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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12월호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과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인형> 연말은 클래식과 함께
벌써 2017년의 마지막 달이다. 매년 연말이 되면 정리할 것도 많고 만나야 할 사람도 많지만, 올해는 좀 더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해보는 것은 어떨까? 연말에 멋진 공연이나 아름다운 음악으로 일상의 여유를 찾아보는 것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최은규의 음악 정원으로 관련 이미지

인류의 화합을 노래한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베토벤의 음악을 들을 기회는 많지만 연말에 듣는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은 더욱 특별하다. 이 곡만큼 마음을 정화하고 새롭게 마음을 다지기에 좋은 음악도 없다. 한 해를 정리하는 연말에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가혹한 관습이 갈라놓은 것들을 그대의 신비로운 힘이 다시 결합시킨다. 당신의 아늑한 날개가 있는 곳에서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리.”
베토벤이 <합창> 교향곡 4악장의 가사로 사용한 실러의 시구는 매우 단순한 듯하다. 그러나 대단히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마도 인간 개개인이 모두 실러의 시처럼 살아갈 수만 있다면 지금 우리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이 매우 간단하게 해결될 수도 있으리라.
베토벤 역시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일까? 15살이었던 1785년, 베토벤은 실러의 <환희에 붙임>(An die Freude)에 곡을 붙이고자 시도했다고 한다. 베토벤이 <합창> 교향곡을 완성한 해가 그가 54살 되던 1824년이니 거의 평생에 걸쳐 <합창> 교향곡을 구상하고 작곡한 셈이다.
베토벤이 평생에 걸쳐 작곡한 <합창> 교향곡은 교향곡의 최대 걸작으로 꼽히는데, 그것은 단지 이 교향곡이 실러의 시를 음악적으로 잘 표현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베토벤은 <합창> 교향곡에서 전 인류가 형제가 될 수 있는 구체적인 길을 논리정연하게 제시하고 있다. 베토벤은 4악장의 <환희의 송가>에 이르기 전까지 <합창> 교향곡 제1, 2, 3악장에서 각기 다른 삶에 대해 주장한다. 제1악장은 마치 태초에 천지가 창조되는 과정처럼 고요한 선율에서 웅장한 선율로 발전해가며 의욕적으로 출발하지만, 계속되는 갈등과 불안이 음악적으로 표현되고 결국은 비탄의 음악으로 마무리된다. 제2악장은 광포하리만치 시끄럽고 현란한 춤곡이 연주되며 우리에게 삶으로부터 도망치라 말하는 것 같다. 제3악장에서 마침내 숭고한 사랑의 선율이 들려오지만, 4악장에서 베토벤은 제3악장에 표현된 숭고한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 말한다. 그럼 어떤 사랑이어야 할까?
베토벤은 마치 논문을 쓰듯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강조하기 위해 ‘비판’이라는 방법을 택했다. <합창> 교향곡 4악장 초반에 1, 2, 3악장 선율의 단편을 다시 제시하면서 그것을 차례로 비판하고, 우리의 사랑은 좀 더 특별해야 하며 모두가 한 형제가 될 만큼 넓은 사랑이어야 함을 음악으로 주장한다. 그리고 그의 주장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4악장 도입부에 시끄러운 음악을 연주하게 했다. 그리고 “오 친구여! 이런 음악이 아닙니다. 좀 더 즐겁고 환희에 찬 노래를 부릅시다!”라는 가사를 첨가했다. 이처럼 논리적인 과정을 거쳤기에 4악장의 <환희의 송가> 합창은 더욱 큰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지금껏 <합창> 교향곡 4악장의 <환희의 송가> 선율에만 익숙했다면, 연말에는 공연장에서 <합창> 교향곡 전 악장을 감상하며 베토벤이 이 곡에 담은 논리와 메시지에 귀 기울여보자.

환상적인 꿈으로 가득한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인형>

연말에 어울리는 환상적인 무대를 보고 싶다면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인형>만 한 공연이 없다. 화려한 무대와 음악도 일품인 데다 어린이들이 나오는 발레 작품이니만큼 온 가족이 함께 보면 더욱 즐거운 공연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호두까기 인형’은 본래 딱딱한 호두껍데기를 깔 때 쓰는 인형인데 꼭 병정처럼 생겼다. 발레의 여주인공 클라라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호두까기 인형을 받고 기뻐하지만 호두까기 인형을 탐낸 오빠 프리츠가 인형을 빼앗으려다 망가뜨리고 만다. 파티가 끝나고 어린이들이 잘 시간이 되었으나 잠을 이룰 수 없는 클라라는 망가진 호두까기 인형이 잘 있는지 보러 거실로 나갔다가 생쥐들과 인형들이 전투를 벌이는 신기한 광경을 목격한다. 호두까기 인형은 대장이 되어 인형들을 지휘하고 클라라도 슬리퍼를 던져 생쥐 왕을 물리친다. 바로 그때 호두까기 인형이 잘생긴 왕자로 변신해 클라라에게 과자의 궁전으로 같이 가자고 말한다. 클라라는 기뻐하며 아름다운 눈송이들과 춤을 추면서 과자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차이콥스키의 달콤한 선율과 동화적인 음향 덕분에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하는 여정은 더욱 환상적인 모험으로 변모한다. 지금껏 자녀들과 함께 <호두까기인형> 공연을 본 적이 없다면 올해는 꼭 시도해보기 바란다. <호두까기인형>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는 가장 멋진 공연이므로.

글 최은규_ 서울대 음악대학 및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전당, 부천필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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