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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2월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활성화를 기대하며 광주는 그를 기다린다
서양 선교사 사택을 고쳐 만든 광주 양림동의 호랑가시나무 게스트하우스는 광주 여행자들 사이에 인기가 좋다. 대표적인 게스트하우스 마니아로 꼽히는 문재인 대통령도 2번이나 이용했던 곳이다. 이곳에 며칠 묵으며 광주 이곳저곳을 돌아 다녔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도 산책 삼아 간 곳 중 하나다.

일요일인데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는 관람객이 적었다. 오직 어린이문화원만 분주했다. 문화창조원이나 문화정보원에는 적막이 흘렀다. 문화창조원의 전시는 거하고 문화정보원의 아카이빙은 대단했지만 관람객 수는 직원 수보다 적었다. 대한민국에서 전시 예산이 가장 많은 전시관 중 하나고 국내 최고의 멀티미디어 아카이빙이 있는 곳인데 너무나 한산했다.
예술의전당처럼 블록버스터 전시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런 시설을 만들어 이런 전시를 하는데 보는 사람이 없다니 안타까웠다. 그런데 전시를 좀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 전시를 기획한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열린 전시를 구매했기 때문이다. 큐레이터가 아니라 바이어를 고용한 것인가? 개관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자체 전시 역량을 아직도 키우지 못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고재열의 썰 관련 이미지1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경.
2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개관 페스티벌 현장.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홀대받은 이유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을 만나 이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직속기관이다. 문체부 관료들이 상층부를 점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구조는 문화예술공간의 운영방식으로는 부적합하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지켜질 수 없기 때문이다. 비전문가에 의한 전문가 작업 간섭이, 결과에 대한 간섭이 아니라 과정에 대한 간섭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물론 결과물도 초라했다.
기가 찬 대목은 문체부 방선규 직무대리가 아직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책임자라는 사실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 적폐의 상징적 인물이다. 성희롱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그는 한직으로 밀려나듯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직무대리를 맡았다. 그것은 오월광주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
왜 박근혜 정부는 그처럼 물의를 일으킨 인물을 내려 보냈을까? 1조원 가까운 국가 예산이 투여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식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왜 참석하지 않았을까? 연간 600억~800억 원의 사업 예산을 집행하는 대규모 문화예술기관에 왜 그토록 소홀했을까? 그 답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노무현의 잔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개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했지만 노 전 대통령 시기에 사업이 추진되었다. 오월광주는 노무현을 굳게 신뢰했던 만큼 박근혜를 불신했다. 그래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문체부 직속기관으로 만들어 달라고 주장했다. 그래야 예산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문화예술기관 운영방식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은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그 돈이 목적으로 한 것이 ‘그럴듯한 보여주기’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문화 중심도시 광주를 위하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는 광주가 없다. 광주를 아시아의 문화 수도로, 문화 중심도시로 만들기 위해 만든 곳인데 광주가 빠져 있다. 하지만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월광주는 광주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 공간만 제대로 활성화한다면 광주를 담지 않아도, 지역 작가를 쓰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그렇더라도 지역 작가를 깊이 들여다보는 기획자는 두라고 부탁하고 싶다.) 문제는 광주 아닌 그 무엇도 없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보여주기 말고는 그 무엇도 찾을 수 없다. 엄청난 예산을 집행해 아티스트들에 대한 복지 말고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황지우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구원투수로 오려다 좌초되었다. 지역에서 일부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오월광주를 얼마나 대변하고 있는지, 그들이 반대한 논리가 합당한 것인지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문체부는 논란을 피하는 데 급급했다. 결국 황지우는 날아오지 못하고 방선규는 자리를 뜨지 않고 아직 거기 앉아 있다.
묻고 싶다. 문재인은 어디에 있는가? 도종환은 어디에 있는가? 방선규는 왜 아직 거기 있는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탁하고 싶다. 다시 호랑가시나무 게스트하우스에 한 번 들러달라고, 그래서 광주의 문화예술인들과 벽난로 앞에서 밤샘 토론을 해달라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광주에 꾼 꿈을 실현할 방도를 찾아보라고.

고재열의 썰 관련 이미지3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경.

글 고재열_ 시사IN 편집기획팀장
사진 제공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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