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박선주 작가의 패브릭 피규어 작품들.
집중력과 섬세함을 요하는 작업
집중력과 섬세함을 요하는 작업 나는 원래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지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잠시 동안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했다. 그러다 입체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피규어 클래스를 찾았다. 인기가 많은 수업이라 나름 경쟁이 치열해 쉽지 않았다. 재료도 큰 장벽이었다. 다루기 어려운 것도 많고 구입해야 하는 것도 많았다.
그러다 가장 편리하고 손쉬운 방법으로 시도해보자는 생각에 간단한 바느질 도구와 자투리 천으로 피규어를 만들기 시작했다. 평소 단추 하나 못 달 정도로 바느질 실력이 형편없었던 터라 쉽진 않았지만, 어찌어찌 하다 보니 완성되었다. 떠올려보면 과정과 결과물 모두 흥이 나고 신났던 것 같다. 큰 성취감을 주는 바느질에 바로 매료되었다.
처음엔 긴 작업 시간에 비해 수량이 적게 나온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지금도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그 때는 하루를 쏟아 부어도 몇 개의 결과물만 완성할 수 있었다. 때문에 큰 행사를 준비하거나 다른 브랜드와 협업이라도 하게 되면 체력적으로 큰 문제였다. 밤을 지새우고, 손목을 치료받으며 몇 번의 행사를 치르고 나니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져 수량이나 상품의 품질에 대한 압박은 조금 줄어들었다. 패턴, 재단, 밑작업, 포장까지 모든 과정은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손바느질로 작업을 이어오다 1년 여 전부터 재봉틀로 밑작업을 시작하면서 체력 소모를 덜었다. 솜을 채워 넣는 작업이 가장 힘들고, 눈, 코, 입을 수놓는 작업을 제일 신경 써서 하고 있다. 별 차이 없다는 평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아주 약간만 틀어져도 표정이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브로보이의 피규어는 티셔츠 등의 소매에 쓰이는 특수 원단을 사용한다. 바느질이 서툴러도 작업하기에 수월하고, 형태가 가장 잘 잡히는 원단을 찾기 위해 여러 차례 테스트해본 후 선택한 원단이다.
컬러와 부자재는 품목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모든 결과물에 같은 원단을 써 시리즈에 통일감을 부여한다. 또 양·음각의 스트라이프가 조금 더 풍부한 질감을 주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3 박선주 작가의 패브릭 피규어 작품들.
구매하는 피규어에서 만드는 피규어로
최근 몇 개월,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중국에서 대량으로 복제된 브로보이 모조품이 우리나라에까지 흘러 들어왔다는 제보를 받은 것이다. 근원지를 파악하고, 도소매점에 일일이 연락을 취해 판매와 게시 중단을 요청하다 보니 허무하고 괴로운 나날들이 이어졌다.
주변에서는 브로보이의 제품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는 증거 아니냐며 위로했지만, 스트레스 탓에 몸살까지 앓았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왠지 더 기운이 났다. 폭넓은 활동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내 작업과 브랜드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아직 정식 온라인 숍이 없는데 곧 판매처를 늘려 상품 게시에 힘을 쏟는 것은 물론, 작업 초기에 기획했던 DIY 키트 제작과 클래스도 이제 시작해보고 싶다.
전시나 페어 때마다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시각을 가진 관람객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런 만남을 통해 브로보이의 결과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니즈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브로보이는 20~30대가 주로 관심을 보이지만, 아이를 위해 구매하는 부모님들도 많다. 아이가 좋아한다는 후기를 보면 정말 뿌듯하다. 브로보이는 하나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함께해야 예쁜 수집 상품이라 핸드메이드라는 특성에 비해 다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개를 구매할 경우 부담스러울 수 있다. DIY 키트는 만들기 어렵지 않으니 가이드 영상을 보면서 직접 제작해보면 좋겠다. 태교 삼아 바느질 작업을 할 수 있고, 완성품은 놀이를 통해 성장할 아이에게 선물한다면 부모와 아이 모두 뜻깊은 경험이 될 것이다.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다 재료를 구입하고, 처음으로 작품을 완성했을 때의 기분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그 즐거움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요즘 가슴이 벅차다.
- 글·사진 제공 박선주_패브릭 피규어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