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서울문화재단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검색 창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FOCUS

12월호

내일Tomorrow을 위해 할 내 일My work

예술놀이LAB에서 탄생한 〈내일은 예술놀이〉

서서울예술교육센터는 2016년 개관 이래 ‘예술놀이LAB’이라는 고유의 운영체계를 지속하고 있다.
예술놀이LAB은 매해 공모를 통해 선정된 예술가가 예술교육가TA, Teaching Artist로 겸직을 선언하면서 ‘창작’을 ‘교육’으로 전환하려 할 때 실험과 고민의 시간을 충분히 갖고 방향을 모색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획·상상·연구를 적극 지원하고 장려하는 시스템이다.
상주 연구실 제공, 연구 시간 인정, 교보재 지원을 통한 새로운 시도와 실험, 토론의 장려를 골자로 한다.

2022 서서울예술교육센터 오픈랩 전시 전경

유혜인TA가 2022 시민참여 프로그램 ‘숨어 있는 흔적의 지도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

나와 연결된 존재를 느끼는 감수성sensibility의 회복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웠을 때 서서울예술교육센터가 택배 발송·회수 시스템에 착안한 〈문 앞의 예술놀이〉를 도입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실험과 토론에 열려 있는 예술놀이LAB 운영체계의 유연함 덕이 컸다.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서서울예술교육센터는 교육의 방식과 내용 면에서 사회 변화와 미래 이슈에 좀 더 긴밀히 대응할 수 있는 〈내일은 예술놀이〉를 신설했다. 현재 예술놀이LAB 사업의 슬로건이기도 한 ‘내일은 예술놀이’는 내일tomorrow을 준비하는, 또 내 일my work로서의 예술놀이라는 이중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사회적 만남의 허용 수준에 따라 대면·비대면·혼합형 등으로 운영 방 식의 다각화를 꾀했고, 주제 면에서도 팬데믹 이후 주목된 환경 위기, 인공지능, 생태계 공생 같은 동시대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예술놀이 콘텐츠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올 한 해 〈내일은 예술놀이〉는 2022년 문화예술계 전반의 키워드이기도 한 생태학적 세계관,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에 대한 자각 등과 궤를 함께하며 진행했다는 데 의미가 깊다. 환경 이슈가 일상을 크게 제약하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나와 연결된 존재를 느끼는 감수성sensibility의 회복’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흐름에 응답하듯 올해 〈내일은 예술놀이〉 프로그램에서는 일상의 감각을 예리하게 깨우고 자극하는 활동이 주를 이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관찰을 토대로 보이지 않는 공기를 채집·설치하거나(박은주TA ‘색이 보이는 공기’), 흔적의 발견을 통해 익숙한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는 프로그램(유혜인TA ‘숨어있는 흔적의 지도 만들기’)이 이어졌다. 미시 생태계의 소리에 귀 기울여 얻은 상상을 기반으로 내가 만든 오브제와 타인이 만든 오브제 사이 소리의 조화harmony를 탐구하거나(이수진TA ‘모여라 메아리, 달려라 슈퍼문’), 미세물질을 탐구한 뒤 시청각적 미디어를 활용해 먼지가 사는 정원을 꾸며보기(전혜주TA ‘소리정원’)도 했다.
어느 때보다 사회 공헌적·실천적 성격의 프로그램이 두드러진 것도 환경 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환경 생각하는 전시의 문법을 고민하다

환경 위기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전시장의 풍경도 바꾸어놓았다.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 〈대지의 시간〉을 통해 전시장 가벽 대신 영구 재사용이 가능한 구체를 이용해 ‘환경을 생각하는 전시’에 대한 화두를 던진 바 있다. 서서울예술교육센터 또한 올해 ‘예술놀이LAB’ 사업을 결산하는 2022년 결과 공유 전시회 〈오픈랩OPENLAB〉을 준비하면서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을 담고자 했다. 물질의 과잉을 경계하고 비물질·느림·최소화를 통한 일상의 가치 회복에 무게를 뒀다. 어린이들이 만든 오브제를 정성스레 쌓아 올리는 예년의 방식을 지양하고, 영상·디지털 아카이브를 최대한 동원해 메시지를 집약적으로 전달하게끔 계획했다. 또한 지류 매체 생산을 최소화했고, 디지털 슬라이딩, 참여자 명단 QR코드화를 통해 방대한 운영 자료의 규모를 간소화했다. 이러한 기획이 실은 엄청난 폐기물을 양산하며 환경 파괴에 일조해 온 제도권 전시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시도임을 알고 있다. 다만 2021년 초 부산현대미술관이 전시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을 통해 촉구한 바와 같이 자원 집약적 전시에 대해 반성하고 조금이나마 환경에 덜 위해를 가하는 전시를 도모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기본적인 환상이 모두 소진될 때 한 시대는 끝났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Arthur Miller, 1915~2005는 말했다. 환경 위기는 대량생산, 물질 풍요, 인간 우위의 사고가 팽배하던 한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서울시민의 수돗물 공급처 역할을 담당하며 인권 회복, 여성 해방, 노동 해방의 역사를 지켜보던 김포가압장(현 서서울예술교육센터)은 이제 동물 해방과 자연 해방의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예술 경험을 통한 생태 감수성의 회복, 그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 나가야 할 긴 여정에 서서울예술교육센터가 함께할 것이다.

한성경_서울문화재단 서서울예술교육센터 | 사진 서울문화재단

인간과 자연의 관계 속에서 세계를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는 태도
모든 개체가 언제나 각자의 생존을 위해 중첩돼 진화했다는 개념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