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은행나무 출판사 사옥은 벽돌 자체가 주는 친근함으로 주변 환경과 편안하게 어울린다.
2 내부의 돌음계단 대신에 벽돌 외피와 내부 매스 사이에 직통계단을 배치했다.
3 벽돌 외피에 액자와 같은 창이 있어 외부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4 ‘밖’과 ‘안’을 오가며 6층 높이로 쌓은 벽돌을 끊임없이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벽돌이라는 재료

과거의 은행나무 출판사 사옥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붉은색 벽돌의 2층 단독주택이었다. 건축주는 ‘존재감’ 있는 건축물을 요구했고, 건축사사무소 루연의 임도균 건축가는 여러 번의 제안을 통하여 6층의 고벽돌(짧게는 100년, 길게는 수백 년 전 사용되었던 오래된 벽돌)로 이루어진 사옥을 디자인했다.
최근 벽돌은 구조재가 아닌 치장재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색깔과 독특한 쌓기 방식으로 건물의 외벽에서 개성을 만들어낸다. 벽돌은 건축 기술의 발달과 함께 건물의 힘을 받는 구조체로부터 독립하여 외장재로 자유로워졌다. 다양한 쌓기 방법과 철물의 개발로 높이 쌓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고층 건물의 외부를 벽돌로 장식하여 얻어지는 시각적 흥미로움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벽돌은 점토로 만드는 자연 재료로 외단열에 적합하고,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 문제에서도 다른 재료에 비해 자유로워 친환경적 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여름의 에너지 문제나 냉난방 같은 단열이 문제가 되면서 정부가 외단열에 더 많은 지원을 하기 시작해 커튼월이나 노출 콘크리트 건물 대신 벽돌을 사용한 개성 넘치는 건물들이 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메세나폴리스와 같은 유리로 만들어진 커튼월 건물의 투명성에 매혹되고, 가볍고 날렵한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에 환호하는 분위기 속에서 은행나무 출판사 사옥의 청고벽돌은 짙은 회색의 무게감을 통하여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는 정체성을 풍긴다. 붉은색을 띠는 벽돌은 고벽돌, 회색빛과 푸른빛이 도는 벽돌은 청고벽돌이라고 한다. 사옥 파사드 벽돌의 가지런한 줄눈은 안정감을 주며, 무엇보다 벽돌 자체의 자연스럽고 친숙한 이미지가 주변 환경과 어울려 편안함을 선사한다.

벽돌 외피와 내부 매스의 관계

은행나무 출판사 사옥은 동서남북 4면 모두 벽돌로 일관되게 둘러싸여 있는 건물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관찰해보면 모두 다른 재질감을 표현하며 사각형의 매스를 형성한다. 벽돌은 적층을 통해 하나의 덩어리를 형성하는 재료이다. 한 장씩 보면 작은 크기로 세밀해 보이지만 뭉치면서 큰 무게감을 만들어낸다. 단순해 보이지만 굉장히 정밀하고 정확하게 다루어야 하는 재료이다. 은행나무 출판사 사옥은 치장쌓기, 띄어쌓기, 들여쌓기, 매달아쌓기 등 다양한 조적 공법과 함께 같은 재료이지만 서로 다른 디테일을 통하여 하나의 조형물을 만들어냈다. 일일이 하나씩 벽돌을 쌓아가는 과정 속에는 조적공의 땀과 함께 단단함과 세심함이 녹아 있다.
외부 표면을 벽돌로 감싸면서 내부 돌음계단 대신에 벽돌 외피와 내부 매스 사이에 직통계단을 배치하여 1층부터 옥상정원까지 연결되는 동선을 반외부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직통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벽돌 외피 사이사이에 액자와 같은 창을 통하여 외부의 풍경이 보인다. 각 층의 공간은 단단한 외부와 달리 답답하지 않은 내부를 만들기 위해 수평창을 두고 벽돌은 매달아쌓기를 하여 조망과 채광이 잘되도록 설계했다. 사옥은 ‘밖’과 ‘안’을 오가며 6층 높이로 쌓은 벽돌을 끊임없이 인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유리와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내부 매스와 벽돌로 이루어진 외부 스킨은 주변 환경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존재감을 형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