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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혼돈과 검열의 문화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6년 달군 서울문화재단 10대 키워드
2016년, 문화예술계에는 다양한 이슈가 있었다. 특히 유례없는 정치적 혼란과 함께 불어온 날 선 바람은 문화계를 뒤흔들었다. 그 속에서도 서울문화재단은 문화예술로 시민에게 다가가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서울문화재단이 선정한 2016년 10대 뉴스를 소개한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해다. 두 달 동안 이어온 광화문 촛불 집회는 대통령 탄핵 가결을 알리는 호외(號外)로까지 이어졌다. 국민의 바람을 담은 온라인 청원 사이트가 며칠 만에 청원자 수 100만 명을 육박하는 등 사안은 긴박하게 흘러갔다. 정치·사회적으로 수많은 혼돈이 모래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문화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가장 만신창이가 된 곳,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곳이 문화예술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문화재단은 문화예술 전 장르에 걸쳐 다양한 프로젝트를 서울 곳곳에서 성공리에 펼쳐 보였다. 한해를 마감하면서 10대 뉴스를 선정하는 것에 고민이 많았다. 언론보도 노출 수로 정할까 아니면 포털 사이트 검색 횟수로 매길까. 단위사업을 선정하는 것보다 문화예술계 이슈와 엮어 10대 키워드를 추려내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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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광화문 광장에서는 총 288개 단체 7449명이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의 문화예술인 시국선언이 진행됐다. 2016년 문화예술계를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검열’이 아닐까 싶다. 이 검열 사태가 우리 재단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남산예술센터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작·연출 박근형)는 검열의 상징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대통령을 풍자해 공연이 중단된 <개구리>에 서 시작된 검열의 억압이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막이 오르니 폭발한 모양새다. 실제로 1월에 열린 ‘남산예술센터 시즌프로그램’ 기자간담회에 모인 기자들의 질문은 하나로 모아졌다. 공연이 시작된 이후에도 문화부보다는 정치·사회부 기자의 관심이 쏟아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런 사회적 이슈에 편승해서일까. 연말에는 공연계를 달군 가장 뜨거운 작품으로 손꼽혔다. 월간 <한국연극>의 ‘2016 연극 베스트 7’, 한 국평론가협회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제53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등 주요 연극상을 휩쓸었다. 검열에 대한 관심을 여기서 멈추지 않고 ‘블랙리스트의 시대,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11월 9일 시민청에서 진행했다. 검열의 직접적 당사자로 지목된 신현식 앙상블 시나위 대표를 비롯해 연극 평론가 김미도, 소설가 한창훈, 사진작가 노순택,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여해 뜨거운 토론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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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지원’이다. 대상은 예술가들이다. 더 원활한 환경에서 마음껏 창작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대개의 지원사업은 공모(公募) 과정을 거쳐 지원작을 선발한다. 과거의 활동 경력이 얼마나 충실한지 검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런 상식에 역행하는 자격 요건이 있어 눈길을 끈다. 공공지원금을 받은 적 없는 젊은 예술가들이 대상이다. 우리는 이태백, N포 세대 등 청년실업을 고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예술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문화재단은 대학 졸업 후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쳤다. 대표적인 사업이 <비기너스(Beginners)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신진 예술가 순수창작지원사업인 ‘최초예술지원사업’과 홍대 일대의 실험적인 프로젝트가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액다(多)컴’으로 구분된다. 이 사업은 독특한 선발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프로젝트 심사에 전문가뿐만 아니라 지원자들도 참여했다. 직접 오디션을 보고 투표에 참여하는 셈이다. 젊은 예술가들의 생동감 넘치는 아이디어가 실제로 재단의 대규모 프로젝트로 발전해가는 사례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밖에도 장르별 재능 있는 신진 예술가가 무대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유망예술지원사업>도 이어오고 있다. 연극은 서울연극센터의 ‘뉴스테이지(NEWStage)’, 무용은 서울무용센터의 ‘닻(DOT)’, 음악·다원·전통은 문래예술공장의 ‘MAP(Mullae Arts Plus)’, 시각예술은 서교예술실험센터의 ‘99℃’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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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국내 통용되는 406개 직업군을 분석해 자동화 대체 확률을 발표했다. 가까운 미래에 컴퓨터가 대체할 직업을 1위부터 406위까지 정렬한 것이다.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콘크리트공, 정육원, 도축원, 조립원 등인 데 반해 자동화로 대체될 수 없는 직업들을 살펴보면 결국 ‘인간다움’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화가, 조각가, 사진사, 작가, 지휘자, 작곡자 등 감성에 기초한 예술 직업들은 컴퓨터가 넘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이렇듯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예술 창작의 관점에서 신당창작아케이드가 빠질 수 없다.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창작공간. 그중에서 공예가 중심인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작가의 성공 사례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제6회 국가상징 디자인 공모전에서 도자의 최유진 작가는 국무총리상을 수상했으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주최하는 ‘한지상품개발 디자인 경연대회’ 수상자 13명에는 중 엄윤나, 양지윤, 김태령, 김선경 등 4명이나 포함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세운상가 장인의 기술과 예술가의 상상력을 융합한 <서울상상력발전소: 세운상가 그리고 메이커스> 프로젝트도 주목을 받았다.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메이커(Maker)들의 제작 방법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흐름을 일컫는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을 촉발했으며, 일자리 창출과 제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룩했다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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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9일,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 국제광고제 ‘칸 라이언스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Cannes Lions Creativity Festival)’에서 서울문화재단과 HS애드가 공동으로 기획한 <마음약방> 캠페인이 라이언스 헬스(Lions Health) 의약(Pharma) 부문 은상과 동상을 수상했다. 시민청과 대학로에 있는 마음 치유 자판기인 <마음약방>은 ‘현대인의 고단한 마음을 문화로 위로받는다’라는 콘셉트로 많은 호응을 얻어왔다. 특히 라이언스 헬스 부문은 전 세계에서 모인 2605개 출품작 중에서 선정된 것이라 그 의미를 더한다. 또한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골목길이 공동 제작해 3월에 초연한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지난해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페스티벌/도쿄(Festival/tokyo) 2016’에 공식 초청돼 일본 도쿄 아울스팟(Owlspot Theater) 극장에서 다시 막을 올렸다. 도쿄를 중심으로 2009년 시작된 ‘페스티벌/도쿄’는 일본의 대표적인 공연예술축제로, 일본을 비롯해 해외에서 참여한 여러 작품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아시아 공연예술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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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문학창작촌은 한창훈의 신작 소설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낭독공연을 시민청에서 선보였다. ‘어느 누구도 누구보다 높지 않다’는 단 한 줄의 법조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동화 속에서나 등장할 만한 세계. 유토피아를 담은 이야기는 ‘이상’을 꿈꾸는 문화예술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관점에서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파란나라>(연출 김수정)도 마찬가지다. 연극을 보는 내내 익숙한 멜로디가 귓가에 맴돈다. ‘파란나라를 보았니/꿈과 사랑이 가득한//파란나라를 보았니/천사들이 사는 나라.’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신세계가 공동 제작한 <파란나라>에서 연극 무대 위 교실은 집단의 논리에 쉽게 좌우되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을 의미한다. 현실을 벗어나 이상을 추구하는 바람이 문화예술의 한 장르를 통해 여실히 보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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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시작해 14회를 맞은 <하이서울페스티벌(HiSeoul Festival)>이 2016년부터 이름이 바뀌었다. 수년째 사용해온 이름을 버리고 <서울거리예술축제>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달고 다시 태어났다. 혹자는 정치적 배경과 연계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나 기자간담회에서 김종석 예술감독은 “백화점식 축제가 아니라 2013년부터 선보인 ‘거리예술’로 특화된 아시아 대표 축제를 지향한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렇듯 ‘거리예술’은 서울의 문화예술에서 대표적인 키워드로 부각됐다. 우리 재단은 축제를 비롯해 다양한 거리예술 사업을 추진해왔다. 국내 최초의 거리예술 창작 기지로 2015년 4월에 문을 연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가 개관 1주년을 맞아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이 밖에도 한불상호교류의 해를 기념해 세계 3대 거리예술축제인 ‘오리악 축제’에서 우리의 전통 공연을 선보인 ‘모다트’, 도심 속 서울의 주요 공원과 광장에서 거리예술 프로그램을 펼치는 <거리예술 시즌제>, 전통 재래시장 4곳을 순회하며 공연하는 <시장에 간 서커스>, 춤을 매개로 선유도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댄스 페스티벌 <서울무도회> 등 ‘거리예술’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젝트가 1년 내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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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시작해 서울에 관한 다양한 기억을 채록해 아카이브로 구축한 <메모리인서울 프로젝트>. 현재까지 기억수집가 70 여 명이 1700여 명의 에피소드를 기록했다. 2016년에는 특정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지금은 철거됐지만 직장인의 단골 모임 장소였던 ‘피맛골’, 도시개발 속에서 장인의 실력으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킨 ‘오래된 상점과 상인’, 잊고 싶지만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1997년 IMF, 서울’, 서울의 경험을 듣고 공감하는 ‘외국인에게 기억되는 서울’ 등 160건의 자료가 공개됐다. 또한 삼풍백화점 구술집 <1995년 서울, 삼풍>이 한국출판문화산 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16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에 선정되기 도했다. 또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서울을 모아줘> 캠페인도 펼쳤다.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낸 <응답하라! 1988>이 몰고 온 복고 열풍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서울시 박물관도시 서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된 <서울을 모아줘>는 일상생활 주변에 숨어 있는 문화 자원을 발굴해 미래 세대에 전할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지원하는 것이다. 수집 대상으로는 기록물, 개인 애장품, 상업, 특정 사건과 인물 등 다양하게 모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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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의 대표적인 예술 후원 캠페인 ‘예술을 살찌워요’를 통해 기부문화를 확산시켰다. <서울거리예술축제>가 열리는 동안 서울광장에는 오케스트라 캐릭터를 한 30마리의 돼지가 모여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행사가 열린 서울광장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축제 레시피를 즐기는 자판기로 좀 더 즐겁게 축제를 즐기는 법을 알게되는 동시에 예술에 기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이렇게 2016년에 모아진 기부금 총액은 8억 5921만 9308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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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청소년의 예술적 놀 권리를 위한 아지트, ‘서서울예술교육센터’가 10월 8일 양천구 신월동에 문을 열었다. 시민에게 공급하는 수돗물을 저장하던 김포가압장을 리모델링해 어린이·청소년 예술교육 전용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 이 공간은 예술과 놀이로 아이들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창조적인 상상 공간이자, 상대적으로 문화기반시설이 부족한 서남권 지역에 문화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거점으로서 큰 의미를 가졌다. 이 밖에도 기존에 운영하던 서울시 창작공간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새롭게 태어났다. 홍은예술창작센터에서 재탄생한 서울무용센터, 성북예술창작센터에서 다시 태어난 서울예술치유허브의 경우는 창작공간으로서의 정체성과 존립 이유를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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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서울문화재단 출범 이후 네 번째 대표이사가 9월 1일에 취임했다. MBC <퀴즈아카데미> <우정의 무대>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으로 잘 알려진 스타 PD 출신이다. 중고등학교에서 대 학교까지 학계에 몸담았으며, OBS 사장과 JTBC 대PD를 역임했다. 스스로 재단이 일곱 번째 직장이라고 말할 만큼 다양한 경력을 자랑한다. 현재까지 15권의 책과 2장의 앨범을 낼 정도로 생활문화를 실천하는 전도사로 앞장서는 인물이다. 취임 이후 밝힌 인사말에서 대표이사의 경영철학을 가늠할 수 있다. “혼자 더 잘살기 위해 발버둥치기보다는 함께 다 잘사는 것이 가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더다이즘’이라 부른다. 2017년에 새롭게 시작하는 문화재단의 사업에 ‘더다이즘’을 녹여나갈 것이다. 그렇게 주철환 대표이사는 2017년 서울문화재단의 방향을 한 마디로 외쳤다. “더 즐겁고 다 행복한 문화서울을 연출하겠습니다." 문화+서울

글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 팀장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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