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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5월호

서커스 창작집단 '봉앤줄' 안재현 대표
군더더기를 덜어낸 '빼기의 예술'

2015년까지만 해도 연극배우로 불린 안재현은 이제 서커스 창작집단 ‘봉앤줄’의 대표로 더 유명하다.2016년 11월 서강대 메리홀에서 열린 창단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그는 봉과 줄을 타는 서커스 기예에 연극, 시각예술, 국악, 판소리까지 접목한 컨템포러리 서커스로 관객을 사로잡았다.그가 대표로 있는 봉앤줄은 서커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오는 5월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릴 <서커스 캬바레> 국내 초청팀 명단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다채로운 서커스 공연과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함께할 페스티벌을 앞두고 연습 중인 안 대표를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연습실에서 만났다.

‘봉앤줄’이라는 팀명은 ‘차이니즈 폴’(Chinese Pole)의 ‘봉’과 ‘타이트 와이어’(Tight Wire)의 ‘줄’에서 따온 것인데 이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예인가요?

차이니즈 폴은 중국 장대인데요. 6m짜리 장대를 올리거나 떨어뜨리는 드롭 기술을 구사합니다. 중국에서 유래했지만 요즘은 유럽을 중심으로 서커스 공연에 많이 쓰여요. 타이트 와이어는 직경 1cm의 얇은 와이어 위에서 걷고 균형을 잡는 기예입니다.

학부 때 연기 전공이 아니어서 28살 되던 해인 2010년 뒤늦게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들어갔고, 30살에 처음 연극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학교에서 했던 작업이 지금 하는 공연에도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일반적인 실내극이 아니라 실험극을 많이 했거든요. 졸업 후 연극을 하면서도 언젠가는 자유로운 거리극이나 실험극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5년 뒤에 우연히 기회가 온 거죠.

그 기회가 2015년 5월에 열린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서커스 워크숍이었군요.

5년간 연극배우로 활동하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3개월쯤 쉬려다가 서커스 워크숍 공지를 봤어요. 호주 서커스단이 한국에 센터 개관 기념공연을 하러 와서 진행한 한 주짜리 워크숍이었죠. 이후 센터에서 후속 기획한 6주짜리 ‘Jumping Up’ 프로그램에 참여해 차이니즈 폴, 타이트 와이어, 물구나무서기의 일종인 핸드 스탠드, 이렇게 세 종목을 2주씩 총 6주간 수강했어요. 그때 함께 수강한 30명 중 8명이 2015년 10월 프랑스로 가서 4주간 심화 워크숍을 한 거죠.

서커스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다양한 공연을 접하면서 배운 게 많았을 텐데요.

처음 한 주 동안은 오슈라는 지역 내 축제에서 서커스 공연을 16편 정도 봤어요. 프랑스에 가기 전만 해도 저를 연극배우라 소개하고, 서커스는 잠깐 배우는 거라 말했는데 그때 생각이 바뀌었죠. 흔히 생각하는 기예만 보여주는 서커스가 아니라 ‘종합예술’이라는 느낌이 강하더라고요. 나머지 3주는 크낙(CNAC)이라는 프랑스 국립서커스예술센터에서 수업을 받았죠. 거기서도 타이트 와이어, 차이니즈 폴, 핸드 스탠드 3가지를 배웠어요. 한데 저한테는 봉이랑 줄이 맞더라고요. 그래서 서커스 창작집단 이름도 ‘봉앤줄’이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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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립서커스예술센터에서의 워크숍이 인생의 전환점이 된 셈이네요

3주라 맛보기 정도였지만, 와 닿았던 부분은 컸어요. 선생님들이 기술적인 것보다 왜 올라가고 싶은지, 줄에서 떨어지는 건 어떤 의미인지를 묻더라고요. 그러면서 “네가 연극배우라면 무대에서 대사를 하든, 연기를 하든 가장 하고 싶은 걸 해. 대신 오늘 배운 줄타기에서 가장 자신 있고 하고 싶은 것 하나만 넣으면 돼. 나머지는 하고 싶은 걸로 편하게 채워도 돼, 그것도 서커스야”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이후 봉앤줄이 자체 기획한 워크숍에서도 그런 가르침을 공유하고 있어요

2016년 3월 봉앤줄을 창단했죠. 대표님 혼자 연기, 연출, 기획, 홍보를 도맡는 1인 체제인데 굳이 ‘서커스 창작집단’이라고 지칭하는 이유가 있나요?

다른 극단처럼 소속 단원을 두지는 않지만, 공연에 따라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와 협업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저는 봉과 줄을 타는 기예를 담당하지만, 공연할 때는 전통악기 연주자 분들이나 판소리를 하는 분들과 협업하기도 합니다.

높은 장대나 가느다란 줄 위에는 어떤 마음으로 올라가나요?

잘 떨어져야겠다는 마음으로 올라가요. 한 번 잘못 떨어져서 다친 적이 있어서요. 2016년 5월 수원에서 첫 야외극을 할 때 <팬피터>란 공연에서 피터팬 역을 맡았는데, 장대에 올라가 피터팬처럼 날아야 하는데 어깨로 떨어졌어요. 쇄골 인대가 파열돼서 수술을 받았죠. 공연하기 전에 어느 정도까지 연습해야 하는지 기준을 만들게 한 사고였어요. 요즘은 봉에 오르기 전에 1시간 반 정도 몸을 풀어요. 땀을 내는 웜업을 하고, 코어 운동의 일종인 플랭크를 집중적으로 해요.

5월 12일과 13일 개최 예정인 <서커스 캬바레>에 참여하는 팀 중 평소 교류하는 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팀마다 특기가 다를 텐데 인상 깊은 곳이 있나요?

단체 이름처럼 서커스 기예를 전면에 내세운 단체는 봉앤줄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고요. ‘퍼포먼스 팩토리’는 기술 수준이 굉장히 높은 것이 특징이에요. ‘시파(始波)프로젝트’는 용인대 연극과 졸업생들이 결성했는데 2년 전부터 외발자전거, 트램펄린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봉앤줄은 아직 다른 단체와 정식 교류를 하진 않지만 작업을 지켜보면서 응원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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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7년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거리예술시즌제-봄> 참가작 <나, 봉앤줄>의 한 장면. 봉을 어깨에 메고 걸어간다.
2 서울 무교로에서 열린 2017 서울거리예술축제 공식 참가작 <나, 봉앤줄>의 한 장면. 봉을 이용하여 신호등 위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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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캬바레>에서 소개할 공연 <외봉인생>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2016년 11월 서강대 메리홀에서 창단공연 <컨템포러리 서커스 봉앤줄>을 하면서 무용, 판소리, 힙합, 시각예술 등 컬래버할 수 있는 장르는 다 시도해봤는데, 그 경험을 모티브로 2017년 창작한 작품이 <외봉인생>이에요. 한 남자가 어깨에 30kg짜리 봉을 메고 질질 끌고 가요. 걷다가 봉을 밟고 어딘가에 올라가고, 봉을 이용해 노래를 부르기도 하면서 어느 장소에 다다르면 봉을 수직으로 세워요. 올라가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지쳐서 못 올라가게 될 때쯤 끝나죠. 올해는 작년 공연을 좀 단순하게 해서 기예자인 저와 소리꾼, 대금 연주자 이렇게 셋만 들어가요. 처음에는 옷도 화려하게 입고 공연에 뭔가 더 넣으려고만 했는데, 이제는 많은 것을 빼고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만 넣으려 해요. 우리나라 전통 연희인 대금 연주의 느낌이 봉을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동작과 묘하게 어울려 대금을 넣었죠.

군더더기를 빼고 본질로 다가가는 거니 ‘빼기의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겠어요.

역설적이지만 기예 수준이 높아야 그 지점에 다가갈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정해놓은 기준이 딱 5년이에요. ‘매주 월·수·금요일은 봉을 타고 화·목요일은 줄을 타면서 트레이닝해보자. 매년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그렇게 나아지는 기예 수준에 맞춰 그 순간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5년을 지내보자.’ 2년 전 봉앤줄을 창단할 때 그런 생각을 했죠. 이제 3년 남았네요.

‘서커스’ 하면 떠오르는, 기예 중심의 화려하고 기술 지향적인 공연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최근 들어 가볍고 화려하면서 ‘쇼잉’(보여주기)으로 끝나는 방식의 서커스가 궁금하긴 해요. 오히려 그게 기름기를 쫙 뺀 공연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관객이 한참 웃고 신기하게 보다가 느끼는 감동이 있을 것도 같거든요. 이를테면 천박함과 성스러움이 공존하는 느낌이죠.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연출하는가 하는 거죠. 특히 서커스 기예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 때는 기예라는 소재가 소모적으로 쓰일 위험이 크기 때문에 연출의 역할이 무척 중요해요.

공연에서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2015년 서커스 워크숍에 참여할 때 제 화두는 ‘인정받고 싶다’였어요. 요즘은 그런 마음마저 비우고 내 민낯을 어디까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지가 화두가 됐어요. 딱 내가 지금 갖고 있는 만큼만 과장하지 않고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거죠. 안재현이란 사람이 잘하는 건 뚜벅뚜벅 멋없게 걸어가는 거더라고요. 시간이 흘러 주변에 사람이 많아지고, 판을 벌일 그릇이 된다면 화려하고 가벼운 서커스의 통념적인 요소도 가져오고 싶어요. 협업을 하더라도 접시에 각각의 요리를 섞이지 않게 플레이팅하듯, 다른 요소를 보존하면서도 다른 장르와 잘 배치해 보여주는 무대였으면 해요. 과일주스 만들듯 다 섞어버리면 재미없잖아요. 함께하면서도 각자 고유의 색을 잃지 않게 하는 것, 그게 제가 생각하는 컨템포러리 서커스의 방향 같아요.

글 고경원 자유기고가
사진 오계옥

<listen to me>, <Habitu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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