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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전시 <군집된 구름들>과 <마음의 기하학> 현대미술의 두 거장이 만드는 도심 속 ‘비움’의 시간
독자적인 작품 세계로 국제적 활동을 하고 있는 두 개념미술가의 전시가 나란히 열리고 있다. 인도 출신의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62)와 한국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보따리 작업으로 잘 알려진 현대미술 작가 김수자(59)다. 물질 이면의 영적이고 정신적인 세계를 작업의 핵심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복잡한 도심에서 예술이 주는 비움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물질 너머에 존재하는 영적 세계
<군집된 구름들>, 8. 31~10. 30, 국제갤러리

물질이 갖는 정신성을 탐구해온 현대 미술의 거장 아니쉬 카푸어가 ‘군집된 구름들(Gathering Clouds)’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갖고 있다.
카푸어의 작품은 쉽지 않다. 그러나 반구를 짙은 검은색으로 빈틈없이 칠한 그의 작품 <군집된 구름>을 보고 있으면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한 심연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카푸어는 이번 전시에 대해 “물성이 만들어내는 초월적, 정신적 요소를 반영한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발표되는 15점의 작품은 모두 신작이다. 한국에선 2012년 리움 전시 이후 4년 만이다. 지난해엔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서 대규모 설치 작품 <더러운 구석(Dirty Corner)>을 전시했다.
물성이 비현실적인 차원을 창출한다는 주제는 그의 작품에서 반복되는 화두다. 그는 “물질과 비물질이 결합해 흥미로운 현상을 만들어낸다”며 “예술의 가장 고차원적인 목표는 실체가 없는 무형의 것이지만, 현실 세계에선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은 물리적인 속성이 있는 곳까지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색’이 가지는 신화적 측면에 주목하는 작가다. 카푸어는 올해 초 영국 기업이 개발한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검은색 안료인 ‘반타 블랙(Vanta Black)’을 곧 자신의 작품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빛의 99.96%를 흡수해 사실상 ‘완벽한 검은색’으로 알려진 반타 블랙의 예술적 사용 권한은 현재 카푸어가 독점하고 있다. 카푸어는 “반타 블랙은 새로운 종류의 물질로 우주에서 블랙홀 다음으로 가장 어두운 검은색이다. 너무나 까매서 심지어는 존재하지 않고, 표현할 수 없다고 느껴질 정도의 색이다. 마치 꿈같은 그런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색이다”라고 말했다.
인도 뭄바이 태생의 카푸어는 영국 혼지 예술대학교와 런던 첼시대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1990년 44회 베니스비엔날레 영국 대표 작가로 참여했다. 이듬해 ‘터너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뉴욕 현대미술관, 런던 테이트모던, 밀라노 프라다 파운데이션,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공간공감 관련 이미지1, 5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 사진 1은 반타 블랙을 사용한 <Gathering Clouds> I, II, III, IV(Fiberglass and paint, 2014, ©Anish Kapoor), 사진 5는 <Sky Mirror> (Stainless steel, 2006, Photo: Tim MitchellImage ©Anish Kapoor).
2, 3, 4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김수자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사진 2는 퍼포먼스 설치 <마음의 기하학> (19m 타원형 테이블, 16 채널 사운드 퍼포먼스 <구의 궤적>, 2016), 사진 3은 <숨> (새틴 위에 디지털 자수, 사운드 퍼포먼스 <직조공장> 중 한 숨의 시퀀스, 2004, 2016), 사진 4는 <실의 궤적 V> (스틸 이미지, 16mm 필름, 사운드, 2016).

관람자가 채워가는 허(虛)의 공간
<마음의 기하학>, 7. 27~2017. 2. 5,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반면 ‘보따리’와 ‘보자기’ 등 한국적 소재로 작품 활동을 펼치는 설치미술가 김수자는 4년 만에 국내에서 여는 개인전 <마음의 기하학>에서 흙의 원초적 촉감을 관람자에게 돌려준다. 흙은 인간과 가장 밀접했지만 현대 문명에 가리워지면서 인간에게서 가장 멀어진 자연이다. 그러면서도 흙은 소수의 예술가들이 점유하는 가장 미술적인 재료가 됐다.
김수자는 지난 30년간 한국적 일상 사물과 예술을 엮는 창작 방식을 통해 사회적 쟁점들을 독자적으로 탐구해온 작가다. 자신의 몸을 ‘바늘’ 삼아 세상을 꿰매고 보따리로 감싸 물질성과 비물질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해온 김수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9점의 새 작품을 선보인다.
표제작인 <마음의 기하학>은 관객이 직접 참여하며 작품을 완성시키는 퍼포먼스 설치다. 어두컴컴하고 서늘한 전시장 안에 들어가면 관람객은 찰흙으로 구를 만들어 19m의 대형 테이블 위에 놓도록 요청된다. 차진 점토를 양손으로 주무르고 짓누르고 동그랗게 굴리는 동안 흙을 만지며 느끼는 근원적인 촉감은 행위자를 비일상적인 감각으로 이끌게 된다. 행위자가 의도하는대로 쉽게 변형되는 찰흙이 갖는 유연성은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극도의 자유로움의 감각이다. 실내엔 작가가 직접 녹음한 여러 ‘소리’가 낮게 흐른다. 찰흙을 빚는 행위와 감각에 몰입하다보면 좀처럼 다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
작가는 “오래전부터 도자기가 갖고 있는 그 안의 허(虛)의 공간에 관심이 있어서 클레이(찰흙)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어린 시절에 만진 이후에 흙이라는 것을 내 손에 담아서 만진 적이 없는 것 같다. 찰흙이 두 손 가운데서 움직이면서 물질적인 차원에서 어떤 비물질적인 상태, 마음의 상태로 변환하는 것을 경험했고 그것을 관객과 나누고 싶다.”고 설명한다.
2010년 이후 세계 곳곳을 무대로 진행 중인 비디오 작품 시리즈 <실의 궤적(Thread Routes)>의 새로운 챕터가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세계 각지의 직조 문화를 그곳의 자연과 건축 속에 담으며 인류학의 원형적 미학을 좇는 영상 작품이다. 신작인 다섯 번째 챕터는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 나바호족과 호피족이 살아가는 지역에서 직물을 짜는 원주민들의 문화를 촬영했다. 작품엔 내러티브가 없다. 흡사 ‘시각적 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묘하게 아름답고 기념비적인 이미지들이 직물을 짜는 행위를 둘러싼다. 이것은 ‘세계’라는 직물을 짜고 감싸고 풀어내는 행위에 대한 작가의 인류학적 탐구와도 맞닿아 있다.문화+서울

글 심혜리
경향신문 기자
사진 제공 국제갤러리,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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