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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

문화예술공간의 응급상황 매뉴얼 맞춤형 인명구조 프로토콜이 필요한 때
심정지 등의 응급상황은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공연장과 같은 문화예술공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0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김용배 교수가 공연 도중 쓰러졌고, 2015년에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에게 심정지가 발생했다. 다행히 두 사람 모두 객석에 있던 의사와 구급대원의 도움으로 의식을 회복했지만, 이러한 사건들을 계기로 응급상황 매뉴얼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이슈&토픽 관련 이미지1 서울무용센터에 비치되어 있는 자동심장충격기.

공연장에서 일어난 급성 심정지 사건

지난 10월 17일 오후 8시 40분경,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챔버오케스트라의 90회 정기연주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휴식 시간 전 마지막 곡,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 1번>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앙코르 연주가 끝난 후 다시 박수가 이어졌다. 한데 그 순간 피아노 연주자였던 김용배 추계예술대 교수가 쓰러졌다. 그때 객석에서 의사 한 명이 무대로 뛰어올라왔다. 공연을 보러 와 있던 내과 전문의 김진용 씨는 쓰러진 김용배 교수 곁으로 다가와 가장 먼저 의식을 확인했다. 이어 119를 불러 달라고 요청한 뒤 흉부압박을 시작했고, 예술의전당 직원에게 입구에 있는 자동심장충격기를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다. 3분 정도 흉부압박을 하는 사이 김진용 씨는 지쳐갔고, 때마침 외과 전문의 허창호 씨가 객석에서 올라와 심폐소생술을 이어받았다. 그러던 중에 자동심장충격기가 도착했다. 이 장비를 김용배 교수의 가슴에 붙이고 두 차례 작동시키니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호흡이 회복되면서 의식도 돌아왔고, 8시 50분경 119가 도착했다. 10분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김용배 교수의 생명을 구한 두 명의 의사는 이런 말을 남겼다. “공공기관에 설치한 자동심장충격기가 도움이 되겠느냐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을 경험하고 나니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2015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사건의 당사자는 대구시향의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였다. 공연 도중 갑자기 쓰러진 그를 객석에 있던 의사와 구급대원이 살렸다. 당시에도 이 사건은 널리 회자되며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이슈&토픽 관련 이미지2 지난 10월 17일 열린 서울챔버오케스트라 제90회 정기연주회.

심정지 환자는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20만 명 이상이 급성 심정지로 목숨을 잃는다. 2~4분에 한 명씩 심정지로 죽는다는 이야기다. 이 중 65%가 주변에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쓰러진다. 그렇다면 김용배 교수나 줄리안 코바체프처럼 사회생활이 가능한 상태로 회복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사회생활은커녕 심장이라도 다시 뛰게 되는 경우가 불과 3~5% 정도다.
앞서 언급한 두 사건은 모두 공연장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발생했다. 심정지는 공연장 직원, 공연자, 관객 모두에게 발생 가능하다. 무대에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할 경우 무대 위로 올라가서 ‘기본인명구조술’에 따라 처치를 진행하면 된다. 그런데 만일 심정지 환자가 객석에서 발생했다고 생각해보자. 일단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환자를 객석에서 끌어내야 하고, 공연도 중단시켜야 한다. 응급상황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서는 현장에서의 처치가 불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심폐소생술을 교육하고 연습시키고 자동심장충격기를 비치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각 상황에 따라 공연장 맞춤형 인명구조 프로토콜이 확립되어야 한다. 최근 자동심장충격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자동심장충격기는 지하철, 공항, 공연장 등의 공공시설에 비치되어 있다. 심지어 아파트에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인프라 덕에 김용배 교수와 줄리안 코바체프를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두 사건 현장에 심폐소생술과 응급상황에 익숙한 의사나 구급대원이 없었다면 결과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공연장 심정지 인명구조 프로토콜 제안

[전제 조건]
전 직원의 ‘기본인명구조술’ 교육 및 반복 교육, 그리고 주기적 상황별 시뮬레이션 교육: 이 교육은 연 1회 이상 반복이 필요하다. 실제 의료인들도 최소 2년에 한 번 이상 반복 교육을 받고 있으며, 의료인들조차도 이 교육을 받지 않으면 실제 상황에서 당황할 수 있다. 공연장 관계자들과 직원들의 반복 교육은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다.

[상황별 프로토콜]
■ 무대 위 심정지 상황(CODE Stage Red: CODE S-Red): 무대 위 심정지 상황의 경우, CODE S-Red로 명명하여 구분이 가능하도록 하고 무대 바로 아래 또는 무대 양옆에 자동심장충격기를 비치하여 이 장비를 바로 가져다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자동심장충격기를 늦게 적용하면 늦게 적용할수록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이 급격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 객석 심정지 상황(CODE Guest Red: CODE G-Red): 객석에서 발생한 심정지 상황은 CODE G-Red로 명명하여 구분되도록 하고, 객석에 있는 환자를 신속하게 복도로 이동시킬 수 있는 프로토콜 또는 시설을 구비해야 한다. 환자 주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본인이 앉아 있는 줄 어딘가에 환자가 발생한 것을 즉각적이고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한 열 또는 행의 의자들을 일시에 붉은 빛이 나면서 진동이 울리게 한다든지 하는 적절한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이렇게 신속하게 환자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환자를 신속하게 처치할 수 있는 복도로 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자동심장충격기는 관객석 복도 중간 어딘가에 비치되어 있어야 가능한 한 빨리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

■ 기타 심정지 상황(CODE Public Red: CODE P-Red): 공연장 내부가 아닌 공연장 밖의 상황에 대해서도 CODE P-Red로 명명하여 공연장 내부 상황이 아님을 알릴 수 있어야 한다.

[시설에 대한 제안]
공연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심정지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려면, 상황별 CODE를 주변에 전파할 수 있도록 방송 시스템 구축, 공연장 내부 자동심장충격기 비치(무대와 객석 주변), 자동심장충격기 이탈 시 119 자동 신고 시스템 구축, 공연장 내의 119 진입로 확보, 객석 의자에 심박수 센서 또는 심전도 전극 삽입, 객석 의자에 응급호출 시스템 적용, 무대 위 공연자 자리에 고정형 또는 휴대용 응급호출 시스템 구축 등의 제반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만일 제반시설의 변화나 구축이 어렵다면, 최소한 자동심장충격기의 공연장 내부 비치와 각 상황에 대한 프로토콜 마련, 각 상황에 맞춘 심폐소생술에 대한 교육과 시뮬레이션, 그리고 심폐소생술 교육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 제고라도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글 이윤재_ 한양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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