에 소리를 활용한 시도가 이채롭다. 그러나 그는 “존 케이지, 백남준, 요셉 보이스도 사운드를 소재로 한 작가였다”며, “소리는 더 이상 생경한 분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문화역서울 284에서 3월 21일~5월 6일까지 계속된 <디엠제트>(DMZ) 전시에 참여한 동기도 마찬가지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비무장지대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채집한 <혼재된 신호들>(2015~2019)이라는 작품을 공개했다. 이 작품은 민통선 안에서만 들을 수 있는 군사훈련과 포격 소리뿐 아니라 대남 방송과 동물 소리까지 들려주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 소리의 풍경)라 이른다. ‘땅의 풍경’을 뜻하는 랜드스케이프(Landscape)와 소리(Sound)를 합친 말이다. 이처럼 환경과 소리를 엮은 그의 시도는 전작에서도 잘 나타난다.
우선, 지난 11월 종로구 세운광장에서 새벽 3~4시에 깜짝 공개한 <상태적 진공>은 서울 곳곳에서 생긴 소음을 채집한 것이다. “가장 시끄러운 대낮에 발생한 소음을 가장 조용한 시간에 들려주고 싶었어요. 다른 것에 영향받지 않고 오롯이 소리에 집중하게 하고 싶었거든요.” 서울역에서 흘러나온 집회 확성기와 종교단체의 포교 활동,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위자들의 울부짖음을 포함한 ‘상태적 진공’에 대해 그는 “결국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상이 아니겠느냐”고 한다.
“우리가 듣고 싶지 않은 소리는 소음일 뿐이에요. 도심에서 나는 수많은 소음은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마련이죠. 하지만 소리는 역사와 지리적 특성이 들어 있는 동시대의 현실을 그대로 표출하는 증거입니다.”

김준은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예술대에서 유학한 뒤, 사운드 설치 작업을 하고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도심 속 서울의 소리를 채집한 <상태적 진공>(2018), 을지로의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한 <다른 시간, 다른 균형>(2016), 난지 쓰레기 매립장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준 <가공된 정원>(2013) 등이 있다. 그동안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16), 인천아트플랫폼(2014),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12)에 입주했으며, 현재는 금천예술공장에서 입주작가로 활동한다.

안재근 곡예사 서커스 한평생 산증인

“근대 이후 서커스가 흘러 온 변천사 를 보여주고 싶어요.”

5월 4~6일 마포구 증산로의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서커스 캬바레>에 참여한 안재근 곡예사는 자신의 출품작 <스토리 서커스-근(根)>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축제에 출연한 국내 10개 팀의 면면을 살펴보면 크게 전통, 근대, 현대로 구분됐다. “솟대쟁이놀이보존회와 권원태연희단이 전통이고 봉앤줄과 팀클라운은 현대에 속하죠. 제 공연은 전통과 현대를 잇는 근대 서커스라고 보면 돼요.” ‘근대’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1980년대까지 안재근 곡예사와 동춘서커스단 등이 주로 활동하던 때다.
전국을 떠돌며 서커스만 해온 어린 시절과 배우지 못해 평생 한길만 팠던 자신의 인생에서 서커스를 빼면 남는 게 없단다. 이제는 쉰 살을 넘긴 탓에 서커스를 직접 하기가 쉽지 않지만 이번 작품으로 우리 서커스가 이어온 명맥을 대중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대전의 한 다리 밑 천막극장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님과 누나, 여동생으로 구성된 가족서커스단 ‘영훼밀리’의 일원이었다. “예전에는 지방 축제를 따라 천막에서 서커스만 했어요. 지금은 가족도 손 놓은지 30년이 넘어 저 혼자 거리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연 국수호의 춤극 <가야>에 출연할 만큼 ‘저글링 1세대’의 대표 주자였다. “이번 공연에서는 전통과 현대의 시대상을 반영한 저글링을 보여줬어요. 작품명도 옹알스의 조준우 씨가 사라져가는 전통 서커스의 명맥을 잇길 바라는 마음에서 ‘뿌리’가 좋겠다 하더군요.” 이 또한 우연의 일치인지 자신의 이름도 있을 재(在)와 뿌리 근(根)이라며 이름대로 살고 있지 않으냐고 한다.
“앞으로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힘닿는 데까지 서커스를 하고 싶어요. 예전만큼 고난도의 서커스는 못하지만 스토리를 넣어서 다양한 장르와 접목하면 서커스의 명맥이 이어지지 않을까요?”

안재근은 가족서커스단인 ‘영훼밀리’의 단원이었으며, 현재는 국제저글링협회 회원, (사)하늘땅연극마을 공연기술 교육팀장이다. 서울올림픽 전야제(1988), 청와대 초청 어린이날 문화행사(2009), 국수호의 춤극 <가야>(2009), ‘오! 거리거리 축제’(남이섬, 2016)에 출연했다.

박상현 연출가 아이들 메시지가 돌아오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했던 약속을 5년 만에 지켰습니다.”

극작가 겸 연출가인 박상현은 5월 15~26일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올린 <명왕성에서> 개막을 앞두고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8개월이 흐른 2014년의 어느 겨울날, 당시 사건 수습과 진상 조사에 비협조적이던 정부와 왜곡 보도를 일삼은 일부 언론에 상처받은 유가족들은 시민과 직접 만나는 간담회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박 연출가는 유가족들에게 이렇게 다짐했다. “우리는 잊지 않겠습니다. 반드시 연극을 통해 세월호를 영원히 기억할 겁니다.” 그것이 연극 <명왕성에서>의 출발 계기였다.
박 연출가는 그 뒤 5년 동안 세월호 관련 조사 작업을 해왔다. 공연의 대사는 416기억교실과 안산 하늘공원에 놓인 희생자, 부모, 형제, 친구, 선후배가 남긴 편지와 메모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학교 가고, 아르바이트하는 아이들을 보면 먼저 간 네가 떠오른다”라는 한 어머니의 절규가 머릿속을 맴돌았단다. 공연은 “지구에서 방출된 메시지가 우주로 퍼져나가며, 다시 우주에서 방출되는 메시지를 지구로 되돌린다”는 내용이다. “사람이 죽어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면 머나먼 우주로 뻗어나가죠. 지구에서 가장 먼 별에 희생된 아이들의 영혼이 있지 않을까요?” 그는 태양계의 끝에 머물러 있는 아이들의 메시지가 우리에게 되돌아온다는 뜻에서 작품의 제목을 <명왕성에서>로 지었단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이 초래한 자연 유린을 담은 <사이코패스>, 정치 뒤에 숨겨진 애정 관계를 비꼰 <치정>과 같이 권력의 폭행과 횡포를 고발하는 작품을 해온 그에게 이번 작품을 어떻게 기억하고 싶은지 물었다. “세월호의 본질을 만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죽음과 이별의 고통을 다루긴 하지만 아직은 진상이 드러나지 않았거든요. 언젠가 그 본질이 세상 밖으로 나오길 바랄 뿐입니다.”

박상현은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으며, 마이애미대에서 연극학 석사를 졸업했다. 현재는 극작·연출가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교수로 일한다. 주요 작품으로는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 <자객열전>, <사이코패스>, <치정>, <고발자들> 등이 있다. 12회 대산문학상(2004), 6회 김상열연극상(2004) 등을 받았다.

글 이규승_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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