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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1월호

자궁(子宮)에는 아들(子)만 있나요!?
단어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 성평등 언어사전

일상에서 흔히 쓰이면서 불필요한 성적 관념이 포함된 단어는 무엇이 있을까?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2018년부터 성차별 언어를 한데 모아 해마다 알리고 있다. ‘스낵’에서는 유모차, 자궁, 효자상품 등의 단어가 어떤 문제를 품고 있는지, 대중매체에서 여전히 사용하는 사례를 찾아 정리해 봤다.

버진 로드
웨딩로드

버진로드, 처녀만 입장하는 길인가요!?

“○○○,△△△ 향해 설레는 버진로드 입장!” SBS 예능 프로그램에서 신부가 신랑에게 걸어가는 순간 자막이 크게 나타났다. 결혼식장에서 결혼 당사자들이 걸어가는 길을 말할 때 여러 매체에서 ‘버진로드(virgin road)’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여성만 입장하는 길이 아닌데도 말이다. 영어권 사람들은 ‘Wedding Aisle’을 쓰는데 어째서 영어권에서도 없는 표현이 한국에서 정착된 걸까? 성별의 편견이 없는 ‘웨딩로드’를 사용하면 어떨까?

유모차
유아차

유모차, 아빠는 끌지 않아요!?

2020년 11월에 방영한 tvN 드라마에서 초보 아빠는 과일이 담긴 파란 봉지를 들고 어수룩하게 가게에 방문한다. 아빠가 구매할 예정이지만, 판매원은 익숙하게 ‘어미 모(母)’만을 포함한 단어 ‘유모차’를 말한다. “지금 보고 계신 거, 휴대용 유모차예요~” ‘유모차’의 뜻은 어린아이를 태워서 밀고 다니는 수레다. 그렇다면 ‘母’가 꼭 없어도 좋지 않을까? 엄마 대신, 아이(兒)가 중심이 되는 ‘유아차’를 사용하면 어떨까?

자매결연
상호 결연

자매결연, 언니와 여동생의 관계인가요!?

국립국어원 국어상담 게시판에는 한 시민의 질문이 올라와 있다. “결연(인연을 맺다. 인연을 잇다)만 써도 뜻이 통할 것 같은데 굳이 언니와 여동생 사이를 뜻하는 자매가 포함됐나요?” 답변은 이렇다. “담당 부서에 문의하였으나, 별도의 어원을 알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자매결연’은 여러 신문 지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어원 없는 단어 대신, 지역과 지역 혹은 단체와 단체가 서로 협력하는 의미의 객관적 용어 ‘상호결연’이 더욱 어울리지 않을까?

효자상품
인기 상품

효자상품, 효자만 기업에 이득을 주나요!?

2020년 12월 2일 A신문 B4면 1단에는 “주요 수출 효자상품들이 부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적혀 있다. 또한, 11월 30일 B채널에서는 한 기자가 “유가상승에 따라 효자상품으로 돌변했고요”라고 말했다. 기업 등의 소득 또는 매출 증대에 크게 이바지하는 상품을 ‘효자’로 비유해 왔는데, 과연 적절할까? 인기가 많은 현상 그대로를 표현해 ‘인기상품’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자궁
포궁

자궁, 남자 아이만 들어간 집인가요!?

“오빠도 자궁경부암 주사 맞아.” “자궁이 없는데 어떻게 맞아?” 2020년 10월에 끝난 tvN 드라마에 나온 대사다. ‘자궁’의 한자는 ‘아들 자(子)’와 ‘집 궁(宮)’으로 이루어졌다. 아들만 품는 집, 특정 성별만 사는 집이 아닌데도 말이다. ‘자궁’은 여성의 정관 일부가 발달한 것으로 태아가 착상해 자라는 기관이다. 태아의 세포가 있는 곳이니, 앞으로는 세포(胞)를 품은 집을 뜻하는 ‘포궁’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저출산
저출생

저출산, 인구문제의 책임이 여성에게만 있나요!?

“…효과적인 주택 공급 정책이 신혼부부 저출산 대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10일 뉴스에서 한 기자가 말했다. 출산은 여성이 ‘아이를 낳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그렇다면 ‘저출산’은 여성이 아이를 적게 낳는다는 말인가? 남성은 아이를 출산할 수 없기에 ‘출산의 기쁨’을 느끼는 대신, 여성이 출산하는 ‘아이의 출생’을 지켜보며 감격한다. 아이가 적게 태어난다는 의미로 ‘저출생’을 사용하면 어떨까?

처녀작
첫 작품

처녀작, 총각이 만든 첫 작품은 없나요!?

2020년 7월 4일 C신문 A28면 1단에는 “…처녀작 《비극의 탄생》(1872)에서부터…”라고 쓰여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총각작’을 검색하면 검색 결과가 없다고 알려주고, ‘처녀작’은 “처음으로 지었거나 발표한 작품”이라고 결과를 보여준다. 일이나 행동 등을 처음으로 한다는 의미로 ‘처녀작’ ‘처녀비행’ ‘처녀항해’ 등이 종종 쓰였는데, 이제는 ‘첫 작품’ ‘첫 비행’ ‘첫 항해’로 말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어떨까?

학부형
학부모

학부형, 학생의 보호자는 아버지와 형인가요!?

“그냥 그 정도로, 같은 학교 학부형 정도로 끝냈으면 좋겠어요.” tvN 드라마에서 서로 아이를 가진 부모임에도 사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남성에게 여성이 한 말이다. 학생의 보호자를 이르는 말로 사용된 ‘학부형’에 ‘엄마’는 어째서 빠졌을까? <경찰의식규칙> <해양경찰의식규칙> 등 일부 법령에도 ‘학부형’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여성을 배제하는 남성 중심적 표현 대신, ‘학부모’를 사용하자.
글 장영수_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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