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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상담소

1월호

별자리 운세도 신통치 않을 때예술적으로 상담해드립니다
“똑똑똑… 여기가 ‘예술적 상담소’ 맞나요?”
여러분의 어떤 고민도 예술적으로 상담해드리는 ‘예술적 상담소’.
온라인으로 별도 공간을 마련해 고민 상담을 위한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올려주신 고민에 대한 예술적 대책을 찾아 답변을 달아드리니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sfac.or.kr) - 열린광장 혹은 페이스북 탭에서 예술적 상담소를 찾아주세요!
다른 사람의 고민에 댓글을 달 수도 있답니다.
채택된 질문은 [문화+서울]에 게재되며, 소정의 상품을 발송해드립니다.

예술적 상담소 관련 이미지

취미를 일처럼 열심히 하고 싶은데… 방법이 있을까요?

기타를 배우고 있습니다. 처음은 아닙니다. 고등학교 때도 배웠고 대학 때도 잠깐 배운 적이 있는데 오래가진 못했죠. 30대에 들어 다시 기타를 시작해 이번엔 꽤 오래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직장인이다 보니 일이 너무 바빠서 연습할 시간이 별로 없어 너무 아쉽습니다. 마음은 에릭 클랩튼인데 수개월째 스트로크도 시원치 않으니까요. ‘뮤지션이 될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에 대충 하면서도 ‘이러니까 시간이 지나도 실력이 안 늘지’ 하고 자책하기도 하고,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종종합니다. 그냥 취미일 뿐인데 취미라고 대충 하긴 싫은 거죠. 취미도 일만큼 오랫동안 열심히 하고 싶은데… 그런 방법이 있을까요?

이원재

우리는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열심히 놀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기타를 잘 치고 싶다는 고민 상담이, 기타리스트가 아니라 왜 소설가에게 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어쩌면 제게 오는 것이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음악을 취미로 삼은 소설가니까요. 그것도 엄청 진지하게.
저는 20대 초반에 음악을 취미로 삼다가 그걸 깜빡 잊고 있었는데 30대 후반이 되어서 다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을 보내주신 분은 30대 초반이라고 하니 부러울 따름입니다. 소설가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기 때문에 다른 좋아하는 일은 필요 없는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밥을 먹기 위해 하는 일은 결국엔 일일 뿐입니다. 시간을 저당 잡힌 대가로 보상을 받지요. 물론 그 속에는 보람도 있고 자아실현도 있고 재미도 있습니다만, 일은 본질적으로 하기 싫은 겁니다(학생은 당연히 공부가 하기 싫지요).
저는 10여 년 동안 소설을 쓰면서 그 일을 통해 모든 걸 이루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재미도 찾고, 보람도 찾고, 자아실현도 하고, 돈도 벌고.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하고, 그뿐만 아니라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소설 쓰기 자체가 인생의 목표이자 성공의 잣대인 것처럼 느껴졌으니까요. 행복이 성적 순이 아니듯 행복은 직책 순도 아니고 월급 순도 아니고, 소설의 판매량 순도 아닌 겁니다. 우리가 아무 일도 안 하고 놀면 우리의 가치는 얼마일까요? 사람들 대부분은 ‘제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는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열심히 놀기 위해서입니다. 아무 일을 안 해도 사랑받는 개나 고양이를 보세요. 미친 듯이 일해봤자 놀 시간이 없다면 그들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그러므로 독자님의 고민은 배부른 사람의 투정이 아니라, 행복으로 가는 입구에서 할 수 있는 중요한 고민입니다. 기타를 잘치고 싶은데, 엄청 잘하고 싶지만 이게 직업도 아닌데 그렇게 열심히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걸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남들보다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 탓에 나머지 시간에 무얼 하면서 재미를 찾을지 생각하기도 싫어합니다. 그래서 TV를 보거나 술을 마시거나 쇼핑에 빠지게 되지요. 그게 나쁜 건 아닙니다만, 그런 걸 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건 아니잖아요?

취미는 ‘쓸데없이 고퀄리티’로!

저는 서른아홉 살에 피아노를 배웠습니다. 어릴 적에 무척 배우고 싶었는데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았고, 20대 때엔 다른 것에 빠져 있었지요. 소설 쓰기가 힘들어질 무렵 우연찮게 피아노 개인 교습을 하는 곳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어린애들을 가르치는 교습소가 아니라 주로 취미 삼아 배우는 어른들을 위한 곳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실용음악학원에서 강사를 했는데, 뻔한 것을 반복적으로 가르치기 싫어서 독립해 차린 곳이었습니다. 딱 석 달을 배웠는데 그동안 저는 평생 피아노를 통해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대부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클래식 피아노의 대가가 되기 위해서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노래할 때 칠 수 있는 반주, 작곡할 때 필요한 기본적인 화성을 배우니 혼자서도 대부분의 노래는 피아노로 반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다음에는 신시사이저와 리듬머신을 사서 혼자 재미있게 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피아노를 배우기 전에 기타를 배워봐서 압니다. 연주 실력은 나이가 들수록 빨리 늘지 않아요. 마음은 저만치 가 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지요. 그렇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연주를 하고 싶은지, 최종적인 목표가 무언지가 중요합니다. 우리가 멋있다고 여기는 연주의 뒤에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숨겨져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 그만큼 노력하면 그 경지에 이를 수 있지만 이미 늦을 수도, 불가능할 수도 있지요. 그걸 목표로 하다 보면 기가 꺾여서 기타 따위는 집어치우고 싶은 생각도 불쑥 들 겁니다.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굳이 엄청난 테크닉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연주는 많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타 연주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재미있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프로 뮤지션보다 훨씬 유리하지요!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어려운 곡을 마스터할 필요도 없습니다. 기타 코드 세 개면 작곡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아실 겁니다. 재미를 좇아서, 하고 싶은 것을 하세요. 그리고 이왕 하는 것이면 퀄리티를 높이세요. 쉽고 단순한 것을 엄청난 퀄리티로 해버린다면 독자님은 어느새 남들과 비교할 수 없는 뮤지션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니 까요.문화+서울

예술적 상담소 관련 이미지

답변 서진
소설가.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하트브레이크 호텔> <서른 아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토믹스, 지구를 지키는 소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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