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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2월호

역사의 질곡을 체화한 곳, 옛 중앙청 건물과 창신동 채석장 사라진 건물, 사라지지 않는 역사
서울 종로구 세종로 경복궁 흥례문 자리에 중앙청 건물이 있었습니다. 이 건물이 지난 1995년에 철거됐으니 30대 이후 시민들은 중앙청을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중앙청은 일제 침략의 상징입니다. 일제는 1916년 경복궁 내 수많은 전각을 부수고, 이 건물을 짓기 시작해 1923년에 완공했습니다. 식민 통치의 중추기관인 조선총독부 청사로 사용하기 위해서였죠.

<사진1> 1959년 중앙청.<사진1> 1959년 중앙청.

한국 근대사가 뒤얽혀 있던 옛 중앙청

1945년 광복 후 미군정청으로 사용되던 중앙청 건물에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며 대통령 집무실을 비롯한 주요 행정부처가 자리 잡았고, 그때부터 중앙청으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일제의 상징물을 정부기관의 집무실로 사용할 수 없다는 여론에 따라 1986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개조됐습니다.
1993년 일제의 잔재 건물인 중앙청의 해체가 결정됐고, 1995년 8월 15일 광복 50주년을 맞아 철거가 시작돼 1996년 11월 완전 철거됐습니다. 중앙청 지붕 첨탑은 현재 천안 독립기념관에 전시돼 있습니다.
<사진1>은 1959년 2월에 찍은 중앙청입니다. 당시 중앙청앞 광장에서는 제4회 전국연날리기선수권대회가 열렸습니다. 이대회를 기념하기 위해 건물 정면에 대형 방패연이 걸렸습니다.
초등학생 때 부모님과 함께 경복궁 나들이를 하며 중앙청을 처음 봤습니다. 돌로 지어진 건물이 웅장하게 느껴졌고, 첨탑이 이국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바뀌고도 여러번 갔지만 그때는 이 건물이 일제의 잔재인지 몰랐습니다.
중앙청을 철거하는 것에 대해 오랜 시간 찬반 논란이 일었습니다. 찬성하는 쪽은 “일제가 식민 통치한 치욕의 역사를 상징하는 건물로 철거가 마땅하다”는 주장을 폈고, “동양에서 건립된 근대 서양식 건물 중에서 르네상스 양식을 대표할 수 있는 걸작이라 보존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거셌습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과거의 아픈 역사도 보존할 가치가 있다”며 “조선총독부건물로 지어졌지만 그 안에서 대한민국의 역사도 만들어졌다”는 의견도 냈습니다.

<사진2> 2016년 창신동.<사진2> 2016년 창신동.

화려한 석조 건축물 위해 채석장이 된 창신동

조선총독부 건물이 지어질 당시 서울시청을 거쳐 지금은 서울도서관이 된 경성부청 건물도 지어졌습니다. 경성부청을 덕수궁에 지으려는 계획이 있었나 봅니다. 1923년 2월 신문 가십란에 “모처에서 들으니 경성부청을 덕수궁에 짓는 것도 좋다는 소식이 있다. 경복궁 안에 총독부를 짓는 것도 조선 사람의 비위에 맞지 않은 일인데 경성부청을 또 덕수궁에 지으면 얼마나 좋은 소리를 들으려고…”라고 쓰여 있습니다.
일제는 1910년부터 1920년대 후반까지 조선은행(현 한국은행·1912년), 경성역(현 서울역·1925년), 조선총독부, 경성부청(1926년) 등 식민 도시 경성의 기반을 다지는 대형 건축물을 짓기 위해 많은 석재가 필요했습니다. 모두 서구의 건축양식으로 지을 석조 건축물이기 때문입니다. 질 좋은 화강암을 손쉽게 구하기 위해 1924년 동대문 밖 창신동(현 종로구 창신동) 돌산을 경성부 직영 채석장으로 만들었습니다. 당시 매일 발파와석재 채취가 이뤄진 창신동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이곳은 광복 후에도 한동안 채석장으로 쓰이다 1960년대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고, 절벽에서 돌이 굴러 사람이 죽는 일도 많았습니다. 창신동에는 지금도 채석장 절개지가 네 곳 남아 있습니다. <사진2>는 절개지 위에 아슬아슬하게 집들이 들어선 현재의 풍경입니다.
서울시는 채석장의 역사성을 분석해 국내외 관광객을 모으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절개지 위에 도시경관을 볼 수 있는 전망대를 설치하고, 일대를 공원으로 만드는 것을 구상 중입니다. 또 재활용처리시설 등 자원재생센터를 세우고 문화 커뮤니티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은 전반적으로 지저분하게 방치된 분위기”라며 “주민 등 여러 의견을 반영해 명소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문화+서울

사진 김천길
전 AP통신 기자. 1950년부터 38년 동안 서울지국 사진기자로 일하며 격동기 한국 근현대사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글 김구철
문화일보 문화부 기자. 대중문화팀장으로 영화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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