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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아무나, 아!문화!PD 관련 이미지

5회를 맞이한 ‘유망예술지원사업’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지원 대상을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유망 예술가 중 기존 작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작업 전환을 시도하는 예술가’로 좀 더 구체화·차별화했다. 또한 1년이던 지원 기간을 2년으로 연장하여 예술가들이 창작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창작지원금도 지원 기간에 비례해 상향했다.
유망예술지원사업은 과정으로서의 예술을 존중하고, 이를 지원한다. 예술가의 실험과 탐구 과정을 지원함으로써 완성과 미완성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 열린 해석, 새로운 가능성으로 전환할 수 있는 창작 플랫폼을 만들어나간다. 이번 쇼케이스 전시도 이러한 과정의 일환이다.

아무나, 아!문화!PD 관련 이미지1 박천욱 작가의 <Rainbow Direction> 전시 전경.
2 최병석 작가의 <살구나무에 불던 바람> 전시 전경.
3 2017-2018 유망예술지원사업 선정작가 쇼케이스전 현장.

유연한 사고로 창조한 실험적인 작품들

유망예술지원사업 선정작가 쇼케이스전에 참여한 5명의 작가는 모두 자신만의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한 신작을 선보인다. 5명이 한데 모여 내뿜는 새로운 에너지와 그 속에서 제각각 빛을 발하는 하나하나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는 탈영역우정국 전관을 활용해 작품의 특색에 따라 각 공간을 연출하고 작품이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구역을 나눈 결과였다.
지하를 채운 박지혜 작가의 작품은 <표준의 탄생>(2018)이라는 하나의 책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표준의 탄생>은 박지혜 작가가 우연히 습득한 원고지를 제대로 써‘버리기’ 위해 2016년부터 시작한 작업으로 2017년 유망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된 후 김혜진 소설가의 도움을 받아 완성되었다. 서로 다른 매체를 사용하는 두 예술가의 만남은 박지혜 작가의 작업을 더욱 풍성하게 완성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이 소설은 박지혜 작가가 그간의 작업 과정에서 파생시켜온 주제들(신체·공간의 제약, 효율성과 직결되는 각종 규격, 행정의 매뉴얼 등)을 망라하여 한데 엮는 프로젝트로, 동시대 예술가의 삶을 담고 있다. 탈영역우정국 지하층의 독특한 구조를 활용한 박지혜 작가의 설치작품 <하찮은 속사정>(2018)은 위 소설의 확장판이다. 소설에 사용된 표현들이 오브제로 대체되어 ‘ㄷ’ 모양의 터널을 돌면서 순차적으로 나타난다. 터널에 설치된 작은 조명은 터널을 돌며 파편적으로 떨궈져 있는 오브제들, 즉 ‘하찮음’들을 비춘다.
1층에 설치된 박천욱, 최병석 작가의 작업은 같은 설치작업임에도 전혀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박천욱 작가는 사물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라 일부 절단되었을 때, 경험과 인식에 의지하며 사물의 이어질 부분을 예측하거나 상상한다. 작품 자체의 완벽한 조형성을 탐구해온 작가는 작품이 선행적으로 내용과 의미를 담지 않기를 바라며, 어떤 말로도 대체할 수 없는 작품의 조형성 그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쇼케이스 전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Rainbow Direction>(2018)은 그릇에 담기는 어떤 것보다 그릇 모양 자체를 보여줌으로써 의도와 해석에 관한 구구절절함 대신 형상 자체가 주체적으로 자라나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를 전한다.
최병석 작가는 정확한 실체와 목적을 드러내지 않는 장치들을 제작해왔다. 특유의 조형 감각과 손재주를 마음껏 펼쳐 보인 작업들은 자칫 쓸데없는 물건들로 보여지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깔려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만들기에 비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순간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밝힌다. 이번 쇼케이스 전시에서 선보인 작업 <살구나무에 불던 바람>은 마당 구석의 살구나무를 상상하며 시작되었다. 툇마루에 앉아 위아래로 끄덕끄덕 움직이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니 살구나무에 부는 바람이 나뭇가지를 잡아당기는 힘 혹은 운동 같은 것으로 느껴졌다. 작가는 바람의 형태를 상상하고 움직임을 해석한 작업을 시도한 것이다.
우정국 2층의 방을 활용한 금혜원 작가의 작업은 외할머니의 유품인 8권의 노트를 출발점으로 일제강점기와 전쟁, 그리고 현대사를 아우르며 삼대에 걸친 이야기를 회고한다. 1920년대의 유년시절부터 서술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은 필연적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한 사건들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우리의 조부모 세대가 그러했듯 작가의 할머니는 일제의 지배와 광복, 월남, 6·25전쟁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고 또 그 영향 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이해하는 것은 그 사람이 처한 환경과 시대를 이해하는 것과 같다. 작가는 할머니의 삶을 통해 지나간 시대를 추적하여 현재에서 과거를 반추하고, 동시에 과거로부터 현재를 발견한다.
우정수 작가는 사람, 단어 등을 이해하기 위해 자료를 얻고, 이미지화하고, 그려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시대와 문화권에 따라 다르게 묘사되는 “Jesus clam the storm”이란 성경 구절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미지와 내러티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예수가 기적을 행하는 극적인 상황을 표현한 이미지들에서 예수 머리에 있는 후광을 지우면, 바다에서 폭풍을 만난 다양한 군상들을 담은 이미지가 된다. 텍스트로 치자면 “Jesus clam the storm”에서 주인공인 ‘Jesus’가 사라지는 것이며, 이를 통해 이미지와 내러티브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영상과 연계 프로그램으로 만나는 선정작가 5인의 작업 이야기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일반 시민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하기 위해 선정작가 개개인의 작업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냈다. 서교예술실험센터가 직접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탈영역우정국에서 연출 및 제작하는 방식으로 완성된 영상은 각각 2분 내외로, 작가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친절한 작품 소개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전시 기간 동안 작가들의 작업 과정, 방법, 재료 등을 고려해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신청 방법은 탈영역우정국 누리집을 통해 공지되며, 관객들은 워크숍과 수집 과정에 참여해 작가와 소통하고, 작업의 생산방식을 경험할 수 있다.





글 김지선_ 서교예술실험센터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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