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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2월호

청년예술가 3인에게 듣다 젊은 예술을 지원하는 장기적 정책을 꿈꾸며
N포 세대라 불리는 이 시대의 청춘들. 청년예술가들 역시 어려운 환경에서 힘겹게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청년예술가를 위한 다양한 지원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들에게는 여전히 살아남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다. 그래서 젊은 예술가 3인에게 물었다. 청년예술가의 현실, 그리고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지원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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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너스 프로젝트> 지원 동기와 진행 과정에 대해 들려주세요.

저는 연주자로 꾸준히 활동해왔지만 스스로 중심이 되어 작품을 만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나는 어떤 음악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좋은 책들의 감동을 음악으로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생각을 실현할 방법을 찾다가 <비기너스 프로젝트>에 지원했습니다. 지원금으로 함께할 배우들과 악사, 연출가를 섭외하고, 코칭을 받아 ‘동화 읽어주는 해금’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느낀 점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지원 기준도 파격적이었고, 처음 도전한 지원사업인데 생각보다 진행 과정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지원금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한 것도 장점이었고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앞으로도 무대 공연을 지속할 에너지와 여러 지원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연주자이자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예술강사 사업은 일자리 사업 프레임으로 바라본 예술인 지원정책의 대표 사례로, 관련 쟁점 또한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먼저, 예술가 지원정책이 창작 성과보다는 일자리 창출에 더 중점을 두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예술강사로 활동하게 되었지만, 활동을 이어가다 보니 단순히 돈을 버는 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더 굳건해집니다. 일주일에 한두 시간 만나는 강사일 뿐이지만, 학생들이 그 경험을 소중히 여기고 점차 관심을 보이며 마침내 새로운 꿈을 꾸게 되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책임감과 소명감을 가지고 수업을 준비하게 된답니다.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는 더 나은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언제나 본질을 흐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또, 단기적으로 예술강사의 수는 증가했을지 몰라도 일자리의 지속성과 안정성은 매우 취약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현재 예술강사들은 초단시간 근무자로 분류되어 열악한 근무 조건과 매년 재계약을 통해 강사직을 이어나가는 등 고용 불안을 끌어안고 일하고 있답니다.

앞서 말씀하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할까요?

현재 예술강사들은 위기에 처해 있어요. ‘예술강사 반복 참여 과다’라는 감사원 지적이 있어 기존 강사들을 대상으로 전면 재심사를 실시하겠다는 지침이 발표됐거든요. 기존 강사들이 대대적으로 해고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요. 제대로 된 문화예술교육자를 길러내려면 고용 불안을 해소하고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술을 통한 교육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예술강사 사업이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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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사진관> 프로젝트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작업을 하다 보면 공간이나 장비를 구하는 것도, 작품에 대한 발전적 피드백을 얻는 것도 항상 어려워요. 가벼운 통장과 내일에 대한 불안에도 굴하지 않고 작업을 지속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실감하던 중 <엉뚱한 사진관>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게 됐고, 2명의 친구와 함께 ‘생색’이라는 팀으로 지원하게 됐어요.

<엉뚱한 사진관> 프로젝트를 통해 어떤 지원을 받으셨는지, 지원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청년들의 집을 방문해 그들이 갖고 있는 물건 중 가족이 떠오르는 물건을 모아 정물화 형식으로 촬영하고, 이를 새로운 가족사진으로 제안해 프로젝트에 선정되었습니다. 올림푸스한국에서 기부한 지원금 1,500만 원과 카메라 한 대, 전시공간을 지원받았고 그 밖에도 전시를 준비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덕분에 사진 촬영에 사용된 물건들을 가져와 물품보관함에 보관하고, 청년들의 인터뷰를 모아 ‘가족보관함’ 전시를 열 수 있었습니다. 지원금이 제게는 큰 금액이어서 가장 중요한 사진 촬영과 전시만큼은 자유롭게 해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작품 제작과 전시 구성을 직접 하는 이들이 쏟는 무형의 노력에 대해서도 적게나마 비용을 책정할 수 있도록 지원금 사용 범위가 고려되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엉뚱한 사진관> 프로젝트는 등록금, 취업, 주거 등 청년 세대를 둘러싼 이슈를 주제로 공모를 진행했는데, 그중에서도 청년들의 거주 공간에 주목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가족보관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또래 청년들의 삶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한 소감도 궁금합니다.

2015년, 저는 1년 동안 세 번이나 이사해야 했어요. 돈이 없어서 기숙사, 옥탑방, 대학생 임대주택을 전전했는데 방을 구하러 다닐 때마다 울컥했던 기억이 나요. 이렇게 청년들이 어렵게 얻은 자신의 공간에서 조금 덜 외롭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족보관함’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어요. 언젠가 떠 나와야만 했던 가족들의 흔적, 그리고 다른 이들과의 기억을 청년들의 방 안에서 찾아주고 싶었어요. 일상적 소품들과 소소한 방 안의 풍경을 통해 청년들의 생활상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20~30대 청년 23명의 자취방을 방문해 촬영을 진행했는데, 어릴 때처럼 주변 사람들의 집을 방문할 기회가 생겨 즐거웠어요. 다들 크기만 조금씩 다를 뿐 비슷한 모양 새로 살아가고 있다는 데 놀랐고, 그 작은 아늑함을 얻는 것이 독립의 시작이지만 우리에게는 시작조차 참 어려운 세상이구나 싶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자신의 독립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들과 외로움이 분명 있지만 다들 꿋꿋하더라고요.

청년예술가 입장에서 현재의 신진 예술가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예술 관련 학부를 갓 졸업한 청년이 작업의 경제적·실용적 효용을 증명해야만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에 조금 의문이 듭니다. 사회가 청년예술가에게 요구하는 자질이 그런 것들인가 싶어서요. 청년에 대한 지원은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어떤 예술을 필요로 하는지, 지금의 청년 예술가들이 미래에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지원을 해줘야 하는지, 어떤 자질을 지원 기준으로 삼을지 길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눈에 띄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대한 보상과 장기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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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활동을 병행하는 이유가 있나요?

전업 연극인으로 활동한 지 벌써 10년인데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힘겹습니다. 혼자만 힘들다면 그건 개인의 문제이지만, 모두가 힘들다면 구조와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청년지원정책에도 관심을 가지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기 분야는 예술인 복지의 최전방에 놓인 분야이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카페스튜디오 배우;다는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카페 겸 연습실입니다. 청년예술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생계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지원금 제도도 있지만 소액다건 형식으로 나눠주는 현 정책하에선 인건비 책정도 어렵습니다.

일각에서는 연령이나 조건 등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청년 지원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견해가 궁금합니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지원정책인 만큼 기준이 되는 나이를 무한정 늘릴 순 없겠죠. 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미 고령화 단계에 진입했으니 늦게 출발하는 분들을 위해 38세까지는 기준을 연장해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혁신을 꿈꾸는 모든 이를 청년이라 규정하고 싶습니다.

<청년, 문화 예술 토론>에서 공생의 패러다임과 예술가들이 직접 극장을 운영하는 등의 대안적 활동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독립적 활동과 공적인 지원 정책은 어떻게 공존해야 할까요?

최근 국가가 상식을 초월한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것을 보며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병들었을까?’란 질문을 진지하게 해봤는데요, 성공 패러다임에 눈이 멀어 공생의 가치를 소멸시켰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사회 전체가 당장 변화할 수 없다면 최소한 문화예술계만큼은 공생을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요? 청년예술가들에게는 평등한 기회와 건전한 경쟁,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소극장혜화당을 운영하는 것도 대학로에 대관료 부담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축제형 소극장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공간이 건강한 공동체로 성장한다면 공공의 영역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극장은 지역 축제와 교육을 책임지는 문화학교이자 다양한 예술단체를 키워내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공공극장은 공공성을 고민하고, 국공립기관은 공간을 관리하려 하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어우러질 수 있는 장으로 바꿔야 합니다.

청년예술가 지원정책이 궁극적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청년예술가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정책개발 과정에 청년예술가들이 포함되지 않고 문화행정가, 혹은 문화기관 사업 담당자 일부만 모여 회의하고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지역문화 전문가육성 교육과정’을 수료하면서 ‘게더링(gathering)’* 의 중요성을 깨달았는데요, 각기 다른 분야의 청년들이 모여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합리적인 정책 제안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청년예술가들의 사회참여 활동과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제시합니다. 지역의 예술가들이 교육, 복지, 축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생계와 예술의 문제를 균형 있게 해결해나갑니다. 이런 식의 정책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문화+서울

* (특정 목적을 위한) 모임 또는 수집(과정).

글 조아라
사진 제공 장예리, 조혜영, 김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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