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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1월호

무해하고 재미있는 콘텐츠 보물섬들
여성 서사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곳

우리는 아직 역사를 왕조와 전쟁 중심으로 배우지만, 자신의 일에 진력하고 다양한 욕망을 지닌 여성의 이야기는 세상 곳곳에서 부지런히 나오고 있다.
그럼 여성이 만든, 여성을 말하는, 또는 여성의 시각으로 해석한 콘텐츠는 어디 가야 볼 수 있을까?
곧 아무 데 가서 볼 수 있게 되겠지만, 일단 도움될 만한 플랫폼들을 소개한다.

여성영화 OTT 서비스 ‘퍼플레이’ 이런 영화 어디 없지

퍼플레이 홈 화면 갈무리

전국의 대학 연극영화과 입학생의 59%는 여성인데 장편영화 개봉 시장으로 넘어가면 남성 감독과 여성 감독 비율이 9:1에 그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누군가의 애인, 엄마, 딸 또는 피해자 외에 여성 캐릭터는 없는 걸까….
퍼플레이(www.purplay.co.kr)는 이런 의문이 씨앗이 돼 탄생한 여성영화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넷플릭스·왓챠 등과 같은 OTT 서비스로, 이곳에서는 여성이 만들었거나 여성의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하는 작품, 특히 영화제에서 상영된 바 있는 독립영화와 단편영화를 볼 수 있다. IPTV, VOD 및 OTT 서비스로 볼 수 있는 작품이 대부분 개봉관을 거친 장편 상업영화인 점을 감안하면 퍼플레이의 영화들은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영화인 셈이다. 면면이 흥미로운 작품들이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몸’ ‘우리의 느슨하고 끈끈한 연대’와 같은 다양한 주제로 큐레이션돼 제공된다. <우중산책>(임순례, 1998), <잘돼가? 무엇이든>(이경미, 2004) 등 든든한 여성 감독들이 1990~2000년대 만든 단편 작품은 발견의 즐거움을 줄 것이다. 단편영화의 경우 상영 시간이 10~30분으로 짧아 부담 없이 즐기기 좋다.
퍼플레이의 영화들은 한 편당 500~2,000원의 대여비를 결제하면 72시간 동안 볼 수 있다. 다른 OTT처럼 월정액제로 운영하지 않는 이유는 건별 결제가 창작자(감독)에게 수익이 명확하게 돌아가는 방식이라서다. 아이부터 노년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나’의 삶을 고민하는 여성의 이야기가 음식 제법 하는 백반집의 차림상처럼 다양하고 영양가 있게 올라와 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 여성 서사, 굿즈부터 공연까지

텀블벅 ‘여성 서사’ 기획전 화면 갈무리

《여명기》는 2020년 출간된 만화집 중 단연 화제가 된 작품이다. 여성 작가 12명이 ‘여성 주연, 비(非)로맨스 테마’로 창작한 작품 12편이 실린 이 책은 한 출판사에서 2020년 8월 발행됐는데, 그전에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후원자들의 폭발적인 지지로 1억 원 이상의 후원금 모금에 성공해 처음 독자와 만난 바 있다. 텀블벅(tumblbug.com)은 현재 장르 불문하고 여성 서사가 담긴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가장 다채롭게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독립창작자·단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개설해 자금과 후원자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전 코너에서 ‘여성 서사’ ‘프라이드’ 등을 키워드로 관련 프로젝트를 모아 선보이기도 했으며, 검색 메뉴에서 ‘여성 서사’를 입력하면 에세이·만화·매거진 등 출판물은 물론 영화·전시·공연과 보드게임까지, 바로 펀딩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와 종료된 프로젝트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2월 텀블벅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여성 서사가 담긴 프로젝트의 펀딩이 다수 포착됐고, 이는 여성 문화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폭넓게 변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경향이라고 해석했다. 2020년에도 ‘비혼 여성들을 위한 경제지침서, 《BECONOMY(비코노미)》’ ‘말의 세계에 감금된 것들_여성 서사로 본 국가보안법 전시회’, 여성 문인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한국 근대 여성 문학가 잉크’를 비롯해 다수의 프로젝트가 후원자들의 호응을 얻고 펀딩에 성공해 세상에 나왔다. 개미지옥 같은 곳이어서 한번 빠져들면 어느새 프로젝트 내용과 통장 잔고를 번갈아가며 확인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시각예술 웹저널 《Seminar》 & 여성 창작자 소개 플랫폼 ‘나이스숍’ 지속 가능한 창작과 비평을 위해

웹진 《세미나》(왼쪽)와 플랫폼 ‘나이스숍’ 화면 갈무리

《Seminar》(zineseminar.com, 이하 ‘세미나’)는 1년에 세 번 발행하는 시각예술 분야 웹진이다. 매호 하나의 주제하에 미술작가·평론가·이론가의 글과 이미지를 담은 콘텐츠 7~8건을 공개한다. 작가 소개와 전시 리뷰보다는, 해당 주제를 여성의 관점에서 어떻게 볼 수 있는지, 이에 대해 시각예술 분야 창작자와 관계자들은 어떤 경험이나 생각을 갖고 있는지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콘텐츠다. 예를 들어, 5호의 주제 ‘calling pains’와 관련해서는 《아픈 여자 이론》이라는 글을 쓰고, 이를 주제로 시각예술 작업을 선보인 한국계 미국인 아티스트 요하나 헤드바 인터뷰, 작가 리단의 만화+에세이, ‘병(病)에 대해 말하는 이미지’ 작품을 다룬 평론 등이 구성됐다. 시의성 있는 이슈로 시각예술계에 필요한 논의를 엮어내는 의미 있는 아카이브다. 《세미나》는 시각예술 분야 기획 & 출판 컬렉티브인 ‘아그라파 소사이어티’(김진주·이연숙·이진실)가 기획·운영하고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 나이스프레스가 운영하는 ‘나이스숍’(shop.nicepress.kr)도 여성 창작자·브랜드 플랫폼으로 주목할 만하다. 나이스프레스는 여성 창작자를 집중 소개하는 공간 ‘나이스숍’(중구 을지로)을 운영하면서 이들과 심도 있는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들 인터뷰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 창작자들의 성취와 어려움이 잘 드러나 있다. 차곡차곡 쌓인 인터뷰 콘텐츠를 엮어 비정기 매거진 《SPREAD》를 발행, 2020년 11월에 2호가 나왔다. 여성 창작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는 것이 나이스프레스·나이스숍이 지향하는 바다.

책방 ‘달리, 봄’ & 퀴어페미니즘 책방 ‘꼴’ 사려 깊은 이야기들의 집

1 책방 ‘달리, 봄’ 내부
2 책방 ‘꼴’ 내부

책방 ‘달리, 봄’의 운영진은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에서 의미를 찾는 ‘구술사’에 관심을 두고 공부한 그들은 특히 기존 역사에서 잘 드러나지 않은 ‘여성’의 생애사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해, 출판사 ‘허스토리(herstory)’를 만들고 엄마·여성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는 작업을 해왔다. 여성 서사에 대한 관심은 그런 이야기가 가득한 책방을 꾸리는 데까지 이어졌다.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달리, 봄’에서는 여성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만날 수 있고, 책의 저자가 참여하는 강연이 열리며 글쓰기 워크숍·독서 모임이 진행된다. 책으로 나온 이야기들이 진열대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곤 한다.
출판사 허스토리는 2020년 4월 여성 싱어송라이터 5인(이랑·슬릭·신승은·이호·성진영)의 음악과 각자의 생애사를 엮은 음반+책 《이야기, 멀고도 가까운》을 발행했고 현재 페미니스트 정치인 인터뷰집 《여성, 청년, 정치: 페미니스트 정치를 말하다》의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엄마의 자서전을 써보고 싶은 독자들은 구술사 가이드+워크북인 《그 여자의 자서전》을 참고해도 좋겠다.
퀴어페미니즘 책방 ‘꼴’은 2017년 11월 마포구 서교동에 문을 열었다. 여성주의 문화운동단체 언니네트워크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다수의 ‘꼴키퍼’가 서점의 책을 소개한다. ‘퀴어페미니즘’이라 하면 언뜻 범위가 좁아 보일지 모르나, 빈곤여성·장애여성·이주여성·청소년여성·성소수자여성 등 단일하게 묶이지 않는 여성의 경험에 귀기울이고, 아울러 이성애 중심적·가부장적 가족제도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페미니즘 입문서나 관련 이론서부터 에세이·문학·만화·어린이도서 등 다양한 책이 책방 공간을 살뜰히 채우고 있다.
2020년 책방 꼴은 ‘올해의 책’으로 ‘생활동반자법’을 다룬 《외롭지 않을 권리》(황두영 지음)를 꼽았다. 혈연과 결혼이 아닌 생활동반자로서 타인과 관계 맺고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고.

프로젝트 ‘제로의 예술’ 다양한 존재의 간극 좁히기

제로의 예술 워크숍 ‘모든 몸을 위한 발레’

‘제로의 예술’은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공예술사업 선정 프로젝트다. 광주에 기반을 둔 문화예술단체 ‘바림’과, 서울 을지로를 근간으로 활동하는 ‘여성을 위한 열린 기술랩’이 참여해 시민과 함께하는 워크숍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를 글과 영상·사진으로 기록한다. 2020년 10월 시작된 프로그램은 중·노년 여성이 몸의 감각을 일깨우는 워크숍(‘모든 몸을 위한 발레’), 육아로 인해 작업이 지지부진한 이들에게 용기를 갖자고 제안하는 워크숍(‘예술육아소셜클럽’), 기술과 사회를 주체적으로 사고하고자 하는 10대 청소년 대상 워크숍(‘10대 기술 말하기’) 등 참여 대상과 주제가 다채롭다. 공공예술의 ‘공공’을 불특정 다수가 모두 향유한다는 개념으로 보지 않고, 중년 여성·고용 중단 예술가·10대 청소년·퀴어 등 예술이 자주 주목하지 않는 이들로 하여금 삶과 예술을 주체적으로 연결 지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제로의 예술’에서 ‘제로’는 시대·젠더·장애와 비장애·지역 등 수평적이지 않은 것들의 거리를 좁힌다는 의미다.
2021년 5월까지 4~5개의 프로그램이 광주, 서울 또는 온라인에서 더 진행될 예정이다. 워크숍이 모두 종료된 후 8월에는 워크숍·강의 참여자와 아티스트·활동가·전문가 등이 다 같이 모여 이야기 나누는 공공예술 페스티벌을 개최해 프로젝트를 마무리한다. 자세한 사항은 누리집(0makes0.com)과 SNS 계정(@zeromakeszero)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여성 서사 콘텐츠를 소개하는 매체·프로그램 읽고 듣고 맛보고 즐겨요

웹진 《쪽》의 홈 화면 갈무리

‘일상비평 웹진 쪽’(zzok.kr)은 다양한 글을 읽는 재미가 쏠쏠한 플랫폼이다. 무려 15개나 되는 카테고리는 주로 필자별로 나누어놓은 것이고, 각 필자는 시·미술작품·영화·그림책·책(장르 불문)·여행기 등 자신이 정한 분야에서 자유롭게 소재를 잡아 맛깔난 글을 보여준다. 이러한 글들을 통해 수많은 문화예술 작품 중 ‘무엇을 볼 것인가’와 ‘어떻게 볼 것인가’의 힌트를 고루 얻을 수 있는 웹진이다.
팟캐스트 등 오디오 콘텐츠에서도 여성 서사 콘텐츠를 소개·추천하는 채널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자매애 고취 방송” <시스터후드>는 TV 프로그램·드라마·영화·책 등 장르를 넘나들며 여성이 만들고 쓰고 출연하는 콘텐츠를 여성의 시각으로 소개하는 팟캐스트다. 예리한 엔터테인먼트 비평을 선보여 온 작가 윤이나·황효진이 결성한 팀 ‘헤이메이트’가 제작한다. <시스터후드>에서 나눈 이야기는 헤이메이트가 발행한 포켓북 《여자들은 같이 미래로 간다》 《여자들은 먼저 미래로 간다》에도 담겼다.
팟캐스트 <혼밥생활자의 책장>은 CBS라디오 김다은 PD가 주축이 돼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책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면서 이따금 영화와 대중문화 콘텐츠를 다뤄 느긋하게 팬을 늘려온 프로그램이다. ‘여성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지만, 혼자 사는 삶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여성의 시각과 적잖이 포개진다.
글 이아림_객원 기자
사진 제공 달리, 봄, 꼴, 제로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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