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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고흐와 백석에겐 든든한 ‘내 편’이 있었다
예술가에 대한 평가는 그가 세상에 내놓은 작품을 통해 이루어진다. 화가는 그림으로, 시인은 시로 기억된다. 이때 그림과 시는 곧 그들의 삶 자체이기도 하기에, 작품 이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삶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은 감상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19세기의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토속적 시어로 모더니즘을 노래한 시인 백석의 삶이 무대 위로 옮겨졌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통해서다. 당대엔 외면당한 화가로, 가난한 시인으로 살던 이들이었지만, 이들에게도 세상 제일의 ‘내 편’이 있었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1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700통 편지에 담긴 인간 고흐

<빈센트 반 고흐> 11. 4~2018. 1. 28, 충무아트센터

오늘날 세계적인 화가로 평가받는 빈센트 반 고흐. 그는 왜 자신의 귀를 자르고, 자신의 가슴팍에 권총을 겨눴을까. 37세의 나이로 짧고 강렬했던 삶을 마감한 고흐를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700여 통의 편지로 마주한다. 무대 위로 옮겨온 인간 고흐의 삶은 어쩌면 지극히 어둡고 안쓰럽게 느껴질지 모른다. 창녀와 사랑을 나눴다는 이유로 목사인 아버지에게서 버림받고, 언젠가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알아봐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죽기 전까지 단 한 점의 그림을 팔았을 뿐이다. “쉬지 않고 그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던 그가 일생에 걸쳐 보여준 그림에 대한 집념은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지독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인연도, 인생의 전부라 여겼던 그림에서의 인정도 얻지 못했던 고흐가 삶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동생 테오였다. 형의 미술을 향한 순수한 마음을 응원하며 재정적·정신적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테오는 모두가 고흐를 외면할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런 동생에게 죽음 직전까지 편지를 남기며 감정을 교류했던 형 고흐. 이들이 보여주는 돈독한 형제애는 코끝을 찡하게 한다.
3D 등 최첨단 영상기술과 접목한 고흐의 그림을 만나는 것은 이 공연의 또 다른 재미다. <별이 빛나는 밤>, <고흐의 방>, <꽃 핀 아몬드 나무> 등 고흐의 명작들이 무대와 공연장 전면에서 살아 움직이며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배우들의 터치만으로 하얀 캔버스 위에 그림이 그려졌다가 사라지고, 인물화 속의 모델은 관객에게 인사를 건넨다. 무대의 배경 같았던 소품들은 고흐의 그림을 완성시키는 퍼즐 조각이 된다. 그림이 삶의 전부였던 고흐의 인생과 닮아 있다. 여기에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의 음악이 더해져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든다.
최근 선보인 고흐를 소재로 다룬 영화, 테마파크 등과 함께 즐긴다면 색다른 재미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1월 9일에는 전 세계 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가 10년에 걸친 제작 끝에 개봉했다. 고흐가 죽은 지 1년 후에 그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장소로 찾아가 그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추적해가는 내용이다. 얼마 전 오픈한 아트랙티브 테마파크 ‘라뜰리에’는 고흐의 인상주의 작품들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2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천억을 준대도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10. 19~2018. 1. 28, 대학로 유니플렉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일제 식민통치기 중·후반기의 조선 문단을 배경으로 활동한 시인 백석(1912~1996)은 천부적인 재능과 훈훈한 외모로 시대를 풍미했던 문인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그의 연인, 기생 ‘자야’(김영한, 1916~1999)와의 평생에 걸친 절절한 로맨스를 그린 뮤지컬이다. 백석이 만주에서 자야를 그리워하며 쓴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두 사람은 부모의 반대로 혼례도 치르지 못한 채 3년간 동거생활을 하지만 분단으로 영영 헤어지게 된다. “천억을 준대도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고 했다는 자야는 50년 세월 동안 백석만을 그리워하며 재산을 모으는 데 전념한다. 가난한 시인이었던 백석이 돌아왔을 때 편안한 삶을 누리게 하겠다는 생각에서다. 훗날 그녀는 대한민국 3대 요정인 ‘대원각’의 주인이 되고, 법정스님에게 이를 시주해 탄생한 절이 길상사다. 현재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해 있다.
20편이 넘는 백석의 시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함께 노래와 대사로 재탄생한다.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 상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화려한 무대장치나 효과 없이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세월의 흐름과 감정의 변화를 풍부하게 표현해낸다. 세 명의 배우와 피아노 한 대 편성만으로 공연이 이루어지는데도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배우 한 명 한 명이 한 줄의 시처럼 다가온다. 백석의 시에 담긴 여운과 여백, 담백함과 절제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는 오히려 빼곡히 들어차지 않은 무대와 배우 구성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글 이경은_ 머니투데이 기자
사진 제공 HJ컬쳐,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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