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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

전시 <YOUTH-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와 <모리스 드 블라맹크> 청춘이여, 폭발하라
청춘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2개의 전시가 연달아 열린다. 청춘의 열병을 맹렬하게 표출한 <YOUTH-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 전과 강렬한 색채와 휘몰아치는 붓놀림으로 정열적인 작품을 표현한 블라맹크의 전시가 그것이다. 청춘이란 물리적인 시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전시들이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1 Young Mods near Carnaby Street, London, 1984, Courtesy of Derek Ridgers.
2 Soar, Palermo, 2016, Courtesy of Paolo Raeli.
3 Retour de peche. Bretagne, 1947, Huile sur toile, 60×73cm.

용감한 청춘을 기대한다

<YOUTH-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
2. 9~5. 28, 디뮤지엄

청춘의 사진가는 누구일까? 먼저 라이언 맥긴리가 기억난다. 사막과 들판, 폭포 아래, 터널 속에서 알몸으로 뒹굴고 뛰는 청춘 사진들. 이런 작업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미국 땅이 부러웠다.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해야 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취업에 매달려 낭만도 사랑도 접어야 하는 현실에서 과연 저런 청춘의 자유와 열정과 뜨거운 발산이 가당키나 할까. 한국에서는 연애조차도 자유롭지 않다. 접고 사는 이들도 많다. 그저 청춘의 열병을 폭발시키지 못한 채 먹고살기 급급한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인가. 2월 9일 개막한 <YOUTH-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 전에 사람들이 줄을 섰다. 2주 만에 관람객 3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청춘의 폭발력을 사진작품으로라도 즐기려는 듯이 느껴졌다. 나는 소녀친구에게 젊은 애들이 줄을 서서 보는 이 사진전을 어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작품이 대단하다기보다 커다란 전시장의 코디가 흥미로웠고, 사진을 통해 특히 우리나라 여성들은 자신이 누리지 못하는 자유를 대리 만족하고 부러워하는 게 아닐까 싶어.”
친구는 “우리도 얼마든 저렇게 자유롭게 찍을 수 있는데, 국가에서 막을 걸”하며 대답을 마무리했다. 웃음이 나왔다. 한국사회는 아직도 여자가 살기에는 피곤한 나라임을 청소년들도 희망 없이 말한다. 여성의 알몸 사진이 자유와 행복의 상징으로 읽혀지니 시원하면서도 씁쓸했다. 그러면서도 용감한 누군가가 나오길 나는 바란다. 아방가르드한 정신으로 폭발하는 청춘이 있기를 기대한다.

열정이 곧 청춘이다

<모리스 드 블라맹크>
6. 3~8. 20,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나는 스스로 물어보았다. 그렇게도 평생을 지니고 싶은 청춘은 무엇일까, 하고. 그러면 나이가 들면 청춘은 사라지는 것인가도. 청춘의 개념은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100세 시대라 더 그렇다. 나이 들어서도 열정이 곧 청춘이고, 노력하는 자만이 청춘을 산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청춘의 모범인 작가들을 찾다가 프랑스의 화가이자 판화가인 <모리스 드 블라맹크> 전이 조만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블라맹크는 1901년 파리에서 열린 반 고흐 회고전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고흐의 열정적인 화풍에 매료되어 강렬한 색채와 휘몰아치는 듯한 붓놀림으로 작품을 완성해갔다. 센 강 인근 지역인 샤투에 작업실을 구하고 그 자리 이름을 써서 ‘샤투 화파’를 만들었다. 1905년에는 마티스의 권고로 <앙데팡당> 전 등에 마티스, 드랭, 뒤피, 루오, 브라크 등과 함께했다. 야수주의 화가들 중에서도 가장 급진적으로, 굵고 빠른 필치와 두툼한 채색으로 격정적이고 충동적인 기질을 살려나갔다.
“직관이 예술의 기초를 이룬다.” 블라맹크가 믿었던 직관론에 나는 깊이 공감한다. 그는 단 한 번도 루브르박물관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길 만큼 과거의 거장들로부터 배우는 것을 경멸했다는데, 이런 태도가 옳고 그름을 떠나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직관적인 몸의 활동은 그만큼 열정적이었다. 나는 그의 생각과는 달리 회화의 역사를 탐구하고 살펴야만 더 웅숭깊어지고, 자기만의 개성적인 작업을 찾는 때가 온다고 여긴다. 다행히도 그는 1907년부터 아프리카의 문화와 세잔의 작품을 연구하면서 몽마르트르에 있는 피카소의 작업실 ‘바토 라부아르’(세탁선)에서 피카소와 공동으로 작업했다. 어두운 색조 속의 견고한 화면 구성은 세잔의 영향으로. 철저한 프랑스식 표현성을 밀고 갔다. 그의 남다른 청춘의 정열에 젖어보기를 기대한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을 뜻하며 끝까지 가는 것임을 새삼 다시 느낀다. 여기에 멋진 답이 될 시 한 편을 기억한다. 사무엘 울만의 시 일부를 노래하듯 흥얼거려본다.

청춘이란 장미 빛 볼, 붉은 입술 그리고 유연한 무릎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이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한 정신이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와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스무 살의 청년보다 예순 살의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다./ 나이를 먹는다고 누구나 늙는 것은 아니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열정을 상실할 때 영혼이 주름진다.

나이 들어가는 이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 시인지 모른다. 이 시의 내용은 맞다.

글 신현림_ 시인·사진가. 디자인과 국문학을 전공했고, 디자인대학원을 졸업했다. 신선하고 파격적인 상상력, 독특하고 매혹적인 시와 사진으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 베갯머리 시모음집 <시가 나를 안아준다>를 냈다.
사진 제공 디뮤지엄,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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