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의 악기 연주만을 집중해서 들어야 하는 독주회나 깊은 음악적 소양이 필요한 실내악 공연에 비해, 오케스트라 공연은 다채롭고 웅장한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절로 빠져들 수 있다.
오케스트라 악기 배치의 원칙
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에 가면 무대를 꽉 채운 오케스트라를 볼 수 있다. 환한 조명을 받으며 수많은 연주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적게는 70명 많게는 100명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음을 맞추어 연주하는 것 자체가 기적 같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오늘날 콘서트홀에서 볼 수 있는 오케스트라가 현재의 악기 편성과 자리 배치를 이루기까지는 수백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악기들이 경쟁을 벌이고 악기 배치에 대한 갖가지 실험을 한 끝에 이상적인 형태로 완성된 것이다. 사실 오케스트라 악기 편성과 배치는 오늘날에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전통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는 혁신적인 음악가들은 연주하는 작품에 따라 가장 훌륭한 음향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독특한 자리 배치를 고안하기도 하고, 재즈에나 사용될 만한 악기들이 클래식 음악 연주에 편성되기도 한다.
오케스트라의 악기 배치는 경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한 가지 큰 원칙이 있다. 악기 소리가 크고 시끄러울수록, 연주 빈도가 낮을수록 뒤쪽에 배치되는 것이다. 때문에 소리가 크지 않고 음색이 부드러운 현악기가 무대 앞쪽을 차지한다. 무대 앞쪽에 있는 현악기는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며 그 수도 가장 많다. 그런데 오늘날 오케스트라에 편성되는 대부분의 현악기는 활을 이용한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가 오케스트라 현악기 그룹의 주요 악기에 속한다. 그중 바이올린은 각기 고음 성부와 저음 성부를 연주하는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으로 나뉘므로 오케스트라의 현악기 그룹은 모두 다섯
성부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제2바이올리니스트는 제1바이올리니스트보다 실력이 떨어질까?
오케스트라에 대한 오해 가운데 하나가 제2바이올린 주자는 제1바이올린 주자에 비해 실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제2바이올린’이란 말에선 어쩐지 ‘2인자’라는 뉘앙스가 느껴지므로 현악4중주나 오케스트라의 제2바이올린 섹션은 연주를 잘 못하는 사람이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반대다. 명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을 비롯한 많은 지휘자들이 제2바이올린이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파트라고 말했다. 제2바이올린 섹션의 연주자들은 중간 음역을 연주하기에 드러나지 않지만, 중요한 리듬 파트를 연주하거나 주선율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가 많다. 때문에 리듬감이 뛰어나고 음색이 좋은 연주자들을 주로 제2바이올린 섹션에 배치한다.
비올라 조크를 탄생시킨 비올라에 대한 오해
물론 비올라에 대한 오해도 만만치 않다. 오죽하면 수많은 ‘비올라 조크’를 탄생시켰을까? 그중 ‘비올라와 양파의 차이점이 뭐냐?’는 질문에 ‘비올라를 자를 때는 아무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고 답하는 비올라 조크는 다소 우울하기까지 하다. 아마도 비올라 특유의 허스키한 콧소리가 어딘지 어설픈 느낌을 전해주기에 바이올린보다 못하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 같다.
실제로 비올라는 음향학적으로 다소 약점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오늘날 사용되는 비올라와 바이올린의 크기를 비율로 따져보면 10:7 정도이다. 비올라가 바이올린보다 약간 큰 만큼 무게도 더 무거우며 활 역시 굵고 무겁다. 또 최저음이 바이올린보다 완전 5도 낮을 뿐 아니라 활과 줄의 굵기 차이 등 여러 요소로 인해 특유의 소리를 낸다. 많은 음향학자들이 비올라가 음향학적으로 바이올린처럼 균형 잡힌 악기가 되려면 5도에 해당하는 3:2의 비율에 따라 바이올린의 1.5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데 이런 비율로 비올라를 만들면 연주 자세를 잡기 애매하기에 비올라의 크기는 그보다 작아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다소 ‘어설픈’ 음색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비올라의 음향학적 약점을 극복한 좋은 연주로 명성을 얻은 연주자들도 많다.
- 글 최은규 서울대 음악대학 및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전당, 부천필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 그림 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