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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1월호

새석관시장 상가아파트 아파트에 가까운 아파트
월곡동, 장위동, 석관동은 아직도 아파트가 드문 곳이다. 1960~70년대에 부흥주택, 신흥주택, 문화주택이라 불리는 주택단지가 대규모로 개발되었고, 지금도 건재하기 때문이다. ‘새석관시장 상가아파트’는 천장산 북사면의 주택단지 대로변에 1971년 지어졌다. 도로를 따라 건물을 배치하고 중심을 비운 중정형으로 유럽에서나 볼 법한 건축물이다.

‘아파트’는 외국에서 도입된 주거 유형으로, 도입된 지도 오래되지 않았다. 건축법의 주거 유형 분류 용어 중 유일하게 외국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불과 50~60년 만에 한국의 도시와 주거를 뒤바꿔놓았지만, 우리는 아파트에 대해서 잘 모른다. 당시 아파트는 왜 필요했을까?

성북구 석관동 일대, 특히 지난해 가을 이전까지 전답으로 활용되던 삼성연탄 주변 매립 지역은 여타 신흥지와는 달리 주택 신축 공사가 활발하다.”1)

1 새석관시장 상가아파트 후면부 지붕 전경.
2 중정 부분의 시장.

아파트의 탄생

세계 최초의 아파트는 로마의 트라야누스 황제 통치기에 만들어진 ‘인술라이’였다. 인술라이는 1층에는 상가, 2~3층에는 6~8개의 독립된 주택이 있는 구조였다. “아우구스투스 시대의 로마는 현재 인도 뭄바이 인구밀도(3만 명/1㎢)의 3배 이상이었다. 인술라이는 값싸고 빠르게 지을 수 있고, 비참할 만치 사람들로 빼곡한 빈민굴, 그것이 바로 악명 높은 고대 로마의 공동주택이었다.”2) 인술라이는 1층은 근린상가로 도시의 가로를 구성하고, 2~3층은 인구밀도와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주택으로 구성했다. 값싸고 빠르게 도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한국에서 아파트라는 말은 1920년대부터 신문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파트민트하우스(1926), 아파트멘트(1928) 등으로 외국의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쓰였다. 당시 아파트는 지금과는 달리 사람들이 모여 ‘묵거나’, ‘사는’ 곳이었다. 다층의 여관, 기숙사, 공동주택을 통칭하는 용어였고, 단지가 아닌 단독 건물로 주택가에 지어졌다. 주택가에 지어진 아파트 1층은 자연스럽게 근린상가로 구성되었다. 아파트 구조가 현재와 같이 고급화되고 단지화되면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상가의 위치였다. 초기 아파트에서 상가는 도시와 직접 면하며 도시 가로 경관을 구성하는 동시에 근린성을 확보하고, 도시와 주거와의 거리를 적절히 유지해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단지화된 아파트에서 상가는 독립된 건물로 단순하게 기능화되었고, 아파트는 독립된 주택(단지)으로 도시와 분리되어 폐쇄적으로 만들어졌다.
상가아파트는 이승만 정권의 상가주택3)으로 위생 등의 환경 개선과 도시 미관 개선, 도시 인구 집중으로 인한 주택난 해소를 위해 지어졌다. 아파트 형태로는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에 집중적으로 건설되었는데, 특히 시장, 하천 등 거의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도심의 국·공유지에 민간자본을 투입해 지어졌다. 당시 상가아파트는 정부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국·공유지의 무분별한 개발과 정량적 건설사업 집중으로 인해 많은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의 계획적 측면으로만 본다면 도시 경관과 근린 생활, 서민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시적 차원의 접근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
“판잣집 철거와 함께 세워질 영세민을 위한 40여 동의 아파트는 입주금이 본인의 희망에 따라 3만 원에서 20만 원, 작은 것은 5평(방 2·부엌 1·마루 1), 큰 것은 10평(방 3·부엌 1·목욕탕 1·마루 1·변소)으로 되어 있다.”4)

3 새석관시장 상가아파트 전면부 전경.
4 새석관시장 상가아파트 전면 가로 상가.

도시와의 접점을 고민하다

새석관시장 상가아파트는 낡은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가아파트의 복합적인 특징과 의미를 잘 보여준다. 간선도로와 보도에 면해 1층은 상가, 2~3층은 주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신흥주택가 방향으로 ‘ㄷ 자’로 배치되어 중정에 시장이 있다. 현재 건축물대장상에는 근린생활시설, 시장, 아파트로 등록되어 있다. 현재 아파트(단지)와 비교해보면, 도시(환경) 미관 개선과 근린성 확보를 위한 상가(근린생활시설),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 공간인 시장, 도시 이용 밀도를 높이는 아파트 등 입체적인 도시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즉 단지 거주민의 주거만을 위한 폐쇄적 유형이 아니라 도시와의 접점을 적극적으로 고민한 유형으로 도시·건축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상가아파트는 도시적 맥락(도시 가로의 구성)을 고려한 배치와 직주근접을 통해 도시의 토지 이용 집약도를 높이고, 물리적 거리와 시간을 줄여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법을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주거 유형이다. 최근 아파트 계획에서 혁신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생활가로’ 수법을 오래전에 실현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글·사진 제공 정기황_건축학 박사, 사단법인 문화도시연구소 소장
  1. ‘성북구 석관동 일대 주택 신축 공사 활발’, 매일경제, 1974년 12월 13일.
  2.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추수밭, 2017, 90~91pp 인용. 글의 순서를 이 글의 맥락에 맞게 편집했으며, ‘단지’라는 용어가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아파트단지’에서의 ‘단지’와 차이가 있고 오해의 소지가 있어 ‘공동주택단지’가 아닌 ‘공동주택’으로 표기했다.
  3. “(1958년) 1월 7일 제2회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수도 서울의) 중심부 주요 가로에는 (토지수용령을 발동해서라도 정부가 주도하여) 4층 이상의 건물을 짓되 1층은 점포로 하고 2층부터는 주택으로 사용하면 토지 이용 효율도가 높아지고, 외국인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면서 독일의 베를린처럼 만들어보라.” “상가주택은 이승만 정권의 산물이다. 수도 서울의 관문이 될 곳의 미화와 더불어 위생 조건의 개선을 전제한 도심주택의 보급을 위해 정부가 주도한 주상복합건축물이다.” <거주박물지>, 박철수, 집, 2017, 14p, 27p 인용.
  4. ‘연내 아파트 50동 건립’, 동아일보, 1966년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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