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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상담소

8월호

별자리 운세도 신통치 않을 때예술적으로 상담해드립니다
“똑똑똑… 여기가 ‘예술적 상담소’ 맞나요?”
여러분의 어떤 고민도 예술적으로 상담해드리는 ‘예술적 상담소’.
온라인으로 별도 공간을 마련해 고민 상담을 위한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올려주신 고민에 대한 예술적 대책을 찾아 답변을 달아드리니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sfac.or.kr) - 열린광장 혹은 페이스북 탭에서 예술적 상담소를 찾아주세요!
다른 사람의 고민에 댓글을 달 수도 있답니다.
채택된 질문은 [문화+서울]에 게재되며, 소정의 상품을 발송해드립니다.

예술적 상담소 관련 이미지

평일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취미를 갖고 싶어요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요. 야근을 자주 하기도 하지만, 제때 퇴근할 때도 있어요. 퇴근 후 여가를 알차게 보내고 싶은데,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보니 운동을 하거나 취미로 뭘 배우기 위해 학원을 등록하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어쩌다 제때 퇴근하면 영화나 드라마 감상, 쇼핑, 독서, 친구 만나기 정도로 시간을 보내죠. 업무와는 다른 걸 배우면서 성취감과 재미도 느끼고 제가 잘하는 뭔가가 생겼으면 좋겠는데, 불규칙한 업무 스케줄의 구애 없이 즐기기에 부담 없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취미가 없을까요? 이른 아침(거의 새벽)에 수영장이나 학원에 다녀봤는데 너무 피곤해서 꾸준히 하기 어렵더라고요. 평일 저녁에 할 수 있는 취미를 갖고 싶어요.

이원재

취미는 꾸준히 즐거운 마음으로 하게 되는 무엇

취미란 무엇일까요? 2나 3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직장에서 하는 일을 1이라고 한다면 말이죠. 취미의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요소 중 하나는 그것이 일이 아닐뿐더러 일과는 상관이 없거나 적어야 한다는 것이죠. 일은 블랙 홀처럼 중력이 강하게 작용해서 가까이 있는 것들은 모조리 끌어당겨 삼켜버리니까요. 또한 취미는 그저 그것이 좋아서 아무런 보상을 바라지 않고 꾸준히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일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제 취미는 독서입니다. 너무 평범해서 어쩐지 무 성의해 보이는 답변 같지요. 상담을 요청하신 분도 독서는 취미에 넣어주지 않는군요. 다만 일정하지 않은 퇴근시간임에도 퇴근 후 독서를 하신다는 걸 보면 역시 독서는 시간에 큰 구애 없이 할 수 있는 일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어쨌든 제 취미는 독서입니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교열, 그러니까 책을 읽으며 오탈자나 비문을 찾는 일이 제 취미입니다. 제게 독서는 항상 흥미진진한 게임 같습니다. 마치 보물찾기 같은 것이죠. 책에는 오자가 있기 마련이거든요. 이렇게 되면 분야나 저자, 분량에 상관없이 어떤 책이든 즐거운 마음으로 꾸준히 읽을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상당히 많이 읽게 되죠.
저는 제가 찾은 오탈자와 비문을 정리하고 만일 그것이 발견에 가까운 것이라면 정리한 내용을 출판사로 보내기도 합니다. 이때 그동안 읽었던 책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인용할 수도 있습니다. 격식은 갖추면서 신랄한 지적을 하는 기법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당황하거나 절망하거나 분노로 부들부들 몸을 떨 편집자를 상상하면서 말이죠. 악취미인가요? 그때 제 가슴은 알 수 없는 기쁨으로 뻐근해지는데 어쩌면 그런 것이 성취감은 아닐까요?
이렇게 편집자에게 메일이나 편지를 자꾸 쓰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작문 실력이 향상되었습니다. 어느새 글을 잘 쓰게 된 것이죠. 훌륭하게 글을 쓸 수 있게 된 겁니다. 헤밍웨이가 그랬다지요.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해서 훌륭한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훌륭한 것은 이전의 자신보다 나아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저는 이전의 자신보다 조금 더 글을 잘 쓸 수 있게 된 겁니다.

예술적 상담소 관련 이미지

좋아하는 일을 그저 꾸준히 해보세요

취미에는 보상이 따르지 않습니다. 보상을 바라고 한다면 그때부터 취미가 아니라 노동이 되겠지요. 보상이 없지만 그럼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하는 일이 취미입니다. 역설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취미에는 보상이 따르기도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회신이 오기도 하고, 감사의 편지를 받기도 합니다. 감사의 마음을 담은 신간을 보내주는 출판사도 있습니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저처럼 출판 제안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40대 초반에 처음 책을 냈고, 많이 팔리지 않았지만 그 후로 몇 권의 책을 더 출간했습니다. 퇴근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직장에 다니면서 말이죠. 신문과 잡지에 칼럼을 연재했으며 지금도 퇴근 후 평일 저녁에는 틈나는 대로 꾸준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것이 모두 제 취미인 독서와 교열 덕분이죠.
그렇다고 저처럼 독서나 교열을 하라는 건 아닙니다. 그저 좋아하는 걸 꾸준히 하시면 됩니다. 일정하지 않은 퇴근시간 후에도 할 수 있는, 몸이 피곤해도, 보상이 없어도 즐거운 마음으로 꾸준히 할 수 있는 취미를 틀림없이 스스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부디 행운을 빕니다.
참, 지금도 제 취미는 독서와 교열입니다. 그러나 이제 출판사에 오탈자와 비문을 정리한 메일을 보내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편집자의 답장을 받고는 제가 보낸 메일에 심각한 오자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책 제목 <세상에서 가장 쩨쩨한 하케씨 이야기>의 ‘쩨쩨한’을 저는 ‘째째한’으로 썼거든요.문화+서울

답변 김상득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기획부에 근무하며, <중앙SUNDAY>에 ‘김상득의 행복어사전’을 연재하고 있다. <슈슈> <아내를 탐하다> <남편생태보고서> <대한민국 유부남헌장>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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