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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7월호

언젠가가 아닌 바로 지금 해야 하는 이야기 책 《내 여자친구와 여자 친구들》과
《칵테일, 러브, 좀비》

지난 6월 ‘2022 서울국제도서전’이 닷새 동안 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거듭 연기·축소되다 3년 만에 본격적으로 돌아온 행사다.
도서전을 주최한 대한출판문화협회는 관람객을 10만 명으로 추산했다.
그만큼 연일 사람들이 가득해 출판계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행사장을 메운 인파 외에 도서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큐레이션과 부대 행사다.
주최 측이 마련한 전시·북토크·강연부터 출판사가 직접 관여하는 매대·공간 구성까지, 서울국제도서전은 올해 출판계가 주목하는 이슈가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동시에 동시대 독자들이 무얼 요구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출판산업 역시 소비자인 독자의 욕구를 기민하게 포착하고 반영하기 때문이다.
2022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난, ‘언젠가가 아닌 지금 이곳에서 해야 할 이야기’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는 책 두 권을 소개한다.
나로 온전하게 존재하기 《내 여자친구와 여자 친구들》 | 조우리 지음 | 문학동네

“우리의 삶과 긴밀하게 이어져 있는 동물과 퀴어, 장애, 정치 등의 키워드에 관한 이슈를 들여다보고 함께 사유해 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2022 서울국제도서전’의 작가 프로그램 중 하나인 ‘시대의 문학’을 설명하는 글이다. 언급된 네 가지 키워드(동물·퀴어·장애·정치)는 언뜻 다른 영역 같지만 사실 하나의 주제를 관통한다. 바로 ‘공존’이다.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혹은 생태계 구성원이 서로를 배척하지 않고 공존하려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까.
《내 여자친구와 여자 친구들》은 현재를 살아가며 일하는 (퀴어) 여성들의 관계를 다룬 소설집이다. 퀴어, 노동, 여성에 대한 확고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조우리 작가가 써낸 8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내 여자친구와 여자 친구들》 속 등장인물들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직장 상사와 고객에게 치이고,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레즈비언이기 때문에 가장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불필요한 무례함을 겪어야 한다. 이들은 지금 서 있는 자리에 계속 발붙이고 살기 위해 끊임없이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설명해야 한다. 놀랍도록 현실과 닮아 있어 갑갑하지만 소설 한 편이 끝날 때마다 피로하기는커녕 마음이 놓인다. 고맙게도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이유로 물러서지 않기 때문이다.
“어디서든, 너도 꼭 너를 지켜. 그게 우리를 지키는 일이 될 거야.” 책에 수록된 단편 <미션>에서 주인공이 친구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는 말이다. 우리에게 당면한 ‘공존’이라는 시대적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한다면, 이 구절에서 조우리 작가가 주는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중심으로, 장르문학 《칵테일, 러브, 좀비》 |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김초엽·천선란·정세랑 등 요즘 ‘핫’하다는 작가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장르문학을 다룬다는 것이다. 장르문학은 대중적이면서 원형이 되는 서사 구조가 있는 문학을 가리킨다. 대표적으로 SF·스릴러·판타지 등이 해당한다. 과거에는 순수문학에 비해 다소 소외돼 왔으나 최근 장르문학은 젊은 애독자 층을 탄탄히 형성해 가고 있다.
《칵테일, 러브, 좀비》는 장르문학의 계보를 잇는 조예은 작가의 단편집이다. 귀신, 좀비, 타임 리프 등 다양한 소재를 다뤘고 장르적으로는 미스터리 스릴러에서 호러, 로맨스까지 만나볼 수 있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재미가 없을 수 없는’ 조합인데 작가는 한발 더 나아가 현시대의 사회문제까지 정교하게 엮어낸다. 이를테면 가스라이팅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시가 커지는 것으로 형상화하고, 가정폭력의 시작과 끝을 타임 패러독스로 설명하는 식이다. 책에 수록된 <습지의 사랑>에서 산림 재개발은 사람들을 위협하는 재앙으로 되돌아오기도 하지만 귀신들의 사랑을 완성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칵테일, 러브, 좀비》는 ‘2022 서울국제도서전’ 기념 리커버 도서로 최근 다시 출간됐다. 책을 펴낸 안전가옥은 대형 출판사가 아님에도 도서전이 열리는 동안 부스를 찾는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눈을 사로잡는 공간 구성 외에 큰 몫을 한 건 판매 직원들의 영업력이다. 퍼스널 쇼퍼처럼 관람객 한명 한명에게 어울리는 책, 도전해볼 법한 책을 추천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칵테일, 러브, 좀비》를 비롯한 장르문학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매력적인 포장 안에는 크리처물, 사회 고발, 풋풋한 로맨스까지 다양한 취향의 독자를 포용하는 이야기가 알차게 준비돼 있다.

연재인_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 | 사진 제공 문학동네, 안전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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