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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OF SEOUL

2월호

더 듣고 싶은 너의 얘기 극단 북새통×플랜Q <내 얘기 좀 들어봐>

관람 가이드

극장에 들어서자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마치 놀이하듯 모두가 한 명의 움직임을 따라 하고, 다른 배우의 이름이 불리면 그 배우의 춤을 따라 한다. 극장 스크린에는 그들이 쓴 ‘약속’이 적혀 있다.
극장에 들어왔을 때, 배우들의 공간에 들어온 느낌이 강렬하게 전해졌다. 무대를 보며 배우들의 움직임에 익숙해지고, 워크숍과 연습 과정을 상상할 수 있었다. “연습실과 무대에서 늘 이렇게 춤을 추면서 몸을 풀고 인사를 나눴겠지.” 배우와 창작 운영진이 만난 과정을 엿봤기 때문인지 배우들의 공간에 초대받은 느낌이 들었다.
공연 시작 시각이었지만 배우 중 한 명, 경일이 무대에 있지 않았다. 무대 위의 다른 배우는 다 같이 “경일아~”를 외쳤지만, 경일은 아마 화장실에서 오지 않은 것 같다. 경일이 보이지 않았지만 공연은 시작됐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창작진의 반응과 태도는 관객이 어떻게 공연을 관람하면 되는지 안내하는 듯하다. 배우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움직이고 말한다. 창작 운영진은 관객에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존중하고, 기다리면 되는 것을 가이드처럼 보여줬고, 그 가이드를 통해 관객이 앞으로 시작될 공연을 더 잘 보고 들을 수 있게 만들어줬다.

내 얘기 좀 들어봐

공연은 1부와 2부로 진행됐다. 1부는 배우 자신을 소개하는 내용이었고, 2부는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해서 말하는 시간이었다. 배우들은 현재 사는 공간, 그 공간에 함께하는 사물 혹은 동물, 하루 일과, 좋아하는 것, 자신의 움직임, 곁에 있는 사람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함께 있는 창작 운영진은 배우 한명 한명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그들의 소개를 도왔다.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집에 가면 무엇을 하는지?” 등의 질문을 하고, 같이 움직이기도 하면서 배우의 대답과 행동을 이끌어냈다.
한편 무대 중앙 스탠드 마이크 앞에서 자신의 미래와 꿈에 대해서 말할 때 배우들은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오롯이 혼자 말했다. 그리고 무대 위의 동료와 관객들은 모두 그 이야기를 잘 듣는다. 같은 말을 반복하더라도, 약속된 이야기(대사)가 끝나고 무대에서 말을 더 해도 상관없다. 우리는 발달장애인의 경험과 생각, 이야기를 들으러 왔으니까.

발달지적장애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에게 편안한 환경을 조성한 공연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던 순간은 경일이 약속된 대사를 다 마치지 않고, 자리로 들어가지도 않았을 때다. 경일은 공연의 시작 전부터 끝까지 무대와 양끝 대기 공간, 극장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약속된 말이 아니더라도 그 순간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공연장의 어느 누구도 그런 경일을 제지하거나 지적하지 않았다. 경일은 배우다. 경일의 순서에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면 무대 위의 운영진도 관객도 모두 기다린다. 경일이 자신을 표현하는 이 무대에서는 그것이 약속돼 있는지 아닌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그 순간 경일의 마음과 행동에서 빚어진 잠깐의 기다림이 나에게 감동이었다. 그것은 경일과 관객이 이미 관계를 맺은 순간임을 알아차렸다. 우리의 관계 맺음은 내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
공연장의 관객은 배우의 지인이 많아 보였다. 무대 위의 배우들이 움직이고 이야기할 때, 반가움과 기특함과 뿌듯함으로 공연을 보는 관객을 보게 됐다. 그 관객을 보니 극단 애인(내가 속해 있는)의 초창기 공연이 생각났다. 그때는 장애예술이라는 용어가 없었다. 우리가 연극을 하고 있지만, 아마추어(동아리) 활동으로 보는 시선들도 있었다. 누군가는 지금 이 릴랙스드 퍼포먼스Relaxed Performance를 연극이 아닌 아마추어의 발표회로 바라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속된 대사와 움직임을 하는 연극의 규칙을 벗어난 변칙적 패턴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좀 더 단순하게 말하면 이런 공연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달장애가 있는 배우를 무대 위에서 많이 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발달장애가 있는 배우가 하는 공연도 예술로 바라보는 관객이 많아질 것이다.

무대 위의 배우들에게

경일, 경일이 하고 싶은 것을 할 때까지 우리가 기다리던 순간이 인상적이었어요.
진화, 진화의 사이다 같은 발언은 진화의 말투로 해야 시원해요. 아무도 따라 할 수 없거든요.
승연, 승연을 생각하면 노랫소리가 들려와요. 승연의 노랫소리는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요.
종운, 종운은 정말 부지런한 것 같아요. 그 부지런함이 정말 대단해 보였어요.
경인, 경인은 참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아요. 나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됐어요.
종운, 승연, 진화, 경인, 경일 모두의 이야기를 잘 들었어요! 나에게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강예슬 극단 애인의 강예슬입니다.’ 연극계에서 나를 소개하는 한마디. | 사진 최지훈 ⓒ극단 북새통x플랜Q

※본 원고는 지면 관계상 편집됐습니다. 원문은 웹진 [연극in]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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